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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으로선 참 답답할 듯 하다. 홈플러스에 투자한 2조5000억원을 포기하기로 했다. 대출 지급보증도 해줬다. 그런데도 사재출연 등 추가 책임을 지라고 난리다. 주주의 유한책임이 분명한데도 그렇다. 미국 국적인 김회장으로선 황당할 수 밖에 없다.

김 회장은 국내 사모펀드(PEF)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PEF란 개념조차 생소하던 2000년 미국계 PEF인 칼라일그룹 아시아 회장으로 한미은행 인수를 성사시켰다. 4년후 한미은행을 씨티은행에 팔아 7000억원이상의 차익을 남겼다. ‘PEF란 이런 거구나’라는 찬탄을 자아냈다.

이때 얻은 명성을 바탕으로 2005년 MBK를 설립했다. 한미캐피탈, 코웨이, 금호렌터카, ING생명, 롯데카드 등을 인수했다가 되팔아(일부는 보유중)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돈을 대겠다는 투자자(LP)가 줄을 섰다. 딜라이브와 네파 인수 등 실패 사례도 있지만 흠이 되진 못했다.

이랬던 MBK가 2015년 7조2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지난 3월 신청했다. 나중엔 투자금 2조5000억원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법원이 알아서 하라는 거였다. 그런데 아니었다. 어차피 소각될 2조5000억원 포기를 희생이라고 생색내지 말고 홈플러스 회생에 필요한 1조7000억원을 부담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따져보면 김 회장과 MBK에 대한 추가 책임 요구가 무리인 것도 아니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이 있다. 돈 버는게 다가 아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순간 이 책임도 같이 인수했다.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사람은 1만9000명에 이른다. 협력업체도 많다. 홈플러스의 청산가치(3조7000억원)가 계속기업가치(2조5000억원)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DB하이텍, LIG건설, 웅진홀딩스, 현대상선, 태영 등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기업의 오너들이 사재를 출연한 것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때문이었다.

MBK의 대규모 차입인수(LBO)가 홈플러스 경영을 악화시킨데 대한 책임도 있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때 2조7000억원의 차입금을 활용했다. 이후 우량점포들을 세일즈앤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해 차입금을 갚았다. 부담은 홈플러스로 옮겨가 재무구조 악화의 요인이 됐다.

더욱이 홈플러스 인수를 통해 MBK는 돈을 꽤 벌었다. MBK가 무상소각키로한 2조5000억원은 펀드에 출자한 LP들의 돈이다. 손해도 당연히 국민연금(295억원) 등 LP들이 본다. 운용사(GP)인 MBK는 운용보수와 성과보수를 꼬박꼬박 받았다. 홈플러스와 ING생명 인수 등에 투자한 3호 블라인드펀드에서만 1조원 가량의 보수를 챙겼다는 분석도 있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턴의 법칙(sutton’s law)’이란 게 있다. 1950년 미국 은행강도였던 윌리엄 서턴은 은행을 왜 털었느냐는 질문에 ‘돈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후 어떤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때 가장 단순한 것을 먼저 고려해야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서턴의 법칙을 MBK에 적용해 보자. 거액을 들여 홈플러스를 왜 인수했을까. 돈이 되기 때문이었다. 10년후 왜 갑자기 법정관리를 신청했을까. 더 이상 영위하는건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왜 수습에도 책임감을 가져야할까. 그래야만 홈플러스 사태를 원만히 풀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아무리 답답해해도 어쩔 수 없다.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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