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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보상 욕구 자극하는 '도파민 뱅킹'
만보기·가상 나무 키우며 잔돈 벌기 쏠쏠
게임과 챌린지로 저금, 랜덤 금리 받기도
'Z세대' 고객에 어필... 중장년 참여도 ↑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만보기와 같은 그림 찾기, 가상 동·식물 키우기, 블록 깨기, 음악 감상, 퀴즈 맞히기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정답은 모두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이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겁니다. 특히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최근 이런 식의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어요. 예금, 대출, 공과금 납부 등 기본 업무를 넘어 은행이 교육이나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산업에 뛰어들기라도 한 걸까요?

금융권에선 이런 시도를
‘도파민 뱅킹
’이라고 부릅니다. ‘행복 호르몬’이라는 도파민을 자극하는 디자인·설계 요소를 금융상품과 서비스에 접목시킨 것인데요. 재미와 만족감 같은 긍정적 감정은 키우고, 부정적 감정은 약화시켜 고객들의 재방문율을 높이고 관여율을 끌어올리려는 마케팅 전략이에요. 기본적인 공식이 ‘
이용할 때마다 즐거움과 금전적 보상을 제공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득이죠. 잠시 숨 돌리는 틈을 타 도파민과 계좌를 충전하러 떠나볼까요?

미션 깰 때마다 잔돈 버는 '앱테크'

왼쪽부터 카카오뱅크 '매일 걷고 혜택받기', 케이뱅크 '돈나무 키우기', 토스뱅크 '하루 1분 뇌 운동' 서비스 이용 화면.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애플리케이션 캡처


이런저런 미션을 깨며 보상금을 모으는 ‘앱테크’ 서비스는 도파민 뱅킹의 대표 사례로 꼽혀요.
카카오뱅크
의 경우 지난해 말
‘매일 걷고 혜택받기’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지난달 9일까지 250만 명이 이용했다고 해요. 만보기형 앱테크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편의성과 귀여움으로 차별화를 노렸어요.
열심히 걸어 혜택 구간에 도달했다면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에 간식과 물을 주는 애니메이션을 실행시켜 보상
을 받으면 돼요. 현금이 내 계좌로 즉시 입금된다는 점도 장점이죠. 이 외에도 카카오뱅크 앱에는 ‘카드 짝 맞추기’, ‘색깔 맞히기’, ‘음악 감상하기’ ‘OX 퀴즈’ 등 현금 보상을 주는 서비스가 생각보다 많아요.

케이뱅크
는 지난해 3월
게임형 앱테크인 ‘돈나무 키우기’
를 출시했어요. 매일 앱에 출석해
물을 주고
임무 수행으로 받은 영양제를 먹이면 돈나무가 자라고, 다 자랐을 땐 최대 10만 원의 현금 보상
을 받을 수 있어요. 케이뱅크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약 232만 명의 고객이 2,000만 그루 이상의 돈나무를 키웠답니다. 한 명이 135그루를 키운 사례도 있었고, 가장 많은 보상을 받은 고객은 12만5,000원을 계좌로 가져갔습니다. 돈나무 덕분에 케이뱅크 앱의 대출이나 예·적금 상품 페이지 방문 수도 덩달아 늘었다고 하니 은행 입장에서도 좋겠죠?

토스뱅크
앱도 날마다 ‘오늘 미션’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카드 외우기, 영수증 물건 금액 계산하기 등 간단한 게임으로 구성된
‘하루 1분 뇌 운동’
으로 기억력과 연산력을 훈련하며 매일 1~10원씩 보상금을 모을 수 있어요. 이 밖에 ‘금융 퀴즈’, ‘환율 맞히기’ 등도 매일 참여 가능한 소소한 앱테크 서비스입니다.

저축하며 재미까지 '펀(Fun)세이빙'

왼쪽부터 토스뱅크 '게임 저금통', 카카오뱅크 '26주 적금', 케이뱅크 '궁금한 적금' 이용 화면. 토스뱅크·카카오뱅크·케이뱅크 애플리케이션 캡처


