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해 12월3일 작성·배포된 비상계엄 선포문과 이틀 뒤 재작성된 사후 선포문은 내용과 양식이 크게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간략한 내용만 들어간 사후 선포문은 급조된 티가 두드러졌지만 최초 선포문도 내용상 계엄 선포의 합법적 절차를 건너뛴 모양새였다.

한겨레는 5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수기로 재연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제시한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 내용을 확인했다. 여기에는 “비상계엄 선포”라는 제목 아래 “2024.12.3 22:00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내용 한줄뿐이었다. 이 문구 아래에는 대통령 서명란이 있고 “2024.12.3”이라는 날짜 밑에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의 서명란이 뒤따랐다. 강 전 실장은 지난 2월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사후 계엄 선포문을 “2024년 12월5일 워드로 작성했다”고 진술했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손으로 재작성해 검찰에 보여줬다.

지난해 12월3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무회의장에서 국무위원들에게 나눠 준 최초 계엄 선포문과 비교하면, 강 전 실장이 작성한 사후 선포문은 내용이 상대적으로 부실하다. 최초 선포문에는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한다는 계엄 선포 이유와 전국을 상대로 발령하는 계엄인 점과 시행일시, 박안수 계엄사령관 이름 등이 담겼다.

그러나 최초 선포문에는 총리와 국방부 장관 서명란이 없다. 헌법 82조에선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하고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서명)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최초 선포문에는 이를 이행할 총리와 ‘관계 국무위원’(국방부 장관)의 서명란 자체가 없는 것이다.

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5일 사후 계엄 선포문을 출력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서명을 받았다. 최초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사후에라도 보완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선포문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강 전 실장은 같은 날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에게서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만들어야 하는데 문서가 있냐?”라는 얘기를 듣고 사후 계엄 선포문을 작성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한 전 총리와 김 전 장관 서명을 받은 뒤 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7일 오전 대국민 담화를 마친 윤 전 대통령을 찾아가 마지막으로 서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튿날인 지난해 12월8일 오전 9시께 한 전 총리가 강 전 실장에게 전화해 “사후 문건을 만들었다는 게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없던 일로 하자”며 폐기를 요청했다.

김 전 장관이 그날 새벽 검찰에 긴급체포된 직후의 일이었다. 강 전 실장은 이틀 뒤인 지난해 12월10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찾아가 윤 전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을 보고하자 윤 전 대통령은 “사후에 (계엄 선포문을 만들고 서명)했다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 사후에 할 수도 있지. 총리의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다.

강 전 실장은 이후 대통령실로 돌아와 사후 계엄 선포문을 폐기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과 서명이 불법 비상계엄 자체를 인지한 정황이라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2342 특검, ‘증거’ 자신감에 속전속결…윤석열 일관된 혐의 부인도 영향 랭크뉴스 2025.07.07
52341 [단독] 굶주리다 주민센터 찾았지만 결국 사망… 연말이면 긴급복지 예산이 없다 랭크뉴스 2025.07.07
52340 곽원태 천안시 서북구청장, 중국 휴가 중 숨져 랭크뉴스 2025.07.07
52339 ‘1호 강제수사’ 삼부토건 소환조사 시작···원희룡·김건희 조사는 언제? 랭크뉴스 2025.07.07
52338 [단독] “지방 살면 보조금 10만원 깎아요”... SK텔레콤 서울 판매점, 거주 지역 따라 판매장려금 차별 랭크뉴스 2025.07.07
52337 '동학개미' 돌아오자 거래대금 '쑥'…증권사 주가 더 오를까 랭크뉴스 2025.07.07
52336 [단독]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남편, 스톡옵션 1만주 재산신고 누락 의혹 랭크뉴스 2025.07.07
52335 [단독] 이진숙 후보자, 제자 신체 활용 논문… 연구윤리 위반 논란 랭크뉴스 2025.07.07
52334 '소서' 무더위 속 내륙 곳곳 소나기…낮 최고 37도 랭크뉴스 2025.07.07
52333 "가자지구 문제 해결 없는 중동 아브라함 협정 확장은 위험" 랭크뉴스 2025.07.07
52332 두 달 가입자 50만 잃은 SKT, '위약금 면제' 여파는? 랭크뉴스 2025.07.07
52331 위성락 "무역협상 중요 국면…루비오와 협의, 협상에 도움 기대" 랭크뉴스 2025.07.07
52330 [단독] 아동·청소년 노린 성착취 느는데… 직원 셋뿐인 피해 지원센터 ‘허덕’ 랭크뉴스 2025.07.07
52329 中 트립닷컴. 블랙핑크 노렸다…한국 OTA '비상' 랭크뉴스 2025.07.07
52328 'AI 의수' 끼고 피아노 친다…장애인에 자유 준 '中 AI쇼크' [창간기획-평화 오디세이] 랭크뉴스 2025.07.07
52327 [단독] 삼부토건 ‘우크라 재건 테마주’로 뜬 시기, 기업보고서엔 사업 언급 전무 랭크뉴스 2025.07.07
52326 [오늘의날씨] '소서' 낮 최고 37도…곳곳 천둥·번개 동반 소나기 랭크뉴스 2025.07.07
52325 폐업자 100만 시대…"소비쿠폰만으론 내수 못 살린다" 랭크뉴스 2025.07.07
52324 [단독] 특검 "尹이 체포영장 저지 지시" 진술 확보...경호처 강경파 진술도 바뀌었다 랭크뉴스 2025.07.07
52323 특검 "尹, 유죄 선고돼도 결과 승복할지 불투명…도망염려 높아" 랭크뉴스 202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