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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새 정부 첫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훈식 비서실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나도 비서실장이 이빨 빠졌다고 하면 안 믿었는데…”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이가 다 아프다”며 이 같은 고충을 토로했다고 한다. 잇몸 영양제인 “○○○을 먹고 있다”고 말하면서다. 이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에도 ‘워커홀릭’으로 유명했는데, 대통령이 됐으니 오죽하겠느냐”며 강 실장의 근황을 전했다.

1973년생인 강 실장은 최초의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 출생)’ 비서실장이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 대통령의 핵심 참모가 됐다. 하지만 최근 여권에선 “강 실장의 웃음기가 사라지고 얼굴은 핼쑥해졌다”는 평이 줄을 잇고 있다. 공개 회의에서 눈을 비비거나 행사에서 반쯤 졸린 눈을 뜬 모습도 포착됐다. 지난달 19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이 대통령이 서울공항으로 마중나온 강 실장을 향해 “나 없어서 좋았다면서요?”라고 농담을 건넨 일까지 겹치면서 체중이 5kg 빠져 수척해진 비서실장은 온라인에서 상당한 화제가 됐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회의에서 눈을 비비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의 엄청난 노동 강도에 고통을 호소하는 건 강 실장뿐만이 아니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눈에 실핏줄이 터졌다”고 주변에 하소연했다고 한다. 한 민주당 인사는 “이 수석이 ‘일이 너무 많다’면서 힘들어하더라”며 “거의 모든 회의에 배석하고, 수시로 기자들 전화를 받아야 하니 숨 쉴 틈이나 있겠나”라고 했다.

대통령실과 국회를 수시로 왕복하는 우상호 정무수석은 최근 금주에 가까운 절주를 한 게 관심을 모았다. 여의도에서 소문난 애주가였던 까닭이다. 지난달 26일 전직 의원으로 이뤄진 ‘초일회’ 모임에 참석한 우 수석은 “대통령실에 들어가고 술을 한 번도 안 마셨는데, 여기서 처음 마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배석한 전직 의원은 “우 수석이 맥주 몇 잔만 마셨는데, 술자리에서 그렇게 자제하는 모습을 생전 처음 본다”고 했다.

이런 참모진의 상황을 이 대통령이 모르는 건 아니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께서 코피를 쏟고 다른 사람은 살이 빠져서 얼굴이 핼쑥해지고 이런 걸 보니까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공직자들이 코피를 흘리고, 피곤해서 힘들어하고, 이런 만큼의 곱하기 (대한민국 인구 수인) 5117만 배 효과가 있다는 생각으로 참모들에게 잘 견뎌주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했다. 한 마디로 ‘미안한데, 어쩔 수 없다’는 뜻이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재선의원 모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최고 권력기관이라 불리는 대통령실의 격무와 그로 인한 고통은 과거에도 주목받곤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할 때 “나는 첫 1년 동안 치아를 10개쯤 뽑았다”고 했다. 직접 대통령이 된 뒤에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등에서 문 대통령 발음이 이상해 논란이 일자 2020년 당시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 “대통령이 최근 치과 치료를 받았다”고 브리핑을 하는 일도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은 밤잠을 자주 설쳐 재임 시절 수면제까지 복용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첫 비서실장인 임종석 전 실장이 1년 7개월 재임 동안 치아 5개를 임플란트로 대체했고, 노영민 전 실장의 치아가 여러 개 빠졌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한 문재인 청와대 출신 인사는 “문 전 대통령이 어느 날 회의에서 너무 피곤해 보이기에 ‘피곤하시죠’라고 했더니 문 전 대통령이 ‘늘 피곤하죠’라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며 “언제라도 일이 터지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출근하고, 큰 사고가 나지 않게 늘 예민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게 참모진 일상”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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