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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템스강부터 한강까지...'일사천리'로 진행된 사업

한강을 이용한 수상 대중교통 '한강버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입니다. 2023년 3월 오 시장이 영국 런던 템스강에서 수상 교통수단인 '리버버스'를 체험한 직후 "서울로 돌아가 수상버스의 타당성을 검토하겠다"고 하더니, 불과 한 달 뒤인 4월 서울시가 <서울-김포 연계 수상 교통운송망 구축 착수>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같은해 5월 <리버버스 도입·운영추진계획>이 수립됐고, 9월에는 서울시와 이랜드그룹이 MOU를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그야말로 일사천리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 11월 25일, '한강버스'의 실물이 처음 공개됐습니다. 경남 사천시 은성중공업에서 열린 '한강버스 안전운항 기원 진수식'에서였습니다. 이날 오 시장은 굳이 한 손에 베이글을 들고서 좌석에 앉아 "이렇게 음식을 먹으면서 한강 바깥 경치도 보고 일도 미리 준비하는 게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2024년 11월 25일, 한강버스 안전운항 기원 진수식

■운항 두 달 남았는데...8호선 공정률 '30%'

오 시장의 추진력이 무색하게, '한강버스'의 정식 운항은 세 번이나 연기됐습니다. 당초 지난해 10월로 예정됐던 운항 개시일은 올해 3월에서 6월, 다시 9월이 됐습니다.

원인은 선박 건조 지연이었습니다. 서울시가 한강버스 운영을 위해 이랜드그룹과 설립한 합작법인 ㈜한강버스는 전체 12대의 선박을 건조하기로 하고 2024년 2월 가덕중공업, 은성중공업과 선박 건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두 업체에서 각각 선박 6대씩을 건조할 예정이었지만, 문제는 가덕중공업이었습니다. 선박 수주 실적이 없었던 이 업체는 제작 일정을 맞추지 못했고, 같은 해 10월 운항을 개시하기로 한 서울시의 계획도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서울시의회가 올해 3월 선박 공정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2025년 1월 31일 기준으로 가덕중공업이 제작을 맡은 5~8호선 4대의 공정률이 60%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박 제작 지연으로 정식 개통이 이미 두 번 연기된 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낮은 공정률마저 정확하게 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덕중공업의 건조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한강버스는 5~8호선 4대의 건조 업체를 성진ENG로 변경했습니다. 시의회가 공정률 문제를 제기한 직후였습니다. 성진ENG에서 공정률을 다시 산정했더니 어처구니없게도 4대 모두 1월보다 낮은 50%이하였습니다. 심지어 8호선은 30%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은성중공업이 건조한 9~12호선의 공정률은 모두 90%가 넘었습니다.

■ 7,8호선은 11월 30일 인도 예정...9월 운항 가능할까?

공정률이 낮은 선박 4대의 인도 예정일은 또다시 연기됐습니다. 5,6호선은 9월 30일, 7,8호선은 11월 30일입니다. 9월에 정식 운항을 시작한다는데 7,8호선은 이때 아예 투입이 불가능하고 5,6호선도 시운전과 인도 작업이 하루라도 늦어지면 9월에는 승객을 태울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9월 운항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5~8호선 공정률이 4개월 만에 오히려 낮아진 데 대해 "성진ENG에서 공정률 산정을 보수적으로 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공정률은 훨씬 더 진척이 됐을 것" 해명했습니다. 운항 지연을 초래한 가덕중공업에 대해서는 "㈜한강버스를 통해 보상 청구 등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출처: ㈜한강버스

■ 문제① 출·퇴근 시간대 운항 간격
사실 낮은 공정률은 지엽적인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한강버스가 대중교통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서울시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한강버스를 15분 간격으로 운항하겠다고 밝혔지만, 9월에 운항을 시작하더라도 12대를 전부 투입하기는 현재로서 불가능합니다. 짧은 운항 간격을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199인승 선박이 버스나 지하철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자주 다니는 게' 가장 중요할 수 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문제② 여전히 부족한 환승 인프라
한강버스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환승'입니다. 서울시는 마곡에서 잠실 선착장까지 급행 54분, 일반 75분이 걸린다고 홍보해 왔습니다. 출·퇴근 시간대 육상 교통과 비교하면 조금 더 빠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착장에 내린 뒤부터가 문제입니다. 서울시가 선착장 인근에 버스 승강장을 설치했다고 밝혔지만, 신설된 버스 노선은 선착장마다 1~2개 수준입니다. 잠실 선착장의 경우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잠실새내역까지 도보로 15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환승 인프라의 문제의 심각성은 소관 부서만 확인해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 부서 가운데 한강버스를 관리하는 곳은 미래한강본부입니다. 철도와 버스를 관리하는 곳은 교통실입니다. 한강 이용과 개발을 담당해 온 미래한강본부에서는 다른 교통수단과의 복잡한 연계 사업을 추진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한강버스를 대중교통의 하나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담당 부서를 교통실 내에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문제③ 서울시 재정 투입
서울시의 재정 투입 문제도 있습니다. 한강버스 운영에 관한 서울시 조례에는 "적자(운항결손액)가 나면 시 재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운항 차질과 환승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승객이 감소해 적자가 발생할 경우 서울시의 재정으로 투자 비용을 보전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지난해 서울시의 한강버스 이용활성화방안 보고서에는 실제로 운영 적자가 생길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면서 "서울시는 한강버스가 수익이 예상되기 때문에 사업을 한 것이 아니라 적자를 볼 것을 알면서도 추진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라 지적했습니다.

한강버스 잠실 선착장

■사업비 1,500억 원...'대중교통' 기능 보완해야

한강버스의 사업비는 초기 542억 원에서 1,500억 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운항 전부터 혈세 낭비 논란이 뜨거운 사업입니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해 11월 열린 진수식에서 "지금까지 애써 온 직원들 정말 고생 많았다"며 눈물을 흘렸지만, 운항을 2개월을 앞두고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오 시장이 감회에 젖은 채 여유를 부릴 때가 결코 아니라는 겁니다. 런던 시민들처럼 베이글을 든 채 강을 바라보며 출근하는 장면을 상상하기에 앞서, 한강버스가 대중교통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근본적인 검토와 보완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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