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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뉴스 › 故 이건희 회장 기부 1조원, 감염병 막을 의료 인프라 만든다

랭크뉴스 | 2025.07.03 18:50:02 |
중앙감염병병원·박테리오파지 치료센터 설립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기부금 1조원을 재원으로 삼는 ‘국가 감염병 대응 인프라 구축 사업’이 본격화됐다.

장희창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 소장은 3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제1회 ‘이건희 감염병 극복 연구 역량 강화 사업 국제심포지엄(LISID)‘에서 인프라 구축 사업의 구체적 계획을 밝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을 겪으면서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와 인프라 투자 필요성이 부각됐다. 지난 2021년 4월 이건희 회장 유족은 감염병 전담병원 건립과 관련 연구(7000억원)와 소아암·희귀질환 등 어린이 환자 지원(3000억원)에 써 달라며 1조원을 국가에 기부했다.

장 소장은 이날 기조강연에서 프로젝트의 세부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보건 당국은 기부금 수령 후 유가족 측과 함께 기부금관리위원회 발족과 기부금 사무국 설치, 사업을 구체화하는 회의 등을 진행했다. 이를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하는 것이다.

발표에 따르면, 기부금 중 5000억원이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에, 1000억원은 연구 인프라에 투입된다. 중앙감염병병원은 서울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맞은편 옛 미군 부지에 150병상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운영은 국립중앙의료원이 맡는다.

장 소장은 “삼성,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이 함께 이 부지를 선정했으며, 원래 100병상 규모로 계획했으나 유족의 제안으로 150병상 규모로 확대해 최신 시설로 건립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며 “현재 설계 용역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감염병 임상연구센터는 서울대 의대 연건캠퍼스에 들어선다. 중앙감염병병원과의 접근성, 질병청·국립중앙의료원과의 시너지 등을 고려해 부지를 확정했다. 이 센터는 감염병 관련 기초·중개연구뿐 아니라 치료제 개발과도 연계될 수 있도록 후보물질 발굴과 전임상연구 수행, 데이터 네트워크 구축 등을 담당한다.

장 소장은 “단순히 연구소만 짓는 게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효과적인 임상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울대 의대 연건캠퍼스를 부지로 최종 선정했다”며 “추후 건립될 중앙감영병병원, 국립중앙의료원과도 가까워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희창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장이 감염병 극복 지원 사업 중 올해 추진하는 1차 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감염병 연구와 대응 강화를 위한 대규모 연구 과제 사업도 올해 시작된다. 백신·치료제 개발을 가속하고 임상 협업·데이터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게 핵심이다. 국립감염병연구소가 총 18개 세부 과제를 선정해 6년 동안 연구를 지원하며 상황에 따라 추가로 과제를 기획할 예정이다.

특히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연구 협력체를 구성하고, 항생제 내성을 극복하는 신개념 항균제 개발에도 도전한다. 박테리오파지는 대장균 같은 박테리아(세균)에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줄여서 파지(phage)라고 한다. 그리스어로 ‘박테리아(세균)를 먹는다’는 뜻으로, 1917년 프랑스 미생물학자 펠릭스 데렐이 지은 명칭이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에 유전자를 집어넣어 복제한다. 복제된 바이러스가 많아지고 밖으로 나오면 세균은 세포막이 터지면서 죽는다. 세계적으로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박테리오파지를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된 환자에게 적용하는 게 대안으로 떠올랐다.

장 소장은 “코로나19 당시 백신 임상시험 시 수천 개의 샘플을 분석해야 했지만, 국내 분석 기관 인력이 부족한 한계를 겪어야 했다”면서 “다음 팬데믹을 대비한 협업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박테리오파지 연구 협력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건희 박테리오파지 치료센터도 함께 건립될 예정이다.

팬데믹 긴급 대응괴 치료제 개발을 위해 지역 거점 병원과 중앙 병원을 연결한 통합 네트워크도 구축할 계획이다. 먼저 2~3세대 두창·탄저·지카바이러스 백신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차세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도 포함된다.

장 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공공기관 혼자 대응이 어렵고, 강력한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새로운 감염병 대응 모델을 만드는 프로젝트의 중심에 이건희 회장과 유가족의 숭고한 기부 정신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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