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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전면부에 붙어있는 러브버그. 연합뉴스

[서울경제]

“플로리다에선 몇 년 전부터 러브버그가 안 보여요”

얼마전 인천 계양산 일대를 뒤덮은 러브버그 떼가 국내에서는 ‘재난급 벌레’로 취급되면서 떠들썩하다. 하지만, 한때 ‘러브버그의 본고장’이라 불렸던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바로 러브버그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지역 방송사인 클릭올란도닷컴은 지난해 9월 ‘러브버그, 플로리다에서 사라졌나?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몇 년간 플로리다에서 러브버그는 개체 수가 급감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충 관리 전문가이자 플로리다대 곤충학 교수인 노먼 렙플라(Norman Leppla)는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 사이 러브버그가 눈에 띄게 줄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2023년 봄, 자신이 30년 넘게 러브버그를 채집해온 지역을 직접 찾았지만 단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후 더 면밀히 탐색한 결과 몇 마리를 확인했으나 “과거와 같은 대량 출현과는 비교도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플로리다 북중부 도시 지역에서는 러브버그가 사실상 자취를 감췄고, 간혹 목장이나 농장 등 유충이 자라기 좋은 환경에서만 드물게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렙플라 교수는 “이런 감소 현상은 지난 3~4년간 계속됐고,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라고 분석했다.

러브버그는 사실 플로리다 토착종이 아니다. 멕시코 유카탄 지역이 원산지로, 20세기 초중반 텍사스를 거쳐 미국 남부 해안 지역으로 확산됐다. 플로리다에서는 1950년 전후로 처음 발견되어 플로리다에서 러브버그가 사라졌다고 해도 완전히 멸종된 것은 아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러브버그는 다시 열대 지역으로 되돌아갔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듯 러브버그의 급감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렙플라 교수는 기후 변화, 도시화, 환경 중 화학물질, 인구·물류의 이동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곤충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 종의 전 세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과학자들은 이 현상에 대해 큰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러브버그가 사라지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렙플라 교수는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 영향은 없다.”

오히려 플로리다의 운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러브버그의 내장이 자동차 도장면을 부식시키는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러브버그가 차량에 붙으면 도색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플로리다 시민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세차장 업계만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플로리다대 연구진은 러브버그에 대한 흔한 몇가지 오해와 속설도 함께 정리해 공개했다.

플로리다 대학의 연구자들이 유전자 조작으로 모기를 잡기 위해 러브버그를 만들었다
=사실이 아니다. 러브버그는 작은 초식성 곤충으로, 모기를 사냥할 턱이나 빠른 움직임이 없다. 활동 시간도 다른데 러브버그는 주로 낮에, 모기는 해질녘에 움직인다.

러브버그는 자동차에 끌린다
=러브버그 암컷은 자외선(UV)에 노출된 알데하이드 성분에 끌리며, 이 성분은 차량 배기가스에 포함돼 있다. 러브버그는 이를 산란지에서 나는 부패 유기물의 냄새로 착각할 수 있다.

암수 러브버그는 붙어있는 내내 짝짓기를 한다
=정자 이동은 약 12.5시간이 걸리고, 러브버그 한 쌍은 며칠간 붙어 다니며 먹이를 먹고 이동할 수 있다.

러브버그의 체액은 산성이어서 자동차 페인트를 즉시 녹인다=
차량에 부딪혀 터진 러브버그는 24시간 안에 산성화될 수 있기 때문에, 햇볕에 말라붙기 전에 벌레 자국을 닦아내면 도장면 손상은 막을 수 있다.

러브버그는 천적이 없다
=러브버그를 잡아먹는 천적은 많지 않지만, 거미·잠자리·새 등에 먹힐 수 있다.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AI 이미지 생성기로 만든 사진. 툴 제공 = 플라멜


끝으로, 국내에선 ‘익충’으로 불리며 긍정적 생태계 구성원으로 여겨지는 러브버그는 미국에서는 ‘성가신 해충(nuisance pests)’으로 불리며 차량 도장 손상과 대량 출몰에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고 있다.

실제로 6년 전 한 해외 누리꾼이 올린 1973년에 찍힌 사진에는 자동차 전면부가 러브버그로 빼곡히 덮여 번호판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운전자들은 매년 러브버그 시즌마다 차에 붙은 사체 제거에 시달렸지만, 이제 플로리다에서는 그 시절 ‘재난급 벌레’가 사라져 또 다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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