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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300가구 '메이플자이' 입주 시작과 동시에 대출 규제…전셋값 급락
조건부 전세대출 막히자 대출 안받는 임차인 선호…전셋값 낮춰주기도
비수기 겹쳐 전세시장 냉랭…"매수 막히면 점차 전세 수요 늘고, 월세 전환 가속화"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는데 이번 대출 규제로 날벼락을 맞은 격이에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다보니 집주인의 잔금 마련에 차질이 생기고, 전세도 잘 안 나갑니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지 않는 임차인이 귀하신 몸이 됐어요."

지난달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얘기다.

지난달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단지 모습. [촬영 서미숙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총가구 수가 3천307가구에 달하는 이 아파트는 입주와 동시에 초고강도 대출 규제를 맞으며 어수선한 분위기다.

지난달 28일 이후 체결되는 전세 계약은 임차인이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경우, 그 보증금으로 집주인의 분양 또는 매매 잔금 납부가 금지되면서 자금 마련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서초구는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지만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상 신규 분양 아파트는 거래 허가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새 아파트 분양 계약자는 토허구역 내에서 자신이 입주하지 않고 바로 전세를 놓을 수 있다. 다만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가 3년 유예된 상태여서 3년 이내에 분양 계약자가 실거주를 해야 한다.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바로 입주하지 않고 내놓은 전세 물건은 보증금을 받아 분양 잔금을 납부하려는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규제 시행 전에 계약이 된 전세 물건은 지장이 없지만 지금 계약하는 것들은 임차인이 대출을 받으면 분양 잔금으로 돌릴 수가 없어 계약 성사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신축 아파트 인기 속에서도 전세 계약이 더디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안 그래도 여름 휴가철은 전세 수요도 감소하는 비수기인데 대출 규제까지 겹쳐 전세 거래가 과거보다 쉽지 않다"며 "잔금 대출은 6억원 한도 없이 종전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어 다행이지만 사정상 당장 입주를 못 해 전세를 놓으려던 사람들의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집주인들은 전세자금 대출을 받지 않는 세입자를 선호한다. 하지만 전셋값이 높아 대출 없는 임차인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잠원동의 또다른 공인중개사는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전셋값을 1억원 정도는 낮춰 주겠다는 집주인들도 있다"며 "입주 기한이 다가올수록 이런 집주인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전셋값도 약세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 전세는 한두 달전 호가가 18억∼19억원에 출발했으나 현재 14억∼15억원대로 떨어졌다.

메이플자이는 초대형 단지임에도 입주 기간이 다음달 28일까지로 두 달이 채 안 돼 전셋값이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까지 더 하락할 수 있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보고 있다.

메이플자이 입주 여파로 인근 아파트 전셋값도 약세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통계에 따르면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3월 마지막 주(-0.01%)부터 지난주(-0.15%)까지 석 달 가까이 하락했고 낙폭도 커지고 있다.

강남3구·강동구 등 동남권을 통틀어 최근 전셋값이 하락한 곳은 서초구가 유일하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입주 단지뿐만 아니라 기존 아파트 전세 시장도 냉랭한 분위기다. 계절적 비수기에다 초강력 대출 규제가 겹치며 신규 거래가 많지 않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매 시장은 쥐죽은 듯 조용하고, 전세는 재계약(갱신 계약)이 대부분"이라며 "최소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전셋값도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아파트값이 크게 올라 전세를 끼고 후순위 대출까지 받는 매수자들이 많았는데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고, 담보대출을 받으면 실입주를 해야 하니 매매도 전세도 거래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달 21일부터는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도 80%로 줄인다고 하니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상급지로 이전하려는 전세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세 시장은 점차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단 다세대·연립주택 등 빌라 공급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내년 서울의 민영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할 전망이다.

여기에 초강력 대출 규제로 인해 집을 사려던 사람이 매수를 포기하고 전세로 눌러앉는 경우가 늘어나면 전셋값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전세 대출이 줄어든 만큼 보증금의 일부를 월세로 돌리려는 임차인과 전세 대출 없이 임대를 놓으려는 주택 매수자의 요구가 맞아떨어지면서 보증부 월세 전환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인은 "앞으로 대출 규제가 지속돼 전세를 끼고 임대를 놓으려는 투자 수요가 감소하면 전세 물건도 줄어들지 않겠느냐"며 "다만 전세 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는 등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전세 시장도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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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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