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세놓은 방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신고였다.

날이 풀리면 으레 그런 신고가 들어온다.
잠긴 문 안쪽, 쥐 죽은 듯 고요한 집,
그리고, 이상한 냄새가 난다.

썩은 것도 고약한 것도 아니고
꼭 ‘이상한’이란 수식어가
앞에 붙는 데엔 이유가 있다.
일반인들에겐 익숙지 않은 냄새이기 때문이다.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누군가의 임종을 지켰을 때
유사한 경험을 할 수도 있지만
오래된 시신, 부패한 시신의
냄새는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

굳이 표현하자면 억울한 죽임을 당한 계란이
원혼이 되어 나타난 듯한 냄새랄까.
그 강렬함과 생소함이
사람의 마음에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소방관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고독사 현장에서 받은 충격 때문에
현장을 떠난 동료들도 여럿 있었다.



# 시커멓게 썩어가고 있던 그것의 정체


그날 출동한 곳은 원룸 건물이었다.
건물주가 먼저 도착해
공동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부터 희미하게 풍기던 ‘이상한’ 냄새는
3층 복도에 들어선 순간 진해졌다.
문제의 장소는 20대 남녀가 동거하는 방이었고
몇 달째 월세가 밀렸다고 했다.

분명 저 문을 들어서면
부패한 시신이 우릴 맞이하리라 상상하자
섬찟함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구조대원이 전자 도어록 기판과
문 사이에 끌을 집어넣었다.
망치로 내려치다 내려치다
문짝이 넝마가 될 즈음
겨우 기판이 떨어져 나갔다.

집주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죽음을 목도하리란 직감에서 오는 초조함,
문짝 교체 비용을 떠올리는 바람에
피어난 절망감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기판이 떨어져 나간 구멍에
일자 드라이버를 집어넣고 휘젓자 문이 열렸다.
동시에 작업을 하는 동안
스멀스멀 새어나오기만 하던 냄새가
작정한 양 문 밖으로 쏟아졌다.
코 안쪽이 찡해서 코피가 터질 것 같았다.

쫄지 말자.
나는 아직 살아 있다.
다짐하듯 되뇌며 뛰듯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 젊은 연인은 어디로 갔을까


쓰레기와 잡다한 살림살이로
가득한 방을 상상했는데 의외로 뭐가 없었다.
아니, 거의 텅 비었다고 보는 게 맞겠다.

방에도 화장실에도
눈 씻고 봐도 사람은 없었다.

젊은 연인의 죽음을
마주할 생각에 마음을 졸였는데
뒤통수를 걷어차인 기분이었다.

보통 수십 초만 지나면
후각이 마비돼 시체 썩는 냄새도
그럭저럭 견딜 만해 지는데
이 방의 냄새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지독해지는 것 같았다.

코를 찌르는 냄새 외에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분명 다 챙겼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들이 두고 간 것.

소방관을 따라 들어온 집주인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걸 어떻게 해요! 이걸 도대체 어디에 얘기해야 해요!”
방 한가운데 그것의 악취는 상상을 초월했다.
집주인을 울부짖게 만든 냄새의 정체,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4100

‘119구급대원의 고백’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6684#’ 여교사 유언이었다…교감이 두려워한 소문의 실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1934

피범벅 남자와 의문의 여자…"쪽팔렸다" 소방관의 고백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7082

“정녕 한국이 낙원입니까” 썩은 탈북자 시신, 그 옆 성경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7834

저수지 뒤지다 기겁했다…치매 노모 실종 5시간 뒤 생긴 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5282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2115 임은정 “난 검찰 장례 치르는 장의사”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14 “양산 쓰면 하남자? 그냥 하남자 할랍니다”···폭염·뙤약볕에는 성별이 없다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13 국힘, 이진숙 후보 '논문 표절' 의혹에 사퇴 촉구‥"연구 윤리 파괴자"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12 이재명 대통령이 9년간 비어 있던 특별감찰관 임명에 적극적인 이유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11 쿠팡은 안 되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된다···소비쿠폰 21일부터 신청[일문일답]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10 매일 지시 받으며 일하는 나, 4대보험이 안 된다?···‘가짜 프리랜서’ 확인해보세요!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09 임은정 "검찰 장례 치르는 장의사 역할…잘 감당해 보겠다"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08 “새 정부는 다를 줄 알았는데”···대통령실 앞 시위하다 강제로 들려나간 활동가들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07 일본 도카라 열도에서 규모 5.4 지진…보름 동안 1,400회 넘게 일어나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06 로봇의 기막힌 발레파킹… 현대차그룹 AI 영상, 전 세계로 '역주행'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05 내란특검, 尹 추가소환 통지 안했다…바로 구속영장 청구 검토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04 대통령실 특활비 늘리느라 검찰까지? 떨떠름한 민주당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03 주진우, ‘주담대 최대 6억’ 대출규제에 “文정부 실패 데자뷔”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02 "폭염 잊고 바다로 풍덩" 주요 해수욕장 피서 인파로 북적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01 숨진 동료 눈앞에서 봤는데… 트라우마 노동자 복귀 지시한 한전KPS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00 "부산 시민은 25만원 필요없어" 국힘 박수영에…"그럼 본인이 소비쿠폰 주실 거냐" new 랭크뉴스 2025.07.06
52099 [단독] 특검, 김선교 의원 출금…원희룡에 '양평노선 변경 요청' 의혹 new 랭크뉴스 2025.07.06
52098 고강도 대출 규제 통했나… 끓어오르던 서울 아파트 거래 '뚝' new 랭크뉴스 2025.07.06
52097 ‘상투 잡았나’ 집 계약 취소 속출… 李 ‘맛보기’ 발언에 숨죽이는 시장 new 랭크뉴스 2025.07.06
52096 ‘60만명 동의’ 이준석 제명 국회 청원, 역대 2위로 마감 new 랭크뉴스 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