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금(金) 가격 전망을 두고 증권가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상반기 달러 약세와 탈달러 흐름 속에서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급등한 만큼 고점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뉴스1 제공
6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금 현물은 뉴욕 상품거래소(COMEX)에서 온스당 3342.4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연초 대비 27.4% 상승한 수준이다. 금 가격은 올해 4월 사상 최고치인 3500달러를 기록한 이후 소폭 낮아져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은 금 가격이 다시 3500달러를 향해 반등할지, 내리막길을 탈지에 쏠리고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은 올해 3분기(7~9월) 금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330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씨티그룹은 내년 하반기까지 금 가격이 2500~2700달러 수준으로 20% 이상 내려갈 것이란 관측도 제시했다.
씨티그룹은 “올해 말과 내년에는 금 투자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와 미국 성장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했고,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런 흐름은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대규모 감세법안인 일명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도 금값 하락 전망의 근거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법안은 대규모 감세와 재정 지출 확대를 골자로 한다. 강력한 경기부양 효과를 노리는 법안인 만큼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 안전자산인 금 수요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영국 등 주요국과 어떤 방향으로든 무역 협상 결과를 낼 것이란 점도 금 가격 하락 전망의 배경으로 꼽힌다. 관세 이슈가 일단락되고 미국 경제 전망이 상향 조정되면 금에 대한 투자 수요는 더욱 약화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서울 종로구 골드팡 종로직영점에서 관계자가 금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제공
다른 한편에서는 하반기에도 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이 ‘탈달러화’에 나서면서 금 매입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95%가 향후 12개월 내 금 보유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보다 다극화된 세계 질서 속에서 신흥국의 탈달러화 노력은 장기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홍 연구원은 “지난 3년간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금 매입이 연간 20%에 가까운 금 가격 상승을 견인한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금 가격의 장기적인 우상향 흐름은 유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도 금 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최근 JP모건은 내년 금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4100달러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금은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 침체), 통화가치 절하, 미국 정책 리스크 등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헤지(Hedge·위험 회피) 수단 중 하나로 남아있다”고 했다.
조선비즈
조은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