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 문제로 냉랭했던 분위기 변화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 사업의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 국방부 관계자가 한국을 찾아 IF-X(KF-21의 인도네시아 명칭) 사업을 논의한 것으로 4일 파악됐다. 인도네시아 국방부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은 건 분담금 미납 문제가 불거진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인도네시아 연구진의 기술 유출과 개발 분담금 감소 논란으로 결별 가능성도 언급됐지만, 사업 논의가 재개되면서 분위기가 바뀐 모습이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방부 기술협력국장 등 IF-X 사업 담당 부서 관계자들은 2일부터 이틀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방사청 KF-21 사업단장과 KAI 관계자를 만나 사업관리 검토회의(PMR)를 진행했다. PMR은 공동 개발 과정에서 실무자들끼리 하는 정례회의 절차다. 인도네시아와 방사청은 IF-X 양산 추진 방안과 분담금 납부 일정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행 중인 KF-21 복좌형 4호기. /KAI 제공
이번 만남은 지난달 13일 석종건 방사청장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인도 디펜스를 찾아 인도네시아 측과 KF-21 공동개발 기본합의서 개정안에 서명한 뒤 후속 조치로 이뤄졌다. 이 합의서에는 인도네시아 측 분담금 납부와 양국의 협력 범위가 명시돼 있다. KAI는 내년까지 후속 협의의 결론에 이르길 원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 2015년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 KF-X(현 KF-21) 사업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2028년까지 인도네시아는 전체 사업비(8조8000억원)의 20%인 1조7338억원을 투자하고 시제기 1대와 기술을 이전받은 뒤 48대를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2016년 하반기부터 인도네시아의 기술자 파견이 시작됐다. KAI가 개발을 주도하고 인도네시아 기술진들이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형태였다.
작년 1월 KAI에 파견 나온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내부 자료 유출을 시도하다 적발된 뒤 현재는 KAI만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KF-21은 시험 비행 단계이며 양산을 앞둔 상태다. KF-21의 인도네시아 수출 사업이 IF-X 사업이다. 인도네시아가 원하는 성능을 내도록 KF-21을 개량하는 게 골자다. KF-21의 시험 비행 등이 끝나 전력화가 되면 KAI와 인도네시아 측은 개량 작업을 시작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의 이번 방한은 KF-21 공동 개발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네시아와의 공동 사업은 분담금 등 문제로 중단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가 튀르키예 전투기 칸(KAAN)을 48대 구매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업계에서는 공동 개발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이번 방한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튀르키예 전투기 구매를 확정하진 않은 것으로 본다. 칸 전투기의 개발 속도는 KF-21의 개발 속도보다 늦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지난 2023년 프랑스의 라팔 해상 전투기 구매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구매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공군 조종사는 지난달 27일 경남 사천 비행장에서 KF-21 시제기 조종석에 탑승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관계자들이 탑승한 KF-21 시제기는 오전 9시 45분쯤 이륙해 고도 약 2만 피트(약 6096m)까지 오르며 약 1시간 비행했다. 인도네시아 조종사가 전방석에 앉아 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조선비즈
김지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