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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기 쉬운 여성 비뇨기계 암

비뇨기계 암 증상은 폐경과 비슷
대표적 경고 신호는 무통성 혈뇨
혈뇨 지속되면 정밀 검사 받아야

“소변 보려면 찌릿찌릿하고 화장실도 자주 가고 아주 괴로웠죠. 근데 이게 방광암 증상이었대요. 조금만 빨리 알았어도 요루(인공 소변 주머니)를 차고 살지 않았을 텐데 억울하죠.”

60대 A씨는 소변 때문에 불편한 증상이 여성에게 흔한 방광염 때문인 줄 알았다고 했다. 1년 반 가까이 약국·병원을 오가며 항생제만 받아왔다. 그런데도 낫지 않아 큰 병원에 갔는데 방광암(3기) 진단을 받았다. 암이 방광 근육을 넘어 지방층까지 뚫고 나간 상태였다. 방광을 적출해야 했다.

50대 여성 B씨는 1년 가까이 혈뇨 증상을 묵히다 뒤늦게 방광암을 발견했다. 3개월 간격으로 소변에 피가 보였는데도 주변에서 ‘여자들은 그럴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안심했다.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박용현(대한비뇨기종양학회 홍보이사) 교수는 “여자 비뇨의학과 의사라 그런지 여성 암 환자들이 많이 오는 편인데, 말도 안 되는 속설을 믿거나 적극적인 검사를 꺼려 늦게 오시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한다.

양모(62)씨는 5년 전 아랫배 통증으로 산부인과 병원에서 생애 첫 종합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진에선 자궁이 아닌 우측 신장에서 6㎝가량의 종양이 발견됐다. 하지만 이후 비뇨의학과 진료나 추적 검사를 받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로 병원을 찾았다. 신장에 있던 암이 폐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안 보이는 미세 혈뇨 유무도 봐야
여성 비뇨기계 암은 사각지대다. 비뇨기계는 소변을 만들고 저장하며 내보내는 길을 말한다. 신장(콩팥)에서 소변이 생성돼 신우를 거쳐 요관으로 이동하고, 방광에 저장됐다가 요도를 통해 몸 밖으로 나간다. 이 경로 어디서든 암이 생길 수 있다. 방광암, 신우암, 요관암, 신장암 모두 여성에게 발생한다.

그런데 비뇨기계를 다루는 비뇨의학과는 여전히 남성 전용 진료과라는 인식이 강하다. 전립샘, 발기부전 등 남성 생식기 관련 질환만이 먼저 떠오른다. 여성은 비뇨의학과를 자신과 상관없는 진료과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남성 중심 환경에 불편함을 느끼고 진료를 꺼린다.

게다가 여성에서 비뇨기계 암 증상은 방광염이나 폐경기 증상과 유사하다. 방광암은 방광염처럼 배뇨통·빈뇨로 시작되기도 하고, 신장암은 옆구리 통증이나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요도암은 성교통과 배뇨 곤란을 유발한다. 공통점은 상당수에서 증상이 늦게 온다는 것이다. 여성의 비뇨기계 암 위험 요인의 하나는 폐경 이후 연령인데 이때와 맞물린다. 그러다 보니 증상이 있어도 ‘나이 들어서 그런가 보다, 그냥 지나가겠지’ 하고 참는다. 박 교수는 “이런 자기 합리화가 진단을 늦춰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한다”고 지적했다. 정밀 검사를 받기보다 약만 처방해 달라고 하는 여성 환자가 흔하다.

비뇨기계 암의 대표적 경고 신호는 무통성 혈뇨다. 아프지 않은데 피가 섞인 소변을 본다. 이 피는 눈에 보이기도 하지만 현미경으로만 보이는 미세 혈뇨도 있다. 기본적인 소변검사 결과만 잘 챙겨도 미세 혈뇨 유무가 나온다.

방광염이 자주 재발하거나 혈뇨가 지속하면 비뇨의학과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소변에서 피가 나와도 염증 때문에 그럴 거라며 항생제만 처방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비뇨의학과에서는 방광 내시경, 복부 초음파·CT 등으로 원인을 찾는다. 박 교수는 “2~3㎜의 작은 병변도 간헐적 혈뇨를 유발할 수 있는데 이런 건 초음파·CT 같은 영상 검사만으로는 놓치기 쉽다”며 “방광, 요관, 신우는 요도 입구를 통해 내시경으로 직접 들여다봐야 정확하게 살펴진다”고 설명했다.



방광염 자주 재발 시 의심을
김모(71)씨가 그랬다. 육안적 혈뇨로 병원을 찾았는데 다른 검사에선 이상이 없었다. 전신 마취 후 내시경을 시행했고, 초기 신우암이었다. 신우·요관 적출술을 받고, 10년 넘게 건강히 지내고 있다.

이모(62)씨는 추적 검사에서 방광암을 조기에 발견해 내시경 수술로 치료받은 사례다. 첫 방광 내시경 검사에서 산호초처럼 붉은 점막을 발견했지만 별다른 병변은 없었다. 추적 검사를 권유받았고, 1년 반 뒤 다시 혈뇨가 보였을 때 재검에서 암이 자란 것을 발견했다. 내시경으로 수술했고 2년째 추가 치료 없이 경과를 관찰 중이다. 내시경 검사가 불편하고 민망하다는 이유로 미뤘으면 진단이 지연돼 방광을 살릴 수 없었을 확률이 높다.

방광을 전체 절제하면 삶의 질에 타격이 작지 않다. 장을 이용해 인조 방광이나 요루를 만들어야 한다. 장 마비나 폐색, 요로 감염 같은 합병증이 뒤따를 수 있다. 카테터로 자가 도뇨를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박 교수는 “건강검진이나 동네 병원에서 소변검사 결과만 잘 챙겨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극소량의 혈뇨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비뇨의학과는 남자만 가는 곳이 아니다. 여성도 증상이 있으면 주저 말고 꼭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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