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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6개월로 서류 조작…캐나다 입양 과정 방송
“모견과 이른 분리, 면역력 사회성 발달에 문제”
지상파 방송에 방영된 유기견 해외입양 프로그램 촬영 과정에서 국내 한 동물단체가 검역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류 상 개의 나이, 전염병 예방접종 여부를 조작해 검역 심사를 통과했다. SBS TV동물농장 갈무리

지상파 방송에서 검역 절차상 출입국이 금지된 3개월 미만 퍼피를 무리하게 해외입양 보내는 내용이 방영돼 논란이 되고 있다. 입양 과정을 진행한 국내 동물단체는 이 과정에서 서류상 개의 나이 등을 조작해 검역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3개월 미만 퍼피가 6개월 이상으로…조작된 출생

지난달 29일 SBS 프로그램 ‘TV동물농장’을 통해 방영된 ‘리트리버 바다의 캐나다 입양기’에는 A동물단체가 구조한 유기견이 낳은 강아지 ‘바다’가 캐나다로 떠나 현지에서 입양되는 과정을 담았다. 바다의 견생역전 이야기와 함께 캐나다의 선진적인 동물복지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프로그램이 방영된 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출국일(서류상 6월 2일) 당시 바다가 생후 3개월이 안된 퍼피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캐나다 검역 규정상 생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강아지는 캐나다로 입국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지적이 맞다면 바다는 해당 날짜에 입양을 위해 출국하는 게 불가능하다.

시청자 문의가 쏟아지자 A단체는 바다의 실제 출생일을 앞당겨 신고한 사실을 시인했다. 취재 결과 바다의 출생일은 지난 3월 21일로, 출국일 기준 생후 3개월 미만이었다. 지난해 11월 출생했다는 서류상 나이보다 실제로는 4개월이나 뒤에 태어난 것이다.

A단체는 지난달 29일 인스타그램에 해명문을 게시해 “입양자가 바다를 가능한 한 빨리 만나게 하려고 서류상 바다의 출생일을 실제보다 앞당겨 기재한 사실이 있다”며 “신중하지 못한 판단이었다. 수사기관에 자진해 사실을 알렸으며 모든 법적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입양 서류와 관련한 상황은 (TV동물농장) 제작진 측이 사전에 인지하거나 개입한 바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A단체가 바다의 출국을 위해 광견병 예방접종 기록을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광견병 예방접종은 생후 3개월이 지난 개,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다. A단체는 지난 4월 바다에게 광견병 예방접종을 한 것으로 신고했으나 당시 바다는 생후 1개월 전후로 원칙상 예방접종을 받을 수 없다. 예방접종이 이뤄지지 않았거나, 시기를 위반해 접종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A단체가 검역 절차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 방침을 밝혔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신고된 생년월일이 사실과 다르고 광견병 백신접종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관련 동물단체와 함께 검역 서류를 발급한 업체도 함께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좋은 곳에 보내주려는 건데…절차상 실수일 뿐일까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유기견을 좋은 곳으로 입양 보내려는 선의에서 나온 절차상 실수’라며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규정보다 어린 반려견을 해외로 반출하는 것은 동물 건강 및 사회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문제라고 반박한다. 백신 접종 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기면 항체가 형성되지 않을 위험성이 크고, 이른 시기에 모견과 분리하면 사회성과 면역력을 기르기 어려운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월드 포 애니멀즈(구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가 불법 개농장에서 구조한 퍼피를 지난 2023년 8월18일 캐나다로 해외 입양 보내던 당시 모습. 갓 태어난 퍼피는 모견과 함께 국내 보호소에서 지내며 예방접종, 사회화 및 비행에 대비한 교육을 받았고, 이후 생후 8개월쯤 입양준비를 마친 뒤 동물단체의 캐나다 직영 보호소로 옮겨져 입양자 모집 절차에 들어갔다. 휴메인월드 포 애니멀즈 제공

동물복지 전문가 조윤주 한국보호동물의학연구원장은 “생후 12주 이전에 접종한 광견병 백신은 항체를 형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300여 마리의 유기견을 해외 입양 보낸 한 동물단체 대표도 “퍼피를 해외입양 보낼 경우 모견의 품에서 3개월 이상 지내며 면역력과 사회성을 기르도록 한다”면서 “각종 예방접종과 장거리 비행에 대비한 적응 교육을 마치면 생후 5~6개월쯤 준비를 마친다. 그 기간 없이 지나치게 어린 퍼피를 해외입양 보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바다의 출국일을 몇 개월 늦춘다고 입양이 무산되는 게 아니라는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동물단체가 굳이 서류까지 조작해가면서 무리한 입양을 추진한 의도가 방송과 무관한 것인지 확인해봐야 한다는 취지다. 동물단체 한 관계자는 “최대한 어린 퍼피가 입양을 떠나 정착하는 귀여운 모습을 영상에 담아야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고 판단한 게 아닌가”라며 “퍼피 위주로 관심을 받고 입양이 이뤄지는 국내 반려문화 풍토 자체가 이런 사건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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