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지난달 30일 입주
“규제 발표에 주말 사이 전세 계약 취소되기도”
하반기 서울 곳곳서 입주하는 대단지도 혼란 예상
“실제 조합원들 중에서 전세를 주고 전세금을 받아야 잔금과 정비사업 분담금을 납부할 수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규제 시행 탓에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아 곤란해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공인중개사들도 명확하게 안내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지난달 30일 입주를 시작한 3307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는 단지 곳곳에서 입주 이사가 한창이었다. 다만 일부 조합원들은 정부의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조치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에서 입주를 진행 중인 이삿짐 트럭. /방재혁 기자
정부는 6·27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고 입주 때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했다. ‘갭투자’용 전세대출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 조치는 쉽게 말해 수분양자가 전세 보증금으로 분양 잔금을 치르기 위해서는 대출 없이 현금으로 보증금을 낼 수 있는 세입자를 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세를 낀 주택 구매가 사실상 막힌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상한까지 6억원으로 설정됐다.
대책 발표 전까지 전세 임대차 계약서를 쓰지 않은 수도권·규제지역 단지는 조건부 전세대출이 불가능하다. 재건축 후 입주를 앞둔 단지도 적용 대상이다.
이 같은 정책 발표에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메이플자이에서 혼란이 발생했다. 잠원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정책 발표 전 계약금을 일부라도 넣었던 세입자들은 안심하고 이후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이제 막 알아보려고 연락을 했던 사람들은 대다수가 정책 발표 이후 포기했다. 계약금을 넣지 않았다가 주말 사이 계약을 취소한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방재혁 기자
잠원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오늘 상담을 왔던 손님은 타지역 1가구 1주택자였는데 자녀 교육 문제로 그 주택을 팔고 이 단지로 오고 싶어 했다. 그러나 6억원 제한에 걸려 고민 끝에 일단 돌아갔다”고 했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잠원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 보증금을 받아서 잔금을 납부할 수 있는 집주인들은 혹여나 전세값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재 메이플자이의 전세가격 호가는 전용 84㎡ 기준 15억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 기존보다 가격이 크게 낮아진 수준은 아니지만, 일부 5000만~1억원가량 호가를 낮춘 물량도 속속 나오고 있다. 8월 말 잔금을 앞두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입주장 전세 물량이 쏟아지자 가격을 낮춰서라도 세입자를 구하려는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전세 호가가 크게 낮아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메이플자이가 고가의 신축 단지라 영향이 덜 하다는 반응이다. 잠원동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가가 다른 지역 아파트 매매가와 맞먹을 정도의 가격이다 보니 세입자들도 자금 여유가 있는 분들이 많다”며 “집주인들도 전세가 들어오지 않을까 조급해하는 분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가격을 낮추거나 하지 않고 일단 기다리겠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방재혁 기자
메이플자이 외에도 올해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1097가구),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1261가구), 송파구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 등 서울 주요 대단지들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해당 단지들에서도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장 전망이 나온다.
조선비즈
방재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