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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현지시간) 에콰도르 마약왕 호세 아돌프 마시아스 빌라마르, 일명 '피토'가 자택에서 체포된 후 이송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대선 후보 암살을 주모했다는 혐의를 받는 에콰도르의 마약왕이 군에 체포됐다. 각종 호화시설과 비밀 통로로 가득한 호화로운 자택에서 벌어진 체포 작전은 한 편의 영화를 방불케 했다.

에콰도르군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마약왕 '피토'를 체포했다. 본명은 호세 아돌포 마시아스 빌라마르로 에콰도르 마약 갱단 로스 초네로스의 두목이다. 그는 에콰도르의 살인율을 급증시킨 원인으로 꼽힐 정도로 악명을 떨쳤다.

에콰도르군은 그를 추적한 지 1년 6개월만에 그의 자택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그는 갱단의 마약 거점인 서부 마나비 지방에 호화로운 빌라를 짓고 지냈다.

대리석 벽으로 장식된 빌라마르의 저택 모습. CNN홈페이지 캡처
군에 따르면 빌라마르의 자택은 대리석 벽과 수영장, 체육관, 게임룸 등 각종 시설로 이뤄져 있었다. 아직 공사 중인 흔적도 있었지만 가전제품까지 갖춰져 있었다.

특이한 점은 집의 한쪽 구석에 돌 바닥으로 위장한 '비밀 통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통로는 지하 벙커로 이어졌는데 이곳엔 침대와 에어컨, 냉장고 등이 갖춰진 생활공간이 있었다.

이곳에서 빌라마르는 보이지 않았다. 에콰도르군이 집 주변을 감시 비행한 끝에 뒷마당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군은 굴삭기를 동원해 뒷마당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존 라인버그 에콰도르 내무부장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 "군이 발굴을 시작하자 피토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발굴을 계속하면 벙커 지붕이 무너질까 봐 걱정한 것"이라며 "그는 군인들이 있던 해치를 열고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고 설명했다.

빌라마르 자택 내부 비밀통로로 연결된 지하벙커에 군인이 진입하는 모습. 에콰도르군 홈페이지 캡처
로스 초네로스의 창립멤버인 빌라마르는 지난 2013년 살인 및 마약 밀매 혐의로 34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는 전임 수장이 살해되자 감옥에서 차기 수장직을 맡아 갱단 활동에 관여했다. 지난 2023년 대선을 며칠 앞두고 선거 집회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페르난도 빌라비센 시오 후보의 암살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빌라마르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 시날로아와 동맹을 맺고 멕시코 카르텔의 잔혹한 수법을 에콰도르에 들여왔다. 지난해 1월 교도관을 매수해 탈옥했다. 이후 교도소에서 폭동이 잇따르자 정부는 빌라마르를 반드시 잡겠다며 체포 작전을 이어왔다.

군은 빌라마르와 그의 경호원 4명을 체포해 에콰도르의 최고 등급 보안시설인 라 로카 교도소로 이송했다. 빌라마르는 미국에서도 마약 및 무기 소지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다니엘 로보아 대통령은 빌라마르를 미국으로 인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보아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서 이번 체포를 계기로 "더많은 마약왕들이 무너지고 우리는 나라를 다시 되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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