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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2사단이 경계 맡은 김포·강화
인구·관광객 증가로 작전 환경 급변
애기봉 OP선 북한군 훈련 모습 관측
해병대 격상 '준 4군체제' 대선 공약
노후 장비 교체 등 실질적 개선 필요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2일 경기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강하구 중립수역과 북한의 모습. 정면 대지 뒤로 보이는 곳은 해물마을로 최근 강제 이주된 주민 수백 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병대 제공


지난 3일 북한 남성 주민 1명이 비무장지대(DMZ)를 뚫고 걸어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왔습니다. 경기 파주와 연천 사이 중서부전선 쪽인데, 하천을 따라 내려와 지뢰를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하천을 의지해 자유의 땅을 밟길 원하는 북한 주민들의 루트는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해병대 2사단 '청룡부대'가 경계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경기 김포·강화 일대에선 단순히 지뢰를 피할 목적이 아니라, 만조와 간조 때 한강 하구에 물이 차고 빠지는 조류의 흐름에 몸을 맡겨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난해 8월 8일 한강과 임진강, 북한 예성강이 만나는 한강하구 중립수역(별도의 군사분계선 없이 남북 양측의 군함이나 무장 병력의 접근이 금지된 수역)을 통해 북한 주민 1명이 귀순했습니다. 당초 2명이 식별됐다가 교동도에서 1명만 신병을 확보했는데, 2명은 가족으로 행방불명된 1명은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만·간조 때 물이 차고 빠지는 조류의 속도는 생각보다 빨라서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조류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고 합니다.

이 지역은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탈북 루트지만
①강물을 통해 몸을 숨기기 쉽고 ②DMZ의 지뢰밭을 건너지 않아도 되며 ③거리상으로도 남한 주민이 거주하는 마을이 지척
이라 많은 북한 주민들이 이곳을 통해 탈북을 시도합니다.

2일 애기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해물 선전마을의 모습. 김경준 기자


북과 1.4㎞ 거리 애기봉OP서 본 북녘



지난 2일 국방부 기자단이 방문한 경기 김포시 애기봉 관측소(OP)는 북한 땅과 불과 1.4㎞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한강하구 중립수역 중 폭이 가장 좁은 곳은 800~900m 정도이니, 강을 사이에 둔 남과 북은 정말 가깝고도 먼 곳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북한군의 훈련 모습이 또렷하게 관찰됩니다. 해병대 관계자는
"북한군이 초소에서 서로 다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한다"
고 귀띔했습니다. OP에서 쌍안경으로 바라본 북녘은 고요했습니다. OP 북서쪽에 위치한 '도고개'라는 언덕 위엔 손톱 크기만 한 대남 확성기의 모습도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애기봉 OP의 정북 방향에 위치한 개풍군 해물마을이라는 곳은 대남 선전용 위장마을이었습니다. 수십 채의 가옥이 지어져 있는데, 최근 수백 명을 강제 이주시켜 실제 생활하는 주민도 있다고 하네요. 발자국을 남겨 북한 주민들의 이동을 감시하기 위한 흙길인 '흔적선'도 보였습니다.

2일 해병대 2사단 관계자가 애기봉 관측소(OP)를 방문한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작전 지형을 설명하고 있다. 해병대 제공


해병대 2사단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김포 반도, 강화도, 교동도, 석모도, 말도 등 도서 지역의 해안선은 255㎞
에 달합니다.
총 248㎞인 DMZ보다도 경계를 해야 할 반경이 더 넓고 복잡
하다고 볼 수 있죠. 게다가 이 지역은 완충구역 없이 바로 도시 지역과 수도권으로 진입할 수 있어 말 그대로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북한에서 1.4㎞ 떨어진 애기봉 생태공원만 해도 매일 수천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지난해 북한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스타벅스 매장이 문을 열면서 더욱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북측 연안군과 마주하고 있는 교동도에는 강화도와 연결되는 교동대교가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고 합니다. 최영길 해병대 2사단장 소장은
"김포시 인구 및 관광객 증가에 따라 작전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다"며 "이에 맞춰 도시형 작전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훈련에 힘쓰고 있다"
고 설명했습니다.

에어컨 없는 장갑차… '준4군 체제' 결실 거두려면



해병대 2사단은 다연장로켓 '천무', K-9자주포, 대함 유도로켓 '비궁', MUH-1 마린온 헬기 등을 운용하고 있는데, 기자단은 '해병대의 꽃'이라 불리는 상륙작전의 필수장비인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를 운용하는 상륙장갑차대대를 방문했습니다. 보병들을 싣고 수상에서 지상으로 상륙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KAAV는 1998년에 기술도입 방식으로 국내에서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차처럼 궤도가 달려있어 험준한 지형에서도 이동이 가능하지만, 최고 속도가 시속 72㎞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느립니다. 연막을 생성시켜 자체적으로 은폐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속도가 느리면 상륙작전 시 적의 로켓이나 드론 등의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더 열악한 것은 에어컨이 없다는 점입니다. 한 해병대 장병은 "여름철 훈련할 땐 5분만 타고 있어도 찜통 속에 있는 것처럼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고 전했습니다. 싸우기도 전에 지치는 셈이죠.

2일 김포 해병대 2사단 상륙장갑차대대에서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가 연막을 형성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해병대 제공


군 당국과 업체는 2015년부터 신형 모델인 KAAV-Ⅱ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지상 최고 속도를 시속 100㎞까지 끌어올리고, 수상 속도와 무장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당연히 에어컨도 갖췄겠죠? 하지만 전력화는 지연되고 있고 재작년엔 설상가상 시험운행 중 사고로 업체 직원 2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해병대를 격상해 '준4군 체제'를 갖추겠다고 약속
했습니다. 요지는 현재
3성 장군인 해병대 사령관을 4성으로 승격
하는 것입니다. 해병대 지위를 높이는 것은 비단 사령관의 계급을 높이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어려운 작전 환경에서 더 완벽하게 경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병력과 장비에 대한 지원이 필요
합니다. 아울러
해병대 본연의 임무인 상륙작전 능력 향상을 위해 해병대 맞춤형 무기체계 개발 및 적시 전력화가 뒷받침
될 때에야 진정한 '해병대 격상'이 실현될 것입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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