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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비주류 맴돌던 안철수, 혁신위원장 임명
계엄 정국서 '윤 탄핵 찬성' 소신 밝혔지만
내 일처럼 뛴 대선 운동에 당 주류도 맘 열어
혁신위 맡긴 주류 기득권 해체가 최대 과제

편집자주

여의'도'와 용'산'의 '공'복들이 '원'래 이래? 한국 정치의 중심인 국회와 대통령실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의 뒷얘기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뉴시스


대선 참패로 갈 길을 잃은 국민의힘이 구원투수로 수도권 4선(경기 분당갑)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등판시켰습니다.
2022년 대선에서 보수 단일화를 통해 윤석열 정부 출범에 공을 세웠지만 정작 정부 출범 후 친윤석열계로부터 "팽 당했다"는 평가를 받는 안 의원이 꺼져가는 당의 생명줄을 쥔 모양새입니다.
당 주류인 친윤석열계 의원들로부터 식사 약속 요청뿐 아니라 의원실에는 언론사 인터뷰 요청이 쇄도
한다고 합니다. 지난해 6월 국민의힘 몫 외교통일위원회장 후보 경선에서 친윤계 3선 의원에게 크게 밀렸던 안 의원 입장에선 놀라운 변화입니다.

당 주류 사이에선 안 의원이 혁신위를 이끌 적임자라는 데 공감대
가 컸다고 합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안 의원 지역구인 분당까지 찾아가 부탁
했을 정도였습니다.
일부 친윤계 의원들도 안 의원에게 "당을 위해 나서달라"고 간곡히 부탁
했다고 합니다. 고민 끝에 안 의원은 위원장직을 수락했고 지난 2일 마침내 혁신의 깃발을 든 '안철수호'가 출항을 위해 닻을 올렸습니다. 대선 참패 후 29일 만입니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왼쪽)와 안철수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하고 있다. 뉴스1


과거 여당 시절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당 상임위원장 경선에서도 밀린 안 의원이 1년 만에 당 주류의 지지를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6·3 대선 결과가 컸습니다
.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당이 혼돈에 휩싸인 상황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안 의원은 정치적 결이 정반대이고 계엄·탄핵에 대한 입장도 달랐던 김문수 당시 대선 후보 선거운동을 내 일처럼 도왔습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 김 후보 이름이 새겨진 선거 운동복을 입고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서울 송파 등 대규모 유세 현장에도 적극 참여했습니다. 대선 당일 출구조사 발표 뒤 당 상황실이 텅 비었을 때에도 4시간 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당 주류 의원들은 안 의원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선당후사(先黨後私)를 몸소 보여줬다는 것
입니다. A 의원은
"보수 지지층 중 상당수가 안 의원이 자신을 내려놓고 당을 돕는다는 인상을 받았을 것"
이라고 호평했습니다. B 의원도 "'윤석열 탄핵' 등을 두고 나와 입장은 다르지만 당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에 감탄했다"고 칭찬습니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이 갈망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 단일화를 위해, 껄끄러운 관계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 유세 현장을 찾기도 했죠.

지난6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 국회(임시회) 외교통일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안철수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탄핵 정국부터 대선 참패에도 당내 기득권을 틀어쥐고 있는 주류 의원들의 노림수도 있습니다.
이들도 대선 참패 이후 당 혁신이 필요하다는 당 안팎 지적에 동의합니다.
다만 누가 혁신을 주도할 지는 별개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선
지금도 당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상당
합니다. 그만큼 친한동훈계 인사들에게 혁신을 맡길 순 없다는 입장이죠. 친한계 인사들이 혁신을 주도할 경우 친윤계의 기득권을 겨냥할 것이 뻔하다는 겁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당이 그간 소홀히 해온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에 어필할 수 있으면서 김 전 후보를 적극 도운 안 의원이 대안으로 좋은 카드
입니다.

이들의 지지를 받는다고 해서 안 의원의 쇄신과 혁신 의지를 평가절하할 수 없습니다.
안 의원은 12·3 비상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늘 강조
했습니다.
지난해 7월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퇴장했지만 본회의장에 남아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표
를 던졌습니다. 지난 6일 본회의에서도 김재섭·김예지·한지아 의원과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순직해병)에 찬성하는 등
'국민 눈높이' 맞는 행보를 보인 소신파
입니다.

혁신위원장에 내정 직후부터 적나라한 일침
을 날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는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사망 선고 직전의 코마(의식불명) 상태" "악성 종양이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 "고름과 종기에 오염된 보수정당"
이라고 직격했죠. 그러면서 "보수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고, 국민과 다시 호흡하는 정당의 처방전을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뜨끔했을 겁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월 25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제75주년 6·25전쟁 참전 유엔전몰용사 추모제에서 헌화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제 공은 안 의원에게 넘어갔습니다. 혁신 대상이 될 수 있는 당 주류의 반발을 극복하면서 성과물을 보여야 합니다. 동시에 의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혁신 동력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혁신위가 혁신안을 발표해도 결국 현재 당 지도부의 최종 승인이 필요한 구조적 한계도 명확해 보이긴 합니다.
안 의원이 비주류 시절처럼 국민 눈높이에 맞춰 소신 있는 행보를 펼칠지 아니면 당 주류들과 적당한 타협에 나설지가 관건입니다.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주류 기대를 받으며 비대위원장에 임명됐지만 '5대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지도부와 틀어지면서 자리에서 내려온 것은 반면교사입니다.

안 의원 측은 과감한 혁신을 자신합니다.
"
국민과 당원을 등에 업은 만큼 못 할 게 없다"며 "윤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 등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할 것"
이라고 합니다. 당내 응원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 초선 의원은 "독이든 성배"라면서도 "평소 소신껏 행동한 안 의원이라면 기득권 반발을 뚫고 혁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정치 입문 이후 '새정치'를 강조했던 안 의원이 이젠 국민의힘에서 '혁신'이란 이름의 결과물을 제시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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