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첫 공식 기자회견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선 기간 ‘통합과 확장’이라는 이재명 캠프의 인사 기조가 이재명 정부에서도 유지될 것으로 본 이들은 많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오전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 장관 유임과 친윤 검사 중용 논란 등에 대해 ‘콘크리트론’ ‘해바라기론’ ‘로보트 태권브이론’ 등 생생한 3대 비유를 통해 지지층을 설득하는 한편, 본인의 실용 기반 용인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인사와 관련해 “국민 눈높이나 야당, 지지층 안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 저는 야당 대표 또는 여당 대표가 아닌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국민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통합의 국정을 해야 한다”며 이해를 구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색깔에 맞는 사람만 선택해서 쓰면 편하고 (국정 운영에) 속도도 나고 갈등은 최소화될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도 건축 비유를 들어 “같은 색깔만 쭉 쓰면 위험하다”고 했다. “시멘트, 자갈, 모래, 물을 섞어야 (단단한) 콘크리트가 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시멘트만 잔뜩 모으면 그냥 시멘트 덩어리가, 모래만 잔뜩 모으면 모래더미가 될 뿐이다. 차이는 불편하지만 시너지의 원천이기도 하다”고 했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누구든 중용하고, 같은 진영이라도 뜻이 안 맞거나 실수가 잦으면 거리를 뒀던 성남시장·경기지사·당 대표 시절 용인술도 분명히 했다. “과거에 누구와 가까웠다며 다 골라내면 남는 사람이 없다. 기본적 역량과 국가·국민에 충직한 자세를 가지고 있다면 최대한 고쳐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인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정책 과제 수행을 위한 수단”이라고 했다.
지방행정을 오래 맡았던 이 대통령은 ‘영혼 없는 해바라기’라는 비판을 받는 공직사회에 신뢰를 드러내며, 이들을 결국 일하게 하는 것은 “지휘자·지휘관·조종사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직업공무원은 국민이 선출한 지휘관에 따라 움직이는 게 법률상 의무다. 해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도록 법에 의무화돼 있다. (그 공직사회의) 내용을 채우는 것은 국민이 선출한 인사권자, 대통령”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자신을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 조종사에 견줘 “공직사회는 조종석에 철수가 타면 철수처럼, 영희가 타면 영희처럼 행동한다”고 했다. 정권 편향이 심한 검찰 등 공무원 조직을 ‘이재명 대통령’이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