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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기후 연재를 시작하기에 앞서 지금의 기후 지표를 정확히 짚고 가야 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올해 12월은 치명적인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한 역사적 합의인 '파리협정'이 체결된 지 만 10년입니다. 그동안 지구의 기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보고서가 지난달 발표됐습니다. 유엔 기후변화 보고서 저자들이 직접 참여해 작성한 건데요. (하단 참고문헌 참조) 오늘은 이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상황을 짚어보겠습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45%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파리협정은 지난 2015년 12월에 체결됐습니다. 파리협정의 목표는 지구의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2℃ 이내, 가능하면 1.5℃ 이내로 억제하는 겁니다. 그리고 2018년 우리나라 인천에서 중요한 보고서가 발표됩니다. 유엔 과학 위원회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발표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려면 2030년까지 2010년 배출량 기준으로 온실가스를 45% 감축하고, 2050년에는 순 배출량을 0 즉 탄소중립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림 1 참고).

사진설명: 파리협정 온실가스 감축 목표 [출처: 유엔]

1.5℃를 넘으면 기후 되먹임 현상(빙하와 영구 동토층이 녹고 해양과 육지의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져 기후가 급변하는 현상)이 발생해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지구와 다른 지구에서 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경고도 있었습니다. 이후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보고서 결론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평균기온 1.5℃ 넘었는데‥파리협정은 실패한 걸까?

지난해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52℃ 높았습니다. (그림 2). 1.5℃를 넘었으니 파리협정은 목표 달성에 실패한 걸까요? 아닙니다. 파리협정에서 규정한 1.5℃는 특정한 한두 해의 기온을 말하는 게 아니라 10년 이상 장기간 기온 평균입니다.

사진설명: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기온 상승 [출처: IGCC 자료 재가공]

최근 10년간 (2015~2024년)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24℃ 높았습니다. 아직 1.5℃까지는 0.26℃ 여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0.26℃는 얼마나 여유가 있는 숫자일까요? 이전 10년간 평균기온과 비교하면 감이 옵니다.

이전 10년간 (2005~2014)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0.93도 높았습니다. 1.24에서 0.93을 빼면 0.31이죠. 지난 10년간 0.31℃가 올랐습니다. 지금 추세로 0.26℃도는 10년도 못 버틸 숫자입니다. 그러니까 10년 안에, 아마도 2030년 이전에 파리협정의 1.5℃ 저지선이 돌파될 가능성이 큽니다.



파리협정 이후 온실가스 얼마나 줄였나 봤더니


기온이 상승하는 이유는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입니다. 산업화 이전보다 1.26℃ 상승했다고 했는데 그중 인간의 역할은 1.22℃로 분석됐습니다. 기온 상승의 98%는 인간의 책임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기온 상승을 억제하려면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게 급선무입니다.

파리협정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얼마나 줄었는지 볼까요? 2010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45% 줄이기로 했죠?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501억 톤이었습니다. <그림 3>에서 검은 점입니다. (이 수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이산화질소 등 모든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환산한 겁니다.) 501억 톤에서 45% 감축하면 276억 톤이죠. 그림에서 붉은색 점입니다.

사진설명: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과 파리협정 목표 [출처: IGCC 자료 재가공]

파리협정의 목표는 그러니까 검은색 점에서 붉은색 점으로, 그리고 다시 붉은색 별로 표시된 지점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겁니다. 온실가스를 빠르게 줄여야 하는데 실제 배출량은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습니다. 2010년 배출량에서 2030년 감축 목표까지 직선으로 연결하면 흰색 화살표 방향이겠죠. 배출량이 지금은 300억 톤에서 400억 톤 사이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림에서 보듯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546억 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목표 배출량인 276억 톤에서 이전보다 더 멀어졌습니다. 1.5℃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40억 톤씩 줄여야 하는데 40억 톤은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6배가 넘습니다. 매년 우리나라 같은 경제 대국 6개 나라의 탄소 배출 활동을 거의 멈춰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입니다.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약속 제출 마감시한 임박, 관건은?

올해는 파리협정에 따라 새로운 NDC(Nationally Dertermined Contribution, 각국이 자율적으로 설정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해야 하는 해입니다. 파리협정은 5년마다 NDC를 갱신하도록 하는데, 우리나라는 2020년에 첫 NDC를 제출했고 2021년에는 목표를 높인 상향안을 제출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배출 정점인 2018년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를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올해 제출하는 2차 NDC에서는 2035년 목표를 제시해야 합니다. 2030년까지 목표가 40%였으니까 5년 뒤인 2035년 목표는 40%보다 훨씬 높은 수치가 돼야 하겠죠. 파리협정은 새 NDC는 반드시 이전보다 진전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엔은 1.5℃ 목표를 달성하려면 2019년 배출량 기준으로 2030년까지 43%를 감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각국 정부가 내놓은 공약은 필요한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유엔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최대 배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의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대폭 강화하고 배출량을 빠르게 줄이기 위한 과감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최근 일시적으로 지구의 기온이 1.5℃를 넘는 등 파리협정 목표 달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비관적이기만 한 상황일까요?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짚어보겠습니다.

참고문헌:
doi:10.5194/essd-17-2641-2025

https://essd.copernicus.org/preprints/essd-2025-250/




《뉴스인사이트팀 김승환 논설위원》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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