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6월 25일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부모가 일을 하러 나간 사이 난 불로 숨진 7세, 10세 자매가 다닌 초등학교에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부산=연합뉴스


보호자 없이 홀로 집에 남겨진 어린 아이들이 화재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랐다. 늦은 밤 혹은 이른 새벽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벌어진 참극이다.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기 전인 2005년 이전 지어진 아파트에서 발생해 불이 크게 번지지 않았음에도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다.

7세, 10세 자매가 숨진 지난달 24일 부산 아파트 화재는 청소 일을 하는 부모가 이른 새벽 집을 비운 오전 4시 15분에 발생했다. 6세, 9세 자매가 사망한 이달 2일 부산 아파트 불은 치킨집을 운영하는 부모가 가게에서 놀던 아이들을 집에 데려와 재우고 집을 비운 지 30분 만인 오후 11시 58분 났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노후 아파트에서 벌어져 손쓸 도리 없이 희생됐다.

1990년 경비원과 파출부인 부모가 일터로 나간 사이 서울 망원동 반지하 단칸 셋방에 남겨진 5세, 4세 남매의 화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됐지만, 35년이 지난 지금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집에 아이만 남겨지는 현실을 불가피하게 여기는 경향은 여전하다. 정부가 돌봄·육아 지원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공백은 여전히 크다.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어제 취약 시간 돌봄 해소와 노후 주택 화재 안전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재탕·삼탕 대책이어서는 안 된다. 앞서 정부는 올해부터 맞벌이·한부모·교대근무 가정의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해 야간·심야 아이 돌봄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용시간이 월 최대 40시간으로 한시적 지원에 그치고 있다. 그마저도 취약 시간대는 돌봄 인력 확보 어려움으로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노후 주택 소방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사업도 지난 4월 시작했지만 영구임대 아파트만 대상이다. 정부가 아닌 LH가 시행하고 책정된 예산도 150억 원에 불과하다.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돌봄·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충분한 예산과 정교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생색만 내서는 안 된다. 부모의 각별한 주의와 경각심이 요구되는 것 또한 물론이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1777 [르포] 맥주 마시고 서핑?…부산 송정해수욕장서 '깜짝' 음주단속 new 랭크뉴스 2025.07.05
51776 온천 다녀온 5세, 구토 후 혼수상태…치사율 97% '이것' 감염 new 랭크뉴스 2025.07.05
51775 진저리 나는 '소리 고문' 멈추자, 살맛 나는 '평화로운 일상' 오다 [하상윤의 멈칫] new 랭크뉴스 2025.07.05
51774 MBK에 ‘서턴의 법칙’을 적용해 보면[하영춘 칼럼] new 랭크뉴스 2025.07.05
51773 북한 “능력과 한계 초월하라”… 간부·노동자들 독촉 new 랭크뉴스 2025.07.05
51772 최대 45만 원 민생 소비쿠폰, 21일 지급 시작‥대형마트 등 제외 new 랭크뉴스 2025.07.05
51771 ‘가상자산 현물 ETF’ 법제화 시작됐는데... 운용업계, 스터디만 하는 까닭 new 랭크뉴스 2025.07.05
51770 韓유튜버, 봉사한다며 후원받고 14세 필리핀 소녀와 동거·출산 new 랭크뉴스 2025.07.05
51769 박찬대 “검찰 개혁, 9월 안에 마무리될 것” new 랭크뉴스 2025.07.05
51768 필리핀 14세 소녀 성착취한 50대 한국인… '빈민 지원' 유튜버의 두 얼굴? new 랭크뉴스 2025.07.05
51767 “빈곤 아동 공부방이라더니”…필리핀서 14세 소녀와 동거·출산한 한국 유튜버 체포 new 랭크뉴스 2025.07.05
51766 5kg 빠졌다는 강훈식… "李대통령 일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new 랭크뉴스 2025.07.05
51765 尹 점심에 '설렁탕', 저녁엔 '김치찌개'…역대 대통령 검찰 조사 단골 메뉴는 new 랭크뉴스 2025.07.05
51764 길거리서 대변 보고 버스에서 흡연까지…망가지는 제주도, 초등학생들도 나섰다 new 랭크뉴스 2025.07.05
51763 내란 특검, 尹 오후 1시 7분 조사 재개... 점심은 설렁탕 new 랭크뉴스 2025.07.05
51762 추경, 3개월내 88% 집행…기재차관 “속도가 핵심가치” new 랭크뉴스 2025.07.05
51761 신동주, 日서 신동빈 등 롯데 경영진에 1천억원대 손배 소송(종합) new 랭크뉴스 2025.07.05
51760 尹 친필 표지석에 '내란' 글자 새겼다...민노총 조합원 40대男 결국 new 랭크뉴스 2025.07.05
51759 김건희-건진·통일교 연루 의혹 캄보디아 원조 예산…민주 “전액 삭감” new 랭크뉴스 2025.07.05
51758 2차 추경, 3개월 내 88% 집행…"소비쿠폰 이달 1차 지급" new 랭크뉴스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