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여권, 민주화운동 유공자 확대 논란
민주화운동 유공자 범위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여권은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으로 한정된 민주유공자 범위를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등까지 확대하고, 대상자를 학사징계까지 포함하는 관련 법안을 잇달아 내놓거나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 지정을 검토하는 가운데,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지난달 9일 이한열 열사 38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힘이 닿는 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책임지고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현재 5432명인 민주유공자(4·19 혁명 887명, 5·18 민주화운동 4545명)는 최소 1148명이 더 늘어날 것으로 국회 정무위에선 추산했다. 현재 준비 중인 법안의 경우 민주화단체에선 9000여 명 이상 혜택을 본다고 말했다.

강준현·강득구·용혜인 등 범여권 의원들은 3일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민주화운동이 무엇인지, 유공자 대상은 누구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다. 이제 의지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숙원이던 민주유공자 확대를 이번 집권을 계기로 관철할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민주화운동의 가치는 중요하지만, 기준과 범위에 대해서는 폭넓은 논의와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신반대·부마항쟁·6월항쟁·전교조 관련자도 지정 추진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당시 숨진 이한열 열사 장례식에서 서울시청 일대를 가득 메운 추도 인파. 민주당 등에서는 이에 관련된 인사들도 유공자로 지정해 예우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포토]
전진숙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5·18 민주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수배, 해직 또는 학사징계를 받은 사람도 5·18민주유공자로 예우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법(4조)에서 5·18민주유공자의 적용 대상을 사망자, 행방불명자, 부상자, 기타 희생자로만 국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5·18 보상법’이 2021년 6월 개정되면서 ‘5·18 관련자’에 수배, 해직, 또는 학사징계를 받은 사람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됐는데, 현행 5·18민주유공자예우법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학사징계자 96명을 포함, 222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국회 정무위는 추산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도 유사한 법안(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을 냈는데, 1970년대 부마민주항쟁과 87년 6월 민주화운동 등의 유족이나 가족에게 의료·양로 등을 지원하고, 민주화운동 관련한 시설물이나 교양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된 만큼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여권은 말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에선 926명이 추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가족을 합산하면 수혜 대상자는 더 많아진다.

이들 법안보다 더 범위를 확대한 게 강준현 민주당 의원이 준비 중인 법안이다. 70년대 유신반대 운동과 부마민주항쟁, 87년 6월 민주화운동, 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 관련 교사 해직 사건 등의 관련자도 민주유공자로 지정해 본인과 유가족의 교육·취업·의료·대부·양로·양육 지원과 주택 우선 공급 등을 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망·부상자 외 학사징계자도 포함될 전망이다. 강 의원은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등은 법률로써 관련자들을 국가유공자와 민주유공자로 예우하고 있지만, 다른 민주화운동과 희생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 이들도 예우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회 차원에서 이 법안의 수혜자에 대한 추계는 아직 없다. 하지만 전국민주화운동동지회 등은 9432명이 추가될 것으로 기대한다.

여권에선 빠른 처리를 강조한다. 3일 강준현 의원 주최로 열린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노웅희 전국민주화운동동지회 서울지부 회장은 “그간 민주유공자법이 통과가 안 됐던 이유는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여론에 휩쓸려 추진 분위기가 와해됐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는 비상계엄 사태로 민주주의가 저절로 지켜지는 게 아니란 것을 국민의 70%로부터 공감받고 있고, 여대야소 형국이기 때문에 민주유공자법이 제정되기에 적기”라고 말했다. 김상욱 의원도 “정권 초기에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연구하고 발의 등을 하기로 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민주화운동 등 시민연대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지켜가야 하는 흐름은 중요하지만, 그 기준과 범위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대상자, 기준에 대해서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보훈처, 국가기관 등이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87년 6월 민주화운동은 현재 민주당 의원들 상당수가 관련자에 속할 텐데, 자신과 가족들을 유공자로 지정하는 법안을 스스로 만든다는 것이 국민적 감정을 건드릴 수 있다”며 “특히 86세대가 이미 당시 운동 경력으로 충분히 사회적 보상을 받아 기득권이 됐다고 여기는 20·30세대의 박탈감은 더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1대 국회에서도 설훈 전 민주당 의원 등이 유사 법안을 제출했다가 반발 여론에 밀려 철회한 적이 있다.

한편 전진숙 의원이 낸 개정안에 대해 국회 정무위 검토보고서는 “국가유공자 등 다른 보훈대상자의 경우에도 유공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그 요건으로 ‘사망·상이’ 또는 ‘훈장·포장 등 공로 인정’을 규정하고 있다”며 “5·18 민주유공자 등록요건 중 이런 요건들을 삭제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2026 위성락 오늘 방미‥"한미 정상회담·관세·안보 등 현안 논의" 랭크뉴스 2025.07.06
52025 이재명·트럼프 만남 성사되나 랭크뉴스 2025.07.06
52024 중국 공습에 석유화학 '보릿 고개'...위기 돌파 묘수는[2025 100대 CEO] 랭크뉴스 2025.07.06
52023 나경원 “단식·삭발만 농성이냐?…잠 못 자고 아침부터 앉아 있었다” 랭크뉴스 2025.07.06
52022 오늘 이재명 정부 첫 고위당정‥추경 집행 등 논의할 듯 랭크뉴스 2025.07.06
52021 방미 위성락 "통상·안보 협의 중요 국면…정상회담·관세 협의"(종합) 랭크뉴스 2025.07.06
52020 굴삭기 들이대자 구덩이서 튀어나왔다...영화같았던 마약왕 검거 랭크뉴스 2025.07.06
52019 국힘, 이진숙 ‘논문 표절 의혹’에 공세 집중···“연구윤리 파괴자, 사퇴해야” 랭크뉴스 2025.07.06
52018 강훈식 “이 대통령, 처음부터 대통령이었던 것처럼 일해” 랭크뉴스 2025.07.06
52017 ‘성폭력 발언’ 이준석 제명 청원 60만4630명으로 마감···동의 수 역대 2위 랭크뉴스 2025.07.06
52016 “부산 시민은 25만원 필요 없다”는 박수영에 “물어 봤나” 랭크뉴스 2025.07.06
52015 "장난치다가"…고양서 인형뽑기 기계에 갇힌 20대 랭크뉴스 2025.07.06
52014 머스크 "신당 '미국당' 창당"…트럼프 킹메이커→반란군 변신?(종합) 랭크뉴스 2025.07.06
52013 [속보]위성락 “한미정상회담 협의…美카운터파트와 면담 추진” 랭크뉴스 2025.07.06
52012 위성락 "대미 통상·안보 협의 중요 국면…정상회담·관세 협의" 랭크뉴스 2025.07.06
52011 [똑똑한 증여] 대출 줄어 차용증 쓰고 가족에게 5억 빌렸는데 증여세 ‘폭탄’ 랭크뉴스 2025.07.06
52010 머스크 “오늘 ‘아메리카당’ 창당…진정한 국민의 의지 반영돼야” 랭크뉴스 2025.07.06
52009 野주진우 "초강력 대출 규제, 文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 데자뷔" 랭크뉴스 2025.07.06
52008 10대 소녀들이 악마?…‘소년범 혐오’ 분석해보니 [창+] 랭크뉴스 2025.07.06
52007 ‘성과급’ 하면 삼성전자였는데...“우리가 어쩌다” 랭크뉴스 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