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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유세에서 '코스피 5000시대'라고 적힌 피켓을 높이 들고 있다. 사진=뉴스1


7월 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개정안이 기업지배구조에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코스피 5000시대’를 목표로 공정 경제 정책을 강화하는 이번 법안은 소액주주 권익 보호와 투명 경영을 강조하지만 재계는 책임 경영 회피와 ‘미등기 지배’ 확산이라는 역효과를 우려한다.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하고 전자 주총 의무화, 집중투표제 강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을 통해 소액주주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경영진의 소송 리스크 증가로 ‘위축 경영’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경영 판단 재량이 줄어들고 신속한 대응력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 반론은 있다. 주주보호가 가장 강력한 미국에서 빅테크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소송은 없었다는 게 근거다.

3%룰 시행 땐…총수 미등기 지배 확산 우려


여야가 합의한 3%룰이 공포되면 총수의 이사회 장악력 약화 현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은 총수의 이사회 장악력에 직접적 타격을 준다. 이에 따라 경영권 분쟁 위험은 물론 공공연한 ‘소액주주 연합’ 조짐까지 우려된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적 압박이 총수들에게 책임 있는 등기경영으로의 복귀를 유도하기보다는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우회로 탐색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5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미등기 임원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같은 사례다.

상법개정안은 주주 권리 확대와 투명 경영을 도모하지만 정작 책임 경영을 강화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총수 일가가 법적 책임 부담을 피하기 위해 등기임원을 기피하고 우회적인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자산 5조원 이상 78개 대기업집단의 등기임원 중 오너 일가 비중은 평균 6.5%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책임 회피형 지배구조’의 현실을 보여준다. 법적 책임과 형사적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전문경영인에게 등기 직을 맡기고 총수는 ‘고문’이나 ‘경영총괄’ 등의 비등기 직책으로 실질 지배를 이어가는 구조가 더 공고해질 가능성이 있다.

상법개정안 영향권 기업. 그래픽=송영 기자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6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추진과 관련해 경제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범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SK엔무브 상장 중단·LS 숨 고르기…‘폭풍전야’


상법개정안이 기업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법적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의 경영전략, 투자 유치, 상장 계획 등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자회사 중복 상장과 같은 이슈는 기업의 상장 전략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상법개정안 통과 임박과 함께 기업들의 자금 조달 전략이 급변하고 있다.

LIG는 3년 전 KCGI가 지분을 인수하며 2025년까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조건을 걸었으나 자회사 중복 상장 논란으로 최근 IPO 계획을 철회했다. LIG의 자회사인 LIG넥스원과 이노와이어리스가 이미 상장돼 있어 중복상장 논란이 제기됐고 한국거래소의 심사 기준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LS그룹 역시 계열사 중복상장 논란에 실사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을 고려해 전략을 재검토 중이다. 상법개정안이 기업의 상장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SK이노베이션은 6월 25일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의 상장 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FI 지분을 인수해 100% 자회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자본시장 분위기와 회사 제반 사정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상법개정안의 통과를 앞두고 자금 조달 환경이 급격히 얼어붙은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재계는 상법개정안 통과 전까지 적극적 사업 확장보다는 관망세를 유지하는 분위기였다. 재계 관계자는 “상장 예비 심사서류(DRHP) 제출 등 IPO 준비까지 마쳤던 LG전자의 인도 법인 상장도 최근 ‘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속도조절 움직임이 감지된다”며 “상법개정안이 공포되면 자본 조달 경로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6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줄소송 공포…공기업도 예외 아냐


재계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항 중 하나는 ‘다중대표소송제’다. 이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로 현재는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 시행 중이다.

공청회 단계에 있는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될 경우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 구조를 가진 기업집단의 경우 계열사 한 곳의 문제로 그룹 전체가 연쇄 소송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 주주가 삼성SDI 임원을, 한화 주주가 한화오션 임원을 상대로 소송하는 상황도 가능하다. 대규모 계열사를 가진 재벌 대기업집단이나 공공부문 지주회사 체제 기업의 부담은 더 크다.

정부가 사실상 지배하는 공기업 이사회도 영향권에 놓일 전망이다. 자회사 손해에 대해 임원 개인 책임 추궁 위험에 노출된다. 정책 및 경영 판단과 관련 경영 손실이 발생할 경우 임원 개인에 대한 소송이 현실화할 수 있다.

특히 에너지 산업은 정부 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된 영역이기 때문에 탈석탄 정책, 전기요금 구조 개편, 해외 자원 개발 손실 등으로 경영 손실이 발생할 경우 주주와 시민단체가 이사진 개인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상법개정안은 주주 중심 경영과 투명성 강화가 목적이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하고 전자 주총,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3%룰 등을 통해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높인다.

그러나 문제는 책임은 강화되지만 책임지는 주체는 법 바깥으로 밀려난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경영권은 제한되지만 실제 총수는 등기이사에 올라 법적 압박을 받기보다 미등기 방식으로 지배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제도 취지는 공감하나 소송 리스크와 경영 불확실성이 현실화하면 기업 경영 전반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며 “실무 적용 과정에서 과도한 규제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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