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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혼돈 수습한 취임 한 달
마라톤회의·G7 참석·추경 등
“공직사회도 놀라는 분위기”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정부가 오는 4일 출범 한달째를 맞는다. ‘12·3 내란사태’라는 초유의 국가적 위기를 지나 집권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2일차에 전임 정부의 장관들과 ‘마라톤 회의’를 열고, 15일차에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편성을 마무리 지었다. 취임 12일 만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다자간 정상 외교 무대에 오르고,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대부분의 조각을 마무리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혼돈 속에 집권했지만, 직접 ‘일하는 정부’의 드라이브를 걸며 대내외에 이념을 넘어선 ‘실용 정부’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확실한 경기 부양 메시지에 집중한 ‘실용 경제’

21대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핵심 구호는 경제성장을 통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를 담은 ‘먹사니즘’이었다. 집권 뒤에도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고 민생경제를 살리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발신하고 있다. 취임 첫날 비상경제점검 티에프(TF)를 꾸려 곧바로 회의에 나서고, 18일엔 30조5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해 국회로 보냈다. 추경에 담은 민생 회복 소비쿠폰의 경우 전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되, 나라 곳간 상황을 고려해 소득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절충안을 택했다. “위기 앞에 실용으로 답”(6월26일 국회 시정연설)한 것이다.


흑묘백묘…‘실용’ 두드러진 인사

이 대통령의 ‘흑묘백묘’식 실용론이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인사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모두 이 대통령과 인연이 그다지 없는 기업인 출신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친기업 노선’을 강조해온 게 빈말이 아님을 인사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이념과 진영은 이번 정부 인사에선 중요한 고려 요소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경기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을 맡았을 때도 전임 단체장 시절에 중용된 인사들 가운데 유능한 인사들을 발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정권에서 일했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이런 맥락 속에 계속 함께 일하기로 했고,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유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여권 인사는 “공무원 인사를 보니, 관료 출신 가운데 일 잘하는 사람들을 잘 뽑았더라. 공직사회에서도 깜짝 놀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연배와 경력을 넘어선 인사의 탄력성도 눈길을 끈다. 이재명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첫손에 꼽는 인공지능(AI) 산업 정책을 이끌 신설 에이아이미래기획수석에 업계 출신인 40대 하정우 수석을 배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4선인 우상호 전 의원에게 정무수석을 맡기고, 3선 강훈식 전 의원에게 대통령비서실장을 맡겨 대통령실 운용에 활력과 경륜의 조화를 꾀했다.

외교도 ‘국익 중심 실용론’으로

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현지시각)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며 서로 ‘상석’을 양보하면서 활짝 웃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친중·반일 메시지를 여러 차례 냈던 이 대통령이 취임할 경우 한-일 관계가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으나, 이시바 총리와 친밀한 모습을 연출하며 이를 불식한 것이다.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주장해온 이 대통령의 철학이 집약적으로 드러난 순간이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일은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집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우호적인 첫발을 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취임하자마자 열리는 G7 정상회의 참석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으나, 이 대통령은 “내란으로 국제적 망신을 산 대한민국이 다시 정상 국가로 국제 무대에 돌아온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고 봤다고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역시 참석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가, ‘중동 사태’로 위험 요인이 커지자 비판을 감수하고 불참을 택했다. ‘이재명표 실용 외교’의 첫 성적은 조만간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9월 중국 전승절 초청 문제에서 매겨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취임 첫 달 이 대통령이 집권 첫 단추는 잘 끼웠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질적 인사들이 용광로처럼 섞인 내각이 빚을 효과나, 실용 외교의 진면목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각 부처가 잘 조율돼 원하는 성과를 낳느냐, 충돌하느냐의 문제는 향후 평가받을 문제”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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