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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30일 워싱턴 디시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행정부 각료 회의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아메리카만’이라고 새겨진 모자를 쓰고 추켜올려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감세 및 지출 법안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 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5일(현지시각)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아메리카당(미국당)을 만들어야 할까’라고 올린 전날 설문에 ‘그렇다’는 답변이 많이 나오자 “2대1이 나옴에 따라, 당신이 원하는 새 정당을 갖게 될 것” “오늘 아메리카당이 여러분에게 자유를 돌려주기 위해 창당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낭비와 부패로 우리나라를 파산시키는 걸 보니, 우리는 민주주의가 아닌 일당제 하에 살고 있다”며 신당 창당 취지를 밝혔다.

머스크는 내년 중간선거를 목표로 적더라도 의석을 얻어낼 수 있을만한 거점을 거점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장의 특정 위치에 극도로 집중된 병력을 투입하는” 전략을 쓰겠다며 예를 들어 “상원 의원 2~3석과 하원 지역구 8~10개에만 집중하는 방법도 있다. 이 정도면 논쟁의 여지가 있는 법률에 대한 결정적 표결로 국민의 진짜 뜻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서명한 감세 및 지출 법안이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조차 불과 1표 차이로 표결을 통과했던 점에 비추면, 충분히 정책 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존재감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며 ‘트럼프 최측근’이 된 머스크는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법안을 놓고 그동안 갈등을 빚어 왔다. 이 법은 1기 때 부유층 세금 감면 조치를 연장하고 국방과 국경 이민단속 지출을 늘리는 내용으로, 향후 10년간 재정 적자가 3조4000억달러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미 의회예산국(CBO)은 추산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예산 절감에 앞장섰던 머스크는 정부 지출을 늘린다는 데 강하게 반발했다. 탄핵까지 시사했던 머스크가 먼저 꼬리를 내리며 둘 간의 불협화음이 잦아드는 듯했지만, 이번 신당 창당 선언을 계기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는 “머스크의 신당은 양당제 선호 구조를 비롯해 여러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며 여러모로 제3당이 성공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짚었다. 다른 나라들은 20~30%의 정당 득표율로 의석을 먼저 확보한 뒤 세력을 더 크게 키워나갈 수 있지만, 이른바 ‘승자독식 구조’의 미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 때 미국 유권자들은 먼저 자기 주의 선거인단이 누가 될지 투표를 하고, 그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다. 선거인단 선출은 해당 주에서 한 표라도 더 얻는 후보가 그 주의 표를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다. 예를 들어 어떤 주의 선거인단 수가 10명이면, 해당 주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 한 표라도 앞선 대선 후보가 있으면 선거인단 열 표를 다 얻는다. 아무래도 제3당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또한 신규 정당을 등록하려면 주마다 요건이 각양각색인데다 지역 주민의 서명 청원서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자유당, 녹색당 등 제3당 후보들이 미국 50개주에 다 등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공화당이나 민주당 소속이 아닌 후보가 선거인단에서 승리한 마지막 사례는 1968년이다. 1992년 민주당·공화당 양 당을 비판하며 등장한 기업가 출신 정치인 로스 페로는 유권자 전체 투표에선 19%를 얻었으나, 선거인단 투표는 한 표도 받지 못했다.

다만 머스크의 전략대로라면 2000년 대선에서 녹색당의 랄프 네이더가 플로리다·뉴햄프셔주에서 민주당의 표를 일부 잠식했던 것처럼, “머스크가 공화당 후보의 출마를 방해하고, 노스캐롤라이나주 같은 경합 지역에서 변화를 가져올 만큼의 표를 확보하는 ‘훼방꾼’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민주당 자문이기도 했던 맥 맥코클 듀크대학교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내다봤다. 그러나 머스크가 기존 사업을 제쳐두고 신당 창당을 밀고 나갈지는 미지수다. 맥코클 교수는 “머스크가 운영하는 기업들이 연방 정부에 그토록 많은 계약을 따냈는데, 이제 와서 그가 자유주의를 내세운 새 정당의 기수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머스크가 남은 인생을 새 정당을 만드는 데 바칠 것 같진 않다. 지금까진 트럼프와의 불화 때문에 트럼프의 업적을 망치려는 의도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2025년 1월19일 워싱턴 캐피털원 아레나에서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집회 무대에 올라 있다. 일론 머스크는 5일 엑스(X)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아메리카당’(미국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EPA연합뉴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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