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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1시 40분쯤,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레드로드'에서 전기자전거가 시민들 사이를 지나 달리고 있다. 전율 기자

지난 3일 오후 1시 20분쯤 서울 마포구 서교동 거리에서 전동 킥보드가 걸어가는 시민들 사이를 뚫고 쌩 지나갔다. 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서 나와 골목으로 들어간 전동킥보드는 홍대 레드로드 등을 보행자 8명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달렸다. 20분 뒤, 같은 거리 위를 전기자전거가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은 빠르게 달려오는 자전거를 피해 급하게 옆으로 비켜섰다.

레드로드는 홍대 인근 인파 밀집 상권으로, 지난 5월 16일부터 전국 최초로 시행된 ‘킥보드 없는 거리’다.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은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1.6km)와 서초구 반포 학원가(2.3km) 등 2개 도로 구간에서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의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동킥보드 인식조사’에 따른 조치다. 전동킥보드로 인해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 중 75%는 가장 큰 불편 사항으로 ‘충돌위험’을 꼽았다.

서울 마포구 '킥보드 없는 거리'에서 지난 3일 오후 한 남성이 킥보드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전율 기자

킥보드 사고를 막기 위해 시행한 제도이지만 애매한 단속 기준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적용되는 기기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단속의 대상인 개인형 이동장치는 ①전동킥보드 ②전동이륜평행차 ③전동기의 동력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전거다. 이중 ③에 해당하는 자전거 종류는 스로틀(throttle) 방식의 전기자전거다. 페달을 돌리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전기자전거를 스로틀 방식, 페달의 힘이 필요한 전기자전거는 PAS 방식이라고 한다.

문제는 현장에서 스로틀과 PAS 방식의 전기자전거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심지어 PAS 방식과 스로틀 방식을 겸용하는 자전거도 있다. 마포경찰서 교통과는 “현장에서 단속 대상 이동 장치인지 구분하는 방법을 홍보 중”이라며 “지금은 계도 기간이지만, 제도를 설계할 때 단속 대상 이동 장치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배달하는 배달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서대문구와 마포구에서 스로틀 방식의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배달을 하는이모(34)씨는 “해당 거리에 있는 식당에서 픽업을 할 땐 그럼 근처에서 세워두고 걸어가야 하냐”며 “생업이 걸린 문제인데 아무런 안내가 없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에 전기자전거가 주차된 모습. 전율 기자

일부 시민들도 “빠르고 위험한 건 전기자전거나 오토바이도 마찬가지인데 킥보드만 제재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다. 홍대 레드로드를 지나던 대학생 이아정(22)씨는 “길 위에서 더 위협을 느끼는 건 전기자전거인데, 킥보드만 규제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 학원가에서 아이를 등원시키는 박모(38)씨도 “전기자전거로 질주하는 고등학생을 보면 혹시라도 아이가 다칠까 봐 걱정돼 무조건 아이와 함께 다닌다”며 “킥보드만 문제가 아니라, 전기자전거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PM협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자전거가 전동킥보드보다 법적 규제가 애매모호해 단속도 어렵다”며 “전동킥보드 금지 구역을 만들어놓고 오토바이와 전기자전거는 다 통행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제도가 실효성 있으려면 충돌 위험이 있는 구역에 오토바이·자전거·전기자전거 전부 통행을 제한하고, 스쿨존처럼 바닥에 색칠해 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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