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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그렌펠 화재 사건: 진실 속으로'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영국 런던 북켄싱턴 지역에 있는 그렌펠은 노동자 계층이 주로 거주하던 고층 아파트로 막힘없는 전망이 일품이었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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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중심부 북켄싱턴 지역에서 불이 난다. 24층짜리 아파트 그렌펠 타워에서였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걸로 보였다. 콘크리트 건물은 쉽게 번지지 않으니까. 현실은 달랐다. 화마는 순식간에 건물 전체를 삼키기 시작했다. 고층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적용되는 행동 규칙이 무용지물이 될 정도로 빠른 시간이었다. 2017년 6월 14일 밤 그렌펠 타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①사람들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렌펠 화재 사건으로 72명이 죽었다. 슬픔과 추모는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다. 넷플릭스 제공


화재가 났을 때 그렌펠 거주자도, 소방 당국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콘크리트 건물에서는 위아래로 불이 잘 번지지 않으니 한 층만 집중적으로 불길을 잡으면 된다는 인식이 있어서였다. 거주자들은 ‘대기하라(Stay Put)’라는 기본적인 행동 규칙에 따라 각자 자신의 집에서 화재가 진화되기를 기다렸다.

문제가 있었다. 그렌펠은 1974년 지어졌다.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40년 넘은 건물이었다. 북켄싱턴 지역은 부촌이면서도 가난한 이들이 사는 곳이다. 부자들 입장에서 그렌펠은 흉물이었다. 무뚝뚝한 콘크리트 건물에 자신들보다 아래 계급인 노동자층이 사는 게 못마땅했다. 40년여 된 건물에 미관 작업이 필요하다고 봤다.

②탐욕과 탈규제가 빚은 비극

그렌펠은 불이 꺼진 후 그을린 듯한 모습이 됐다. 연소성 강한 외장재를 쓰지 않았다면 불길이 위로 번지지 않았을 거다. 넷플릭스 제공


건물 미관 작업이 뒤따랐다. 외장재로 그렌펠 타워의 외관을 개선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반짝거리는 알루미늄 소재가 그렌펠 타워 바깥을 장식했다. 작업에 나선 지역자치단체는 비용 절감을 고려했다. 외장재는 연소성 강한 제품이 채택됐다.

외장재 제조 회사는 연소성 강한 알루미늄 제품이 고층 건물 외장에 사용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이윤이 중요했다. 때마침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정부는 규제 철폐를 외쳤다. ‘대기하라’ 정책 역시 폐기 요청이 있었으나 정부는 무시했다. 제품이 가진 치명적인 문제는 영국 수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그렌펠 타워를 관리하는 지자체는 안전은 고려하지 않고 싸구려 외장재를 사용했다.

③그렌펠만의 문제일까

테레사 메이 전 영국 총리는 그렌펠 화재 당시 정부의 미숙한 대응과 과오를 인정한다. 넷플릭스 제공


다큐멘터리는 8년 전 비극의 현장으로 시청자를 데려간다. 당시 거주자로 생존한 이들의 회고를 듣고, 소방대원의 증언을 듣는다. 72명의 목숨을 앗아간 결정적인 문제는 제도였다. 하지만 공적 영역에서 책임지겠다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렌펠에 사는 사람들은 지자체가 위험천만한 자재로 외관을 장식하리라는 걸 몰랐다. 외장재 제조 회사는 치명적인 문제를 알고도 제품 판매에 급급했다.

그렌펠에 거주했다가 끔찍한 일을 겪은 이들의 회고는 서늘하다. 그렌펠 화재 사건 때 출동하고 선 구조에 실패한 소방대원의 회한이 나오기도 한다. 선진국 영국에서 벌어진 후진적 행태를 다큐멘터리는 고발한다.

뷰+포인트당시 영국 총리 테레사 메이가 사고 진상 규명을 진두지휘했다. 메이는 다큐멘터리에 나와 자신의 과오와 더불어 진상 파악에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문제를 저질렀는지 돌아본다. 다큐멘터리는 고발한다. 10년가량 지속된 여러 위험 신호를 무시한 정부, 부자들 눈치만 보고 비용 절감에 더 관심이 컸던 지자체, 돈벌이라면 뭐든 숨기고 파는 악덕 기업이 7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우리에게는 꽤 익숙한 현상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유가족에게 사과했으나 관련 기업들은 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 자신들은 규정에 맞게 제조해 판매했다는 거다.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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