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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성수타운매니지먼트’ 출범식 열어
전통 제조업 밀려난 자리엔 ‘팝업 매장’ 자리잡아
성수동의 급격한 발달 속 ‘상생’방법 찾을지 관건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 오래된 옛 건물과 새롭게 단장한 건물들이 어우러져 있다. 류인하 기자


지역이 성장해 발전 가능성이 보이면 자본이 유입된다. 거대 자본은 기존 상권을 밀어낸다. 임대료가 오르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원주민들은 점차 외곽으로 내몰린다. 지역의 색을 만들어내던 원주민이 떠난 자리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점령한다. 전형적인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의 과정이다.

서울 성동구가 지난 6월 19일 성수동 ‘언더스탠드 에비뉴’에서 지역 50여개 기업과 200여 명의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성수 타운매니지먼트’ 출범식을 열었다.

성수동에 정착한 기업과 상인들, 더 세부적으로는 임대인과 임차인들이 어떻게 하면 지역을 더 발전시키면서도 서로 쫓아내고 쫓기지 않는 ‘상생’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보자는 취지다.

성수동은 지난 10여년간 말 그대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과거 매연으로 가득한 준공업 중심의 낙후지역이었던 성수동은 이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앞다퉈 들어서는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2014년 기준 1만 여개였던 성수동 내 기업수는 10년새 1만9200여 개로 92% 이상 증가했다.

기업의 종류도 점차 바뀌고 있다. 제조업 기반 도시였던 성수동은 점차 지식산업·IT기술 기반 기업이 중심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한 기업은 2013년 1916개에서 지난해 5915개로 급증했다.

성수동은 패션·문화사업의 중심지 역할도 가져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와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물론 무신사, 젠틀몬스터, 크래프톤, SJ그룹 등 거대 기업들이 성수동에 자리잡았다. 성수동은 새로운 브랜드의 ‘테스트베트(시험무대)’ 역할도 하고 있다.

공장 노동자들과 배달노동자들이 매일 오가던 연무장길 역시 이제 MZ세대들과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팝업의 성지’가 됐다.

하지만 급격한 발전은 명확한 부작용을 낳았다.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2015년 ‘지역공동체 상호협력 및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자본력을 가진 프렌차이즈가 밀려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서울숲길을 포함한 성수1가2동 일대를 ‘지속가능발전구역’을 지정했다.

프렌차이즈의 진입은 상당부분 억제했지만 완벽한 방어는 불가능했다.

성동구는 지난 6월 19일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성수 타운매니지먼트 출범식’을 개최했다.정원오 성동구청장(사진 가운데)과 기업 대표들은 출범식 직후 기념 촬영을 했다. 성동구 제공


지난달 30일 연무장길에서 만난 한 금속제조업 대표 A씨는 “나도 이제 2년 뒤면 이 곳을 떠난다”라고 말했다. A씨의 사업장은 팝업스토어로 뒤덮인 연무장길에 유일하게 남은 금속제조업 공장이다. 그는 이곳에서 25년째 공장을 운영해왔지만 이제 떠날 준비를 한다. A씨는 “성동 타운매니지먼트인지 뭔지 하는 건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연무장길 마지막 남은 제조공장 “나도 떠난다”

“이제 여기서는 공장을 운영할 수가 없어요. 이정도 평수면 월세를 800만원 이상 부르는데, 이런 영세 금속가공업체에서 월 800만원을 어떻게 감당하겠어요. 나도 아직은 젊으니 진접(경기 남양주)이나 하남쪽으로 가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죠.”

A씨는 자본력 앞에서 임차인들은 아무런 힘이 없다고도 했다.

“여기 바로 옆 건물은 한 층이 밥집이었는데 안 나가고 버티니까 건물주가 아니라 새로 들어올 세입자가 9억8000만원을 주고 내보냈어요. 그 돈 주면서 나가라고 하면 누가 버티겠습니까. 그나마도 그렇게 돈을 주면 다행인데, 일부 건물주들은 법무법인을 사서 해결해버리기도 하죠. 이 동네가 그렇게 다 바뀐 거예요.”

오랫동안 영업을 이어오던 상인들이 떠난 연무장길에는 팝업을 위한 건물만 남았다.

연무장길의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비어있는 한 건물을 가리키며 “저기 하루 대여료가 2000만원”이라고 말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장기임대를 놓는 것보다 팝업 장소로 대여하면 한 번에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때문에 연무장길을 걷다보면 곳곳에 ‘팝업 행사 문의’라는 현수막과 함께 비어있는 건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에 보이는 팝업매장용 건물. 류인하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에 보이는 팝업매장용 건물. 류인하 기자


성수동 인근 대부분의 공인중개사무소에는 중개업무로 ‘매매, 임대’와 함께 ‘팝업’이라는 문구도 함께 게시돼 있다.

