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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정감사 때 윤석열 전 대통령 관저 안에 있던 미등기 건축물, 이른바 '유령 건물'에 스크린 골프연습장을 설치한 것 아니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당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창고'라고 답했습니다.

이후 대통령경호처가 나서서, 현대건설에 경호처 예산 1억 3천만 원을 주고 만든 경호시설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KBS는 관저 공사에 참여했던 업체 관계자로부터 설계 도면을 입수했습니다.

도면 하단에는 '한남동 골프연습장'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도면엔 현대건설이 아닌 다른 2곳의 건설업체 이름도 적혀 있었습니다.

도면을 들고,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한남동 골프연습장' 설계 도면에 적인 업체들 찾아가 보니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건축설계업체 ㄱ사. 모델하우스 등을 만들고, 설계, 시공, 인테리어까지 하면서 강남에 개별 사옥을 갖추고 있을 만큼 규모도 갖춘 곳입니다.


도면을 보여주며 여럿에 물어봤지만, '(도면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로 찾은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업체에선 다른 답이 나왔습니다.

앞서 찾아갔던 ㄱ사에서 하도급을 받아 당시 '유령 건물' 공사에 참여했다는 겁니다.


자신들은 하도(급)의 하도(급)를 받는 곳이라며, 유령 건물 공사의 일부만 참여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ㄱ사 직원이 관저에서 현장소장 역할을 하며 하도급 업체들을 관리했다고도 말했습니다.


이틀 후 다시 ㄱ사를 찾았습니다.

이번엔 현장소장 역할을 했다는 담당자를 확인해 물어봤지만, 어떠한 답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담당자는 전화를 피했고, 이 업체 대표도 "말씀드릴 입장이 아니라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다만, 둘 다 '한남동 골프연습장' 공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경호처 차장 "골프연습장 맞아"…"'나무로 은폐' 지시" 증언도

앞서 감사원은 지난 1월 관저 공사를 담당한 경호처 간부에 대한 대면 조사를 통해 관저 내 '유령 건물'에 골프 연습 시설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인해 검찰에 넘겼습니다.

실내 골프 연습 시설처럼 벽면이 만들어져 있었고, 인조 잔디가 있는 티 박스 등도 갖춰져 있었다는 겁니다.


김종철 당시 경호처 차장도 KBS와의 통화에서 이 건물 용도에 골프연습장이 포함돼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해당 건물이 "호화 스크린골프장은 아니"라면서도 "골프연습장과 휴게실, 대기 초소와 체력 단련 시설로 이뤄진 건물"이라고 확인해 준 겁니다.

당시 경호처 고위 간부가 이 건물이 골프연습장 용도였다는 걸 인정한 건 처음입니다.

김 전 차장은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과 함께 이 건물 공사 초기부터 위치와 용도 등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고도 말했습니다.

당시 공사에 관여한 다른 관계자도 김용현 전 처장이 여러 차례 찾아와 공사 현장을 직접 챙겼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공사 관계자는 김용현 전 처장이 특히 위성 사진에 찍히지 않도록 나무를 심어 건물을 숨겨야 한다는 꼼꼼한 지시까지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 전 처장에게 입장을 물어봤지만,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계약 한 달 전 설계 도면부터 준비…이면 계약? 사후 계약?

계약 시기도 문젭니다. 경호처는 앞서 이 '유령 건물'에 대해 7월에 현대건설과 계약해 8월에 다 만들었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KBS가 확보한 설계 도면에 찍혀 있는 날짜는 6월 3일입니다.

한 건축설계사무소 대표는 이 도면을 살펴본 뒤, "아주 정교한 도면은 아니"라면서도 "급하게 만들어도 일주일은 걸려야 완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6월 3일보다 일주일 전, 적어도 5월에 이미 설계도 준비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건축설계사무소 대표는 " 이 정도 도면은 계약 준비와 동시에 만들기도 하지만, 관공서 수주 공사의 경우 계약을 먼저 맺고 도면 준비를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유령 건물의 경우 7월에 계약이 이뤄졌다는 경호처 해명이 맞다면, 계약 한 달도 전부터 도면을 만들기 시작했던 거로 볼 수 있습니다.

일단 공사부터 해두고 다 만든 후에 '짜맞추기식'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실제 만드는 데 들어간 금액과 계약 금액이 달랐을 수 있다는 의심도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골프연습장, 김용현이 대통령에게 준 뇌물?…법조계 의견 엇갈려

이 골프 연습시설을 매개로 김용현 전 경호처장과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뇌물 혐의도 따져볼 부분입니다.

감사원은 이 골프연습장이 김 전 처장이 윤 전 대통령에게 제공한 뇌물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검찰에 자료를 넘겼습니다.

경호처 예산은 경호시설 관련 용도로만 써야 하는데, 경호와 상관없는 윤 전 대통령 골프 연습 시설을 경호처 예산으로 만들어줬으니 김 전 처장이 제공한 뇌물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도 수사에 착수했는데, 일각에선 특검이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조인들에게 물었더니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한 변호사는 "경호처장이 경호처 예산으로 대통령 편의시설을 설치해 준 건 예산의 불법 전용으로 업무상 횡령죄가 될 수 있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인사상 이익을 목적으로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다른 한 변호사는 "공관에 지어준 건물은 대통령 개인에게 돌아간 게 아닌 만큼 뇌물 혐의를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유령 건물이 경호와 상관없는 용도로 확인된다면, 경호처 예산을 용도와 다르게 쓴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관 기사]
[단독] 골프연습장 아니라더니…‘한남동 골프연습장’ 도면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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