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 도착한 K2 전차. /현대로템 제공
정부가 9조원에 육박하는 K2 전차의 폴란드 2차 수출 계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을 통해 공적 금융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대형 방산 수출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현대로템과 폴란드 국방부 간 체결된 K2 전차 2차 수출 계약에 대해 공공 금융기관을 동원한 자금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무역보험공사(MG)와 수출입은행(Exim)은 협의를 거쳐 각각 보증과 대출 등 방식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2일(현지시각) 폴란드와 약 65억달러(한화 약 8조8000억원) 규모의 K2 전차 수출 2차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전체 계약액 가운데 약 80%가량을 정책 금융으로 조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지원 규모는 7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번 지원은 무역보험공사가 대출 보증을 주도하고, 수은이 20~30% 범위에서 보완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조율 중이다. 수출입은행법상 ‘동일 차주 신용공여 한도’에 따라 수은의 추가 여력이 제한되는 점을 고려한 구조다. 반면 무보는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크고, 보증 방식 특성상 신용공여 제한을 덜 받는다는 점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는다.
보증 중심의 금융지원은 국내 기관이 직접 자금을 대출하기보다, 수입국이 외부 금융기관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신용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폴란드 정부는 한국의 공적 보증 덕분에 글로벌 은행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정부는 2023년에도 124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1차 수출 계약에 대해 100억달러 규모의 정책 금융을 제공한 바 있다. 당시에는 무보와 수은이 각각 50억달러씩 분담했다. 대규모 방산 계약은 정부 간 계약(G2G) 성격이 강하고, 수출금액도 큰 만큼 수출국이 정책 금융과 보증을 뒷받침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라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과 체결된 이번 2차 계약에는 ‘정부 차원의 금융 지원이 있을 경우 효력을 발생한다’는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의 결정이 계약 실행의 전제가 되는 구조다.
이번 결정을 두고 새 정부가 방위산업을 국가 산업 전략의 한 축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방산 수출 컨트롤타워 신설”과 “대통령 주관 방산 수출 진흥전략회의 정례화” 등을 공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