재미 요소를 접목한 저축형 상품도 많아지고 있어요. 가장 따끈따끈한 건
토스뱅크가 5월 22일 출시한
‘게임 저금통’
이에요. 저금통에 동전을 넣듯 수시입출금통장에 100원씩 저금할 때마다 게임판의 블록을 깰 수 있는데, 30개 스테이지에 100가지 이상의 젤리가 숨겨져 있다고 해요.
랜덤 보상금을 이자처럼 챙기면서 나만의 ‘젤리 도감’을 채워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죠. 토스뱅크 관계자는 “
은행을 숫자만 보여주는 곳이 아닌 ‘즐거운 공간’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저축과 재미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기획했다”고 설명했어요. 관심도 뜨겁습니다. 출시 후 15시간 동안 1초에 2명꼴로 가입해 빠르게 10만 계좌를 달성했고, 한 달 만에 누적 고객 수 50만 명을 돌파했대요.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
도 놀이처럼 돈을 모으는 상품이에요. 26주 동안 매주 최초 가입 금액만큼 자동 증액해 저금하는 구조라 1,000원으로 시작하면 마지막 주 입금액이 2만6000원까지 늘어나요. 일종의 ‘챌린지’죠. 꾸준히 납입하면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목표 달성 캘린더를 완성해주고, 중간에 연 1%포인트, 마지막에 연 2%포인트 우대금리를 받게 돼요. 종종 한정판으로 열리는
제휴 적금에 가입하면 돈을 넣을 때마다 이자 외에 할인 쿠폰과 포인트 등 브랜드별 추가 혜택
까지 누릴 수 있어요.

케이뱅크는
지난해 11월
‘궁금한 적금’
이라는 한 달 만기 적금을 선보였어요.
매일 최소 100원에서 최대 5만 원의 금액을 입금하면 랜덤 금리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 한 편이 열려
,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해 꾸준한 적금 참여를 유도하는 상품입니다. 현재 판매 중인 ‘시즌3’ 상품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와 협력해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릴로 앤 스티치’의 주인공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고 해요. 만기까지 유지하면 이야기 결말에 도달하고, 최대 연 7.2% 금리를 받을 수 있어요.

해외서도 주목... "'젠지' 이탈 막는 데 효과적"

영국 핀테크 기업 '클레오'의 AI 챗봇 '머니 코치'가 제공하는 메시지 예시. 자료=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클레오


도파민뱅킹은
해외에서도 금융 트렌드
로 주목받고 있어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금융에 즐거움을 더하는 도파민 뱅킹의 부상’ 보고서에서 대표 사례 하나만 살펴볼게요. 영국의 금융기술(핀테크) 기업 ‘클레오’는 쉽고 유머러스한 맞춤형 금융 조언을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챗봇 ‘머니 코치’
로 고객의 도파민을 자극해 2023년 수익이 6,59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21% 급증했다고 해요.

재미있는 점은 고객이 머니 코치의 말투를 냉소적인 ‘디스 모드’와 친절한 ‘칭찬 모드’ 중 고를 수 있게 했다는 건데요. ‘디스 모드’ 챗봇은 패스트푸드점을 자주 찾는 고객에게 한심하게 쳐다보는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을 보내며 “또 가면 그냥 고정 지출로 추가할게”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칭찬 모드’는 “이번 주에 여행비를 덜 썼네. 귀여운 레전드 집순이 같으니라고!”라며 시상식에서 배우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는 이미지를 띄우는 식이죠. 고객의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다음 주 금요일 데이트하려면 커피 값 아끼세요” 등 구체적인 조언을 건네고, 개인화된 ‘절약 미션’과 게임 콘텐츠도 제공해요.

그래픽=송정근 기자


몰입형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는 도파민 뱅킹은 ‘젠지(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등장과 함께 부상했습니다.
Z세대의 △경험 중시 △재미 우선 △보상 추구 특징이 서비스에 고스란히 반영
된 건데요. 디지털 네이티브인 이 세대는 이색적이고 실감 나는 경험을 소비하는 데 투자하고, 재미있고 흥미로운 내용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짙어요. 무엇보다 다른 세대보다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까다로운 고객이죠. 강윤정 KB경영연구소 연구원은 “
도파민 뱅킹은 거래 은행 변경률이 높고 ‘광고 차단(애드 블로킹)’ 성향이 강한 Z세대 이탈을 막는 효과적인 도구
가 될 것
”이라고 분석했어요.

Z세대만 열광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선 디지털 환경에 완벽 적응한 중장년층도 활발하게 사용
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앞서 언급한 토스뱅크의 ‘게임 저금통’의 경우 게임 참여도는 10대와 20대가 두드러졌지만 가입률은 50대 이상이 가장 높았어요. 카카오뱅크의 5개 앱테크 서비스 이용자 비중을 세대별로 나눠봤을 때도 50대 이상이 26.4%나 됐고, 40대까지 포함하면 절반 이상을 차지했죠.

저금리 시대에 진입하면서 도파민 뱅킹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
도 나옵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금리로부터 기대하는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미션 수행 등을 통해 즉각적 보상과 재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금융 활동 동기부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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