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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95
‘검사 출신 민정수석’-‘속도 조절론’-‘특활비 부활’
검찰은 로봇 태권 브이가 아니라 살아있는 괴물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철 밟으면 안 돼
이재명 대통령이 7월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첫 공식 기자회견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은 국민 여론과 민심 동향 파악, 공직 기강 및 법률, 민원 업무 등을 담당하는 핵심 참모입니다. 대통령의 ‘눈과 귀’ 역할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문재인 전해철 이호철 등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민정수석에 기용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조국 교수를 첫 민정수석으로 기용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나흘 뒤인 6월 8일 오광수 대륙 아주 대표 변호사를 민정수석에 임명했습니다. 검찰 특수통으로 대구지검장을 지낸 사람입니다. 오광수 민정수석은 아내의 부동산 문제로 닷새 만에 사퇴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랜 고민 끝에 6월 29일 봉욱 김앤장 변호사를 민정수석에 새로 임명했습니다. 봉욱 수석은 검찰 이인자인 대검 차장을 지낸 사람입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검찰개혁 등 핵심 과제에서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자들이 ‘이번에도 검찰 출신을 임명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습니다. 강훈식 실장은 “출신 성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검찰개혁을 해 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답변했습니다.

봉욱 수석은 2019년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자리를 놓고 경합한 뒤 검찰을 떠났습니다. 2021년 대법관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10월 김앤장에 들어갔습니다.

2022년 10월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김앤장 회전문 인사로 곤욕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김앤장에 들어갔다는 것은 공직을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그를 민정수석으로 발탁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획 능력이 뛰어나다”고 감쌌습니다. 한덕수 전 총리 때와 견주면 전형적인 내로남불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굳이 검찰 고위 간부 출신들을 잇달아 민정수석에 발탁하는 이유가 뭘까요? 7월3일 기자회견에서 답을 내놓았습니다. 이동은 채널에이 기자가 “속도보다는 부작용 없는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렇다”는 취지로 답변했습니다.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뜻입니다.

“완벽한 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한참 걸린다.”

“검찰개혁은 제도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가 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에서 할 일은 그로 인한 갈등, 부작용, 이런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대통령실 안에도 정부 안에도 검찰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맡는 것이 유용성이 있겠다는 그런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런가요? 검찰개혁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인식에는 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이상한 일은 또 있었습니다. 7월4일 추가경정예산안 의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는 본래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거의 밤 11시가 다 돼서 열렸습니다.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싸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격론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지난 연말 검찰 특수활동비 80억원을 전액 삭감했는데 이번 추경안에서 정부는 6개월 치 41억원을 되살렸습니다. 의원들이 반발하자 “검찰개혁 입법이 완료된 이후에 집행한다”는 부대 의견을 달아서 통과시켰습니다. 이상합니다. 검찰개혁으로 검찰이 직접수사를 하지 않게 되면 특수활동비를 쓸 일이 없게 됩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검찰 특수활동비를 부활시켰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검찰 출신 민정수석 임명, 이재명 대통령의 속도 조절론, 검찰 특수활동비 부활은 ‘같은 흐름의 다른 현상’입니다. 아무래도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검찰개혁 의지가 퇴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검찰을 개혁하려는 것이 아니라 장악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 아닌가요?

검찰개혁은 개혁 세력과 기득권 세력의 전쟁입니다. 기득권 세력은 힘도 세고 기술도 뛰어납니다. 진실과 궤변을 뒤섞은 교묘한 논리를 내세우며 시간을 질질 끌고 개혁을 가로막습니다. 반개혁 세력이 가장 애용하는 궤변이 바로 “개혁은 해야 하지만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개혁에는 부작용이 따릅니다. 부작용 없는 개혁은 형용모순입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사퇴하면서 “형사사법제도는 국민 전체의 생명, 신체, 재산 등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형사사법시스템은 국가 백년대계로 설계돼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전형적인 반개혁 주장입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7월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일보가 6월30일 치 신문에 ‘정성호·봉욱 라인 사법 근본 생각하길’이라는 사설을 썼습니다.

“검찰개혁은 수사권을 정치권력에서 독립시키고 수사기관 간 균형과 견제를 통해 인권을 보호하는 사법의 근본 원칙에서 방향과 내용이 재설정돼야 한다.”

전형적인 반개혁 주장입니다. 검찰개혁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강한 의지와 지혜일 것입니다. 그런데 좀 걱정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기자회견에서 공직 인사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공직사회는 로봇 태권브이와 비슷해서 그 자체로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그런데 결국은 그 헤드에, 조종 칸에 철수가 타면 철수처럼 행동하고, 영희가 타면 영희처럼 행동한다. 철수나 영희가 아무것도 안 하면 제자리에 주저앉아서 엉뚱한 행동을 한다.”

“공직사회, 특히 직업 공무원들은 해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도록 법에 의무화되어 있다. 그걸 해바라기라고 비난하면 안 된다. 내용을 채우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인사권자, 최종 책임자,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대통령이다.”

틀렸습니다. 검찰은 로봇 태권브이가 아니라 살아있는 괴물입니다. 자기방어 및 종족 번식 본능, 그리고 식인 본능을 갖고 있습니다. 조종이 불가능합니다. 정권 초기에는 정치권력에 의해 조종당하는 척하지만, 정권 말기에는 정치권력을 잡아먹습니다. 늘 그런 식으로 개혁을 피하고 몸집을 키워왔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검찰을 장악하거나 개혁하려고 했지만, 검찰에 잡혀먹혔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부패와의 전쟁, 역사 바로세우기에 검찰을 동원했지만, 아들 구속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휘호까지 내렸지만, 아들들의 구속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때 검찰개혁을 강하게 시도했다가 그 대가로 퇴임 이후 보복을 당했습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문재인 대통령일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10일 치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발탁을 두고두고 후회한다”며 국민에게 사과한 일이 있습니다.

“우리 검찰개혁의 본질, 그게 검찰이 가진 수사권을 경찰에 다 넘기고 검찰은 기소청으로서 역할을 하게끔 한다는 건데, 이게 70년의 제도를 바꾸는 것이어서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해요.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입니다. 당장 검찰의 수사권을 다 경찰에 넘긴다면, 그러면 경찰이 그 수사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한민국 경찰이 지금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수준에 와 있나 또는 경찰이 국민에게서 그만한 신뢰는 또 받고 있는 것이냐, 이런 걸 생각하면 그게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에 윤석열 정부의 행태, 그다음에 계엄까지 포함해서, 이걸 보면서 이제는 국민이 검찰의 완전한 개혁, 검찰의 수사권을 전적으로 전부 다 경찰로 넘기고 그 검찰은 기소청으로서만 존속해야 한다는, 이 검찰개혁의 방향에 대해서 이제는 모든 국민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만큼 공감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음 정부는 조속히 그런 검찰 개혁을 완성하고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요?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도 지금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말을 하는 것 아닌가요?

마무리하겠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득권 세력은 ‘국민 기본권’이나 ‘사법 체계의 근본’을 내세우며 어떻게든 검찰의 힘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쓸 것입니다. 차일피일하면서 검찰개혁 시한이 추석 전에서 정기국회로, 연말로, 내년 2월 임시국회로, 지방선거 이후로 계속 미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이재명 대통령 측근 비리라도 터지게 되면 검찰개혁의 동력이 사라지게 됩니다. 또다시 검찰이 승리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연 전임자들의 전철을 피해갈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검찰개혁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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