한 부동산PF 전문가는 “공인중개업소에서 ‘팝업 건물’을 중개하는 곳은 성동구가 유일무이하다”라고 말했다. 건물주들이 기존 임차인을 내보낸 뒤 부동산중개업자를 끼고 빈 건물에 1~2주짜리 팝업 행사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원주민 몰아낸 ‘팝업’…‘공공팝업’이 대안될까

과거 성수동의 특색을 살리면서 작은 규모로 해오던 팝업매장 조차 이제는 이곳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대기업의 팝업행사가 늘어나면서 대여 단가 자체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명품업체에서 하는 행사는 건물 전체를 자기네들 특색에 맞게 바꾼 뒤 팝업행사를 하기 때문에 규모도 크고, 초청인사들도 유명인들이 많다보니 하루 행사에 몇 천 만원이 오가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대기업이 여기를 망쳐놓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4년 전에 비해 팝업임대료가 거의 10배 가까이 올랐으니 소상공인들이 연무장길에서 팝업행사를 한다는 건 이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성동구도 이같은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형성된 팝업 임대료를 관이 임의로 조정할 수는 없다. 결국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공공 팝업스토어’다.

연무장길이나 성수카페거리 등에서 팝업전시를 하기 어려운 중소브랜드들이 저렴한 가격에 팝업행사를 할 수 있도록 공공이 공간을 내어주기로 한 것이다. 큰 돈을 들여 사설 팝업매장을 임대하지 않아도 공공팝업 공간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충분히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공공팝업이 성공해야 소상공인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민간매장을 빌리는 일이 줄어들고, 천정부지로 치솟은 팝업매장 임대료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이라는 계획도 담겨있다.

첫 팝업스토어는 지하철2호선 뚝섬역 인근 ‘성수산업혁신공간’에 마련됐다. 1층은 팝업스토어 매장으로, 2층은 인근 직장인들의 회의장소로 만들었다.

성수 공공팝업스토어. 성동구 제공


첫 팝업스토어 매장을 맡은 최원석 프로젝트 렌트 대표는 “팝업을 하는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는 콘텐츠”라며 공공 팝업스토어 활성화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2018년부터 이곳에서 약 350여 개의 팝업매장을 만들어낸 1세대다.

물론 이것은 ‘성수 타운매니지먼트’ 계획의 극히 일부분이다. 성수 타운매니지먼트는 일종의 ‘성수형 도시재생’이다. 사실상 지금껏 시도해보지 않은 방식의 도시재생 방식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시행해온 도시재생은 대부분 실패한 모델로 남았다. 성수형 도시재생은 업계의 말을 빌리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지 않는 방식’의 도시재생이다.

토지소유자 또는 기업은 유·무형적 기여를 통해 지역가치를 상승시키고, 지역가치 상승이 기여자의 자산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즉 각자의 이익을 쫓는 방식의 중심에 임대인과 임차인, 기업이 다함께 ‘공생’하는 환원구조를 만드는 게 성수 타운매니지먼트의 핵심이다.

다만 실제 이것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본질적으로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를 이타적으로 운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박장선 성동지역경제혁신센터장은 5일 “함께 살아남아야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일깨워주는 게 성동구의 역할이고, 성수 타운매니지먼트 사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성동구는 ‘팝업의 성지’라는 타이틀로 수 많은 사람과 기업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지만 그 이면에는 ‘팝업스토어에 의한 젠트리피케이션’이 부작용으로 등장했다.

성동구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지난달 ‘공공팝업스토어’를 설립했다. 첫 매장은 성동구에 처음 팝업스토어를 들여온 ‘프로젝트 렌트’가 맡았다.

‘성수 산업혁신공간’에 들어선 제1호 공공팝업스토어는 오는 8월 30일까지 운영한다. 프로젝트 렌트는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스토리’와 ‘콘텐츠’만 제대로 갖춘다면 민간보다 더 나은 공공팝업스토어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성동구는 공공팝업스토어 공간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중 성동 안심상가 19호점과 성수동 일대 공개공지 30곳 중 사용가능한 부지를 검토해 공공 팝업스토어를 추가운영하기로 했다. 성수동을 ‘테스트베드’로 삼고 싶은 소규모 기업과 상인들이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게 목표다.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3법 개정에도 지속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정원오 구청장이 협의회장으로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와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지방정부협의회’는 지난 2023년 상가건물입대차보호법,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등 3개 법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성동구는 “성수동에 다양한 팝업스토어가 운영되면서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에 자본력이 있는 기업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팝업스토어를 활용하면서 단기 임대차 상가의 임대료가 주변 상권의 임대료 상승을 견인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자체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함께 팝업과 함께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각종 폐기물에 대한 단속도 집중 추진한다. 팝업스토어 설치 및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분리배출을 적극 유도하는 한편 주·야간 단속반이 지속적으로 방문·계도하고 있다.

특히 유동인구 증가에 따른 생활폐기물도 집중적으로 처리 중이다. 평일 저녁시간과 주말동안 연무장길 청소인력 및 수거횟수를 늘리고, 가로 쓰레기통도 추가 비치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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