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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구 고대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크고 딱딱한 신장 결석···내시경 시술로 비침습적 제거
AI 기반 국산 수술로봇 '자메닉스'로 정밀·안전하게 시술
내시경이 자율주행해 요관·요도 통과···호흡보상도 가능
박민구 고대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인공지능(AI) 기반의 완전 로봇식 신장결석 수술로봇 자메닉스를 이용해 결석제거술을 시행중이다. 사진 제공=고대안암병원

[서울경제]

“오른쪽 신장(콩팥)에만 크고 작은 돌이 11개나 있었어요. 기존 방식이라면 적어도 두 번은 시술해야 했을 겁니다. 결석의 크기가 크고 경도(딱딱함)가 강한 경우 레이저로 조심스럽게 깬 뒤 여러 번에 걸쳐 요도 밖으로 배출시켜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고 잔석이 남기 쉽거든요. "

박민구 고려대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메닉스 도입 이후 난이도 높은 내시경 결석치료술도 한 번에 끝낼 수 있게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자메닉스(Zamenix)'는 수술로봇 플랫폼 기업 로엔서지컬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신장결석 수술로봇이다. 고대안암병원은 올 3월 자메닉스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혁신의료기술 임상에 적합한 사례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 요로 결석, 산통과 맞먹는다는데…신장 안에 생긴 결석은 ‘무증상’도 많아


신장 결석은 소변 안에 들어있는 무기질이 응집되어 돌처럼 딱딱하게 덩어리진 상태다. 아이를 낳는 산통과 맞먹을 만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는 요로결석과는 결석의 위치와 증상이 다르다. 요로 결석은 요관부터 방광, 요도에 이르기까지 소변이 만들어져 배설되는 길(요로)에 결석이 생긴 상태다. 결석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주변 근육과 장기를 자극하고 경련을 일으켜 극심한 옆구리 통증과 혈뇨, 배뇨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결석이 신장 안에 있으면 크기가 커질 때까지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직경 5㎜ 미만의 작은 결석은 보통 신장에 가만히 있거나 소변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나간다. 이런 경우 수액을 주입하거나 다량의 물을 마시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직경 5㎜~1㎝ 사이로 자연 배출이 어려울 것으로 여겨지는 결석은 체외 충격파 쇄석술(Extracorporeal Shock Wave Lithotripsy)로 제거한다. 영상검사로 결석의 위치를 확인한 다음, 옆구리 후면에 충격파를 전달해 결석을 잘게 부숴 소변으로 배출되도록 하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이다.

박민구 고대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신장결석의 치료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고대안암병원


그런데 신장 내부에 크고 딱딱한 결석이 여러 개 생겼을 땐 체외 충격파만으로 완전히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고대안암병원에는 이처럼 결석의 크기가 크거나 재발이 잦고, 기저질환 등으로 합병증 위험이 큰 환자들이 주로 내원한다. 결석을 방치하면 요로감염, 패혈증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신기능이 저하돼 혈액투석과 같은 신대체요법이 필요해질 수 있다. 증상이 없다보니 신장 결석이 커져 요관을 막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응급실을 경유해 내원하기도 한다. 박 교수는 "땀 배출이 많고 물 섭취가 부족해 소변이 농축되면 결석이 생기기 쉽다"며 "결석이 한 번 생기면 1년 후 약 7%, 5년 안에 50% 이상 재발 가능성이 있으므로 한번 결석을 앓은 사람은 여름철 수분섭취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의료진이 일일이 작업하던 내시경 결석치료술…AI 자율주행 로봇 등장


일반적으로 직경 2㎝ 이하의 결석이 신장 내부에 있으면 내시경 결석치료술을 시행한다. 전신마취 후 요도를 통해 잘 구부러지는 연성내시경을 삽입한 다음, 기구를 이용해 결석을 집어내는 방식이다. 내시경의 끝에 장착된 레이저로 결석을 쪼갠 뒤 바스켓 도구로 직접 추출하기도 한다. 비침습적 방식으로 환자의 통증이 적지만 시술하는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성공률이 크게 갈린다는 한계가 안고 있었다. 결석이 요관을 통과할 수 있는 크기인지를 육안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정확도가 담보되지 않는 탓이다. 환자가 숨을 쉴 때마다 결석이 움직이는데, 레이저 조사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조직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시술하는 의사 입장에선 상당한 집중도를 요하는 작업이다. 박 교수는 "쪼개진 결석의 크기가 크면 추출 과정에서 요관 등을 긁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2명 이상의 의료진이 꼬박 몇시간 동원돼야 해 피로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수술로봇 플랫폼 기업 로엔서지컬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신장결석 수술로봇 ‘자메닉스’. 사진 제공=로엔서지컬


국내 기술로 개발된 자메닉스는 내시경 자체에 다양한 AI 기능을 탑재해 기존 시술의 한계를 정면 돌파했다. 자메닉스는 2.8㎜의 유연내시경 로봇과 이를 작동시키는 컴퓨팅 장비가 한 쌍으로 구성된다. 경로재생 기능을 통해 내시경이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요도와 요관을 통과해 결석을 반복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수술 중 환자의 호흡이 결석의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을 보상하는 '호흡 보상 기능'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신장 깊숙이 위치한 결석을 손쉽게 찾아내는 것은 물론, 크기 측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석 크기가 큰 경우에도 리모컨 조작만으로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어, 대부분의 수술 작업을 의사 1명이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의료진의 편의성은 궁극적으로 환자가 더욱 안전하고 정밀한 수술을 받는 성과로 이어진다.



◇ 올 하반기 혁신의료기술 임상 종료…“고위험·재발 환자에 희망될 것”


자메닉스는 2023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혁신의료기술로 선정됐다. 현재 신의료기술 등재를 위해 고대안암병원을 포함해 삼성서울병원·영남대병원·경북대병원·양산부산대병원 등 5개 기관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연내 임상연구가 끝나면 진료 목적으로 전환돼 원내 사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박 교수는 "결석이 크고 재발이 잦아 신장을 절개하는 침습적 수술을 받을 때마다 합병증으로 고생하던 환자가 떠올랐다"며 "재발 환자나 고위험군에게 자메닉스 같은 AI 기반 수술로봇을 활용한 비침습 치료가 희망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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