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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계속되며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2일 경북 고령군 다산면의 한 밭에서 한 농민이 뙤약볕 아래서 파 모종을 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한국기상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장마의 정의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설문조사 결과, 기상학자들은 전통적 개념의 장마가 달라졌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다만 우기 같은 다른 용어를 써야 할지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2일 기상청 장마특이기상센터장인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중앙일보에 “최근 장마가 예측 불가한 형태로 바뀌고 있고 올여름만 해도 전형적인 장마가 아니다”며 “교과서 내용까지 바꿔야 하겠지만, 장마를 새롭게 정의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올여름에도 장마가 이름값을 못 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예년보다 빨리 시작했다. 제주의 장마 시작일은 지난달 12일, 중부와 남부지방은 19일이다. 하지만, 장마 초기에 시간당 60㎜가 넘는 폭우를 쏟아낸 이후에는 장맛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있다.

김경진 기자
서울의 경우 첫 장맛비가 내린 지난달 19~20일에는 5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지만, 21일부터 1일까지 내린 비의 양은 전부 합쳐도 13.1㎜에 불과하다. '장마가 실종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장해 한반도 남쪽을 뒤덮으면서 정체전선(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밀어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푹푹 찌는 더위와 열대야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교과서 속 장마는 틀렸다 “국지성 폭우 잦아져”
기상청 장마백서에 나오는 장마 시기의 기단 배치. 기상청 제공
교과서에서는 장마를 남쪽의 북태평양 기단과 북쪽의 오호츠크해 기단이라는 서로 다른 성질의 두 공기 덩어리가 한반도에서 충돌해 장기간 비가 내리는 현상으로 정의한다.

학자 사이에서는 이런 교과서 속 장마의 개념이 이미 수명을 다했다는 의견이 많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처럼 국지성 호우가 잦아진 데다가, ’N차 장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장마 시기의 구분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장마가 아닌 ‘한국형 우기’로 용어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북태평양 기단과 오호츠크해 기단이 충돌해 장맛비가 내린다는 건 타이슨과 유치원생이 싸운다는 얘기로 이론적으로 이미 깨진 내용”이라며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지표가 더 가열되면서 정체전선과 관련 없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강하게 쏟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마른 장마에 역대급 폭염·열대야
1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관광객이 양산을 든 채 장맛비로 젖은 땅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마른 장마가 이어지면서 폭염의 기세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이날 경남 밀양은 한낮에 기온이 38.3도까지 치솟았다. 7월 상순 기준으로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역대 가장 높은 기록이다. 기존 1위 기록이었던 1994년 7월 10일(36.7도)보다도 1.6도나 높았다

강원 강릉에서는 7월 첫날 밤부터 올해 첫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강릉의 밤 최저기온(1일 오후 6시 1분~2일 9시)은 30.3도를 기록했다. 열대야(25도 이상)를 넘어 초열대야(30도 이상)가 나타난 건 올해 처음이다. 7월 초 초열대야가 나타난 건 이례적이다.

이른 폭염과 열대야에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 20일~7월 1일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508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390명) 대비 30.3% 많다. 올해는 예년보다 5일 빨리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가동했는데, 조기 감시기간(5월 15~19일)을 포함한 환자는 524명에 달한다. 온열질환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는 총 3명 나왔다.



2018년 역대급 폭염 재현되나…기상청 “장마 종료 선언 일러”
부산지역에 폭염특보가 이어진 2일 해운대구의 한 도로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앞으로다. 기상청의 중기예보에 따르면, 다음 주말까지 장맛비 소식이 없는 상태다. 중부지방에는 대기불안정으로 인해 소나기가 내릴 수 있지만 더위의 기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장마가 이대로 끝나게 되면 2018년의 역대급 폭염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중부지방에서는 7월 11일에 장마가 조기 종료하면서 극심한 폭염이 닥쳤다.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역대 가장 많은 31일이었는데, 아직도 그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기상청은 아직 장마 종료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현재 정체전선이 수도권에서 200~300㎞ 정도 떨어진 북한 지역에 형성돼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고기압이 우리나라를 덮고 있지만, 필리핀 해상의 열대 요란 같은 변수에 따라 기압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장마가 끝났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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