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권현구 기자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를 내놓으면서 두 달간 오르기만 했던 강남권 아파트의 매수심리가 꺾였다. 매도자 우위 상황인 것은 변함없지만 ‘패닉 바잉’ 현상은 다소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
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다섯째주(30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3.7로 전주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서울 전역에서 전반적인 매수심리 하락이 나타났고, 특히 서울 집값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의 매매수급지수 하락 폭이 컸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크면 집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매도하려는 수요보다 크다는 의미다.
서울 동남권의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5월 첫째주(5월 5일) 100.8을 기록한 후 7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달 넷째주(6월 23일)에는 111.2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지난달 28일부터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매수자들의 움직임이 ‘일시 정지’ 됐다.
대출 규제가 시행되고 조사 일까지 3일간의 상황만 반영된 것임에도 동남권의 매매수급지수는 108.8로 전주보다 2.4포인트 떨어졌다. 동남권과 서남권을 포함하는 강남권의 매매수급지수가 108.4에서 107.1로 1.3포인트 떨어진 것과 배 가까운 차이다. 같은 기간 서북권(은평·서대문·마포)과 도심권(종로·중·용산)도 각각 1.5, 1.3포인트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음은 시장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대출 규제 이후 매수 문의가 줄었다. ‘주담대 6억 이상 금지’가 풀리지 않는 이상 한동안은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값 상승을 지켜보겠다던 집주인들이 ‘매수세가 있느냐’ ‘집이 얼마에 팔리겠느냐’ 등을 문의해 왔다”고 밝혔다.
정부의 초강수 대출 규제로 강남권 아파트의 매수 심리가 수그러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4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대출 규제 적용 후 직전 거래가보다 낮은 금액에 거래된 아파트들도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푸르지오는 지난달 30일 전용 84㎡(3층)가 31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다른 동, 같은 층수의 집이 지난달 2일 31억45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500만원 내린 값이다. 지난달 25일에는 같은 면적의 7층이 최고가인 32억에 거래됐었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푸르지오에서도 하락 거래가 나왔다. 규제 첫날이었던 지난달 28일 전용 84㎡(1층)는 18억원에 손바뀜했다. 지난달 14일에는 같은 면적의 2층 매물이 18억5000만원에 팔렸는데, 2주 사이 5000만원이 떨어진 것이다. 이 같은 하락 거래의 등장은 대출 규제로 거래가 어려워지거나 매수 의사를 거둔 매수자들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주택 수요는 대출 규제에 워낙 민감해 오늘 규제하면 내일 바로 수요 감소가 나타난다”며 “과거 6·19 대책이나 8·2 대책 등이 나왔을 때 매매수급지수가 한두 달은 둔화했다는 점에서 다음 주는 매매수급지수가 더 하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