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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통일을 얘기하는 건 자칫 상대(북한)한테 흡수하겠다는 거야, 굴복을 요구하는 거야 이런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 일각에서 '통일부 이름을 바꾸자' 이런 얘기도 하는 것 같아요" -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7월 3일)

통일부의 이름을 바꾸자는 논의가 처음 불거진 건 지난달 19일입니다. 정부조직 개편안을 준비하는 국정기획위원회가 통일부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외교안보분과의 일부 기획위원이 부처 명칭에 '통일'을 빼는 건 어떤지 의견을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통일부 당국자들은 정치적 논란 가능성 등을 들어 우려하는 견해를 내비쳤다고 하는데, 며칠 뒤 정동영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첫 출근하면서 명칭 변경을 직접 언급합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4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화와 안정을 구축한 토대 위에서 통일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에 통일부 명칭 변경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지난달 24일)

정 후보자는 독일의 사례도 들었습니다. "1965년 독일 브란트 정부가 들어왔을 때 '전독부'의 명칭을 '내독부'로 바꿨다, 전독부는 우리 말로 '통일부', 내독부는 '동서독 관계부'"라고 했습니다. "통일은 마차이고 평화는 말이다, 마차가 앞에 가서는 말을 끌 수 없다"라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직접 언급하면서 논의는 더 불붙는 모양새입니다. 이 대통령이 명확히 입장을 밝힌 건 아니지만, "길게 보고 소통과 협력을 계속해 나가자"라는 전체적인 뉘앙스를 볼 때는 '명칭 변경'에 힘을 실은 듯합니다.

■ 통일 지우고 '평화·협력' 넣을까

이런 논의의 한 배경에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있습니다. 북한은 2023년 말부터 남북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이 아닌 '다른 나라'로 규정하고, 연결 육로와 연락 채널을 모두 끊었습니다. 대남 기구도 대부분 폐지하면서, 당장 우리 통일부의 카운터 파트가 사라진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을 전면에 내세워선 남북 간 소통 자체가 몹시 어려우니, 관계 개선의 첫 단추로 통일부 명칭부터 바꿔보자는 취지입니다.

‘적대적 두 국가’를 규정한 2023년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실제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시민단체 쪽에서는 명칭 변경 주장이 더욱 강합니다.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남북관계는 통일 중심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공존 중심의 구조로 짜야 한다"라면서 " '남북관계부' 또는 '남북협력부' 등으로 통일부의 명칭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헌법에 명시된 '통일'…"바꾼다고 대화하겠나"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통일'은 우리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단어입니다.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돼 있습니다. 헌법 제66조 3항은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합니다. 이 대통령의 지난달 취임 선서에도 '통일'이라는 단어는 들어갔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김연철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도 지난 1일 '새정부 통일외교안보정책 제언' 토론회에서 '명칭 유지' 의견을 냈습니다. 그는 통일부의 대대적 업무 재조정에는 동의하면서도, 앞서 언급한 헌법 66조 3항을 근거로 들어 통일부의 명칭은 그대로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1일 한반도평화포럼에서 주최한 토론회 참석한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왼쪽에서 두번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유지' 의견이 우세한 듯 합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일'은 당장은 어려워도 궁극적인 목표이자 비전인데 '남북협력부' 등으로 이름을 바꾸면 오히려 단기적이고 협소한 방향성만을 보여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름이 바뀐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통일이 사명이라면, 북한이 대화 상대로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의 명칭을 바꾸느냐 그대로 두느냐,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국정기획위는 이르면 다음주쯤 조직 개편안을 내놓을 방침입니다. 여기서 통일부의 새 이름이 공개될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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