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내란 특검팀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은석(60‧사법연수원 19기) 특별검사가 이끄는 내란 특검팀이 2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는 등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들을 줄소환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관련 국무회의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서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 “비상계엄 관련 국무위원이 관여한 국무회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국무위원의 권한이나 의무, 역할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한 전 총리를 소환해 조사했다. 한 전 총리는 출석 약 14시간 만인 이날 오후 11시42분쯤 특검팀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한 전 총리는 ‘계엄 사후 문건에 왜 서명하고 폐기했는가’ ‘계엄 선포를 막으려 노력한 게 맞는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박 특검보는 “한 전 총리의 경우 경찰 단계에서 피의자로 이미 조사를 받았다”며 “경찰에서 이뤄진 출국금지는 수사기관이 변경될 때에도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5월 중순쯤 한 전 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를 출국 금지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서도 지난해 12월 이뤄진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은 특검팀도 지난달 18일 수사를 개시하면서 한 전 총리와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를 연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모두 경찰 수사 단계에서 내란 공범 혐의로 조사받은 바 있다. 특검팀은 최 전 부총리와 이상민 전 장관 등에 대한 피의자 조사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을 포함해 특검팀은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전원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국무회의 개의를 위한 최소 정족수(11명)를 채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일 내란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비상계엄 당시 국무위원 모두 소환조사
특검팀은 국무회의에 불참한 국무위원들에 대해서도 회의 소집 여부 등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이날 특검팀에 출석했다. 유 장관은 취재진에 “특검에서 참고인으로 불렀다”고 말했다.
안 장관과 유 장관은 조사를 받고 각각 출석 10시간·6시간 만에 귀가했다. 유 장관은 “비상계엄 당일에 대해 (특검팀이) 주로 질문했다”며 “계엄 해제 국무회의 질문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엄 당일 왜 회의 참석하지 못했냐고 물었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연락을 못받았으니까…"라고 답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일 내란 특검팀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팀은 12‧3 비상계엄 선포‧해제 관련 당시 국무회의 상황을 재구성할 계획이다. 한 전 총리 포함 국무위원들이 내란에 동조한 공범인지 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피해자인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권을 침해하는 등 직권남용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입건했다.
특검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새로운 계엄 선포문이 작성됐다가 폐기된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조사하면서 관련 진술을 받았다. 한 전 총리가 해당 문건에 서명했다가 ‘없던 일로 하자’고 요청했고, 해당 문건이 폐기됐다는 내용이다. 한 전 총리는 앞서 국회‧수사기관에서 “비상계엄 관련 온라인‧오프라인 서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검찰 조사에선 “최초·사후 계엄선포문이 같다는 의미에서 서명했다”고 진술했다.
한 전 총리는 또한 계엄을 선포한 이후 당시 국무조정실장에게 ‘(계엄에) 찬성하는 국무위원이 없었는데 괜찮은가’라고 말하는 등 계엄의 적법성과 해제 필요성 등을 살핀 정황이 특검팀에 포착되기도 했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가 2일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진행된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팀은 한 전 총리 등을 상대로 계엄의 절차적 흠결을 사후 보완하려 했는지, 내란 행위에 가담한 건 아닌지 확인할 방침이다. 한 전 총리가 계엄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 “윤 전 대통령을 설득해 계엄 선포를 막기 위해서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한 전 총리 진술 내용에 따라 특검팀이 강제수사에 착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이 한 전 총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1호 구속영장 청구’가 된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선 추가기소 이후 법원에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하는 식이었다.
━
국무회의 소집 연락 의혹 尹 수행실장 소환
한편 특검팀은 이날 김정환 전 대통령실 수행실장을 소환했다. 김 전 실장은 비상계엄 선포 전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쯤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국무회의 소집’을 각 국무위원에게 연락했단 의혹을 받는다. 김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한 검찰 출신이다.
특검팀은 오는 5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소환을 예정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은 “특검의 출석 요구에 응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진술하겠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28일에 이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국무회의 관련 직권남용 및 체포영장 집행 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