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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31조7914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4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재명 정부가 편성한 첫 추경안이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일방 처리에 반대하며 회의에 불참했다. 정부는 여름 휴가가 시작되기 전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할 방침이다.

국회는 이날 심야 본회의를 열어 재석 182인 중 찬성 168표, 반대 3표, 기권 11표로 추경안을 가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개혁신당 등이 표결에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 107명 중 추경안 반대 토론에 나선 박수민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불참했다.

표결 전 토론에선 날 선 말이 오갔다. 박 의원은 지난해 연말 예산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이 대통령실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전액 삭감한 걸 거론하며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 특활비를 일방 삭감한 과오가 있다. 국가 원수이자 군 통수권자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손발을 자른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해달라”고 요구했다. 찬성 토론에 나선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3년간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고 허구한 날 관저에서 폭탄주나 마신다고 하니 (특활비를) 어디 쓰는지 알자고 했다”며 “멀쩡히 일 잘하는 대통령이었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윤석열의 특활비는 국회가 아니라 계엄으로 스스로 날린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은 검찰 특활비에 반대하는 토론을 진행했다.

본회의를 통과한 추경안은 지난달 23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30조5451억원 규모에서 1조2463억원이 증액됐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1조1258억원을 깎고, 2조3721억원을 늘린 결과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은 기존 10조2967억원에서 1조8742억원 늘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비수도권과 소멸 지역에 대한 지원금을 추가 상향했다”며 “기존 2만원에서 비수도권 3만원, 소멸지역 5만원을 늘려 예산 6000억원이 반영됐고, 기타 예산도 6000억 증액했다”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과 법무부·감사원·경찰청 등 4개 기관의 특활비 105억원도 늘었다. 특히, 6개월여 사용할 대통령실 특활비는 41억원이 증액됐는데, 지난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이 1년 치 사용분 82억원 전액을 삭감했던 걸 고려하면 100% 회복됐다. 정권 교체로 민주당이 여당이 되자 특활비에 대한 입장을 정반대로 뒤집은 것이다. 법무부는 40억4000만원, 경찰청은 14억6100만원 특활비가 각각 늘었다. 특활비는 영수증 처리가 필요가 없어 ‘깜깜이 예산’으로 불린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용처가 불분명한 특활비 항목을 대폭 손질해왔다.

이날 추경안이 처리되기까지 본회의가 오후 2시→4시→5시 30분→8시 40분→10시 30분으로 네 차례 늦춰지는 등 종일 우여곡절을 겪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소비쿠폰 발행 비율 ▶대통령실 특활비를 민주당이 되살린 문제를 놓고 이날 새벽 소위에서 협상이 결렬됐지만 민주당은 이날 추경안 처리를 못 박고 밀어붙였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 경제 회복의 골든타임은 지금도 조금씩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은 오직 국민, 오직 민생만 생각하겠다”며 추경안 처리를 공언한 뒤인 이날 오후 12시 40분 예결위는 국민의힘에 소위 개의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내부 정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개의가 2시간가량 지연되자 국민의힘은 “2시간이면 (일본) 도쿄를 갔다가 (중국) 베이징까지 가는 시간”(김대식 의원)이라거나 “내로남불 예산, 독재 예산”(조정훈 의원)이라 비판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소위는 2시 50분 정식 개회했고 전체회의까지 2시간 심사 뒤 추경안을 넘겼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우상호 정무수석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최종 결렬된 책임이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실 특수활동비(특활비) 증액 요구에 있다며, 대통령실을 찾아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뉴스1

국민의힘은 “특활비가 없다고 국정이 마비되느냐고 일방적으로 감액해 놓고, 새 대통령이 되니 갑자기 특활비가 없어 일을 못 하겠다니 너무도 후안무치하다”(송언석 원내대표)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지난 정부가 불투명하게 (특활비를) 집행하고 ‘술만 마시면서 특활비를 뭘 쓰냐’는 인식이 있어서 깎았던 것”(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이라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특활비 문제와 관련해 이날 대통령실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고, 이들을 맞은 우상호 정무수석은 “막상 (국정을) 운영하려고 보니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떻든 저희 입장이 바뀌게 된 것에 국민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여야 갈등을 겪으며 민주당이 속도를 내 예결위 처리까지 마쳤지만 이번엔 내부 반발로 제동이 걸렸다.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조직 해체 수준의 개혁을 앞둔 검찰의 특활비가 증액된 걸 지적하는 비판이 쏟아진 까닭이다. 김용민 의원은 “(검찰의) 직접 수사 관련 범위를 고려해 (특활비를) 정했어야 했는데 전액을 살린 점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추미애 의원도 “다시 판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 반발이 거세자 민주당은 ‘법무부는 검찰의 특활비를 검찰 개혁 입법 완료 후 집행한다’는 부대 의견을 달아 추경안을 처리키로 했다.

본회의장에 대기하던 국민의힘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송 원내대표는 “민주당 내부 의원들끼리 견해가 달라져 통과한 안건에 왈가왈부하고 있었다고 한다. 정말 국민을 너무 우롱하는 처사”라며 “오늘(4일) 회의는 더는 속개하는 것이 곤란하고, 다음 주 날짜가 정해지면 소집에 응하겠다”고 했다.

오후 8시 40분 본회의가 열렸지만 이번엔 우원식 국회의장이 민주당을 꾸짖었다. 우 의장은 본회의가 네 차례 지연된 과정을 지적한 뒤 “다른 원내 정당들은 일방적으로 기다려야 했다. 이는 국회 운영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국회의장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 다른 정당들의 깊은 우려와 불쾌함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우 의장은 “다른 정당들이 돌아올때까지 기다리도록 하겠다”며 의사 진행을 멈췄고, 결국 본회의는 1시간 50여분 뒤 재개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이재명 정부 첫 추경안은 제1야당 없이 처리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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