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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주재 첫 회의서 조세연만 패싱
조세연 익명 SNS "정체성 부정" 자조
도지사 시절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적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모습. 뉴스1


해프닝일까, 미운털일까.

과거 '지역화폐'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대립했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이 대통령 취임 직후 열린 1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4대 국책연구기관 중 유일하게 배제되면서 조세연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당일 회의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위한 사전 논의 격이었데, 재정정책의 '핵심 두뇌' 역할을 하는 조세연이 빠진 것이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과의 악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지난달 4일 1차 비상경제 TF 회의를 주재했다.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등 주요 부처 핵심 관계자들이 참석해 경기·민생 회복 방안을 논의했고, 추경 편성을 위한 재정 여력과 경기진작 효과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엔 4대 국책연구기관 중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세 곳의 국책연구기관장들도 참석했는데, 조세연구원장만 없었다. 조세연은 회의 참석을 요청받지도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참석자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조세연 내부가 들끓었다. 익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블라인드에도 '망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한 연구원은 "회의 주제가 추경인데 조세'재정'연구원을 패싱했다는 건 연구원의 아이덴티티(정체성)가 근본적으로 부정당했다"는 댓글을 달았고, 또 다른 연구원은 "추경 논의에 재정건전성을 얘기하는 연구원(조세연)을 부르지 않은 것인지, 미운털 박혀 부르지 않은 것인지, 무능해서 뚫지 못한 것인지 궁금하다"는 글을 남겼다.

내부에선 '미운털'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과 조세연과의 악연은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0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핵심은 지역화폐였다. 조세연은 당시 "지역 내 자영업자 매출이 증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라 전체로 보면 소비 지출은 같고, 지역화폐 발행·유통·관리 예산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내용의 부정적 보고서를 냈다. 이에 이 대통령이 "근거 없이 정부정책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비난했고, 당시 김유찬 조세연구원장은 "보고서 내용을 철회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맞받았다. 다시 이 대통령은 조세연을 향해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5년이 지나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조세연이 제외되자 이 악연이 회자되는 것이다.

2020년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조세연 패싱 논란에 대해 이영 조세연구원장은 '해프닝'이라는 입장이다. 당일 회의가 급하게 소집됐으며, 제외 소식을 접하고 처음엔 당황했지만, 파악해본 결과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는 것. 이 원장은 "연구원은 추경 관련 (대통령실 등에) 별도로 자료를 제출했고, 실제 정책에도 반영도 된 데다가 의도적 배제는 아닌 것으로 안다"며 "연구원과 대통령실 간 소통과 업무 협조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프닝이든 아니든 이 같은 일로 조직이 망했다며 술렁일 정도로 국책연구기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보고서를 내는 일들이 버젓하지 않으냐"면서 "정부 눈치, 정권이 앉힌 원장 눈치 보기 싫어 국책연구기관을 떠나는 인원이 매년 300명 안팎"이라고 귀띔했다. 국책연구원 출신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책연구원에서 비판적 연구결과를 냈다고 해도 정부는 포용하고 건설적 토론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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