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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 여야 합의 보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왼쪽)과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법개정안 처리에 합의한 뒤 취재진에게 합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2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상법 개정에 부분 합의한 건, 양쪽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주고받기’의 결과로 풀이된다. 일반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상징성이 크지만, 야당인 국민의힘과 재계 역시 대주주에게 쏠려 있는 기존의 폐쇄적인 이사회 진입로를 열어주지 않는 실익을 챙겼다는 얘기다. ‘더 센 상법 개정안’을 내세웠지만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 소수주주 피해 등을 막는 데 효과적인 집중투표제 도입까지 나가지 못한 것은 아쉽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야가 3일 국회 본회의 처리에 합의한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세가지다.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적용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게 첫째다. 일정 규모 이상 상장사의 전자 주주총회 개최를 의무화하는 조처와 막판 쟁점으로 떠오른 ‘3%룰’의 보완에도 전격 합의했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는 개정안 공포 즉시, 전자 주총 의무화 조처는 오는 2027년 1월부터 시행한다.

3%룰이란 기업이 주주총회에서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상법상 최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제도다. 현재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이사회 내에 이사 3명 이상으로 구성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감사위원(3분의 2 이상은 사외이사로 구성)은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 채 최소 1명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서 뽑아야 한다.


그러나 2020년 상법 개정 당시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땐 최대주주와 가족·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3%까지 허용한 탓에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대주주의 ‘지분 쪼개기’를 통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합쳐서 3%로 제한하자는 게 민주당 안이었다.

이날 합의로 민주당은 ‘명분’을, 국민의힘은 ‘실리’를 챙긴 모양새다. 민주당으로선 새 정부 출범 뒤 2∼3주 안에 ‘더 센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당시 약속을 지키는 셈이다. 앞서 지난 4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한 상법 개정안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와 전자 주총 의무화 방안만 담겼었다.

반면 국민의힘 쪽은 재계가 강력 반대해온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도입 의무화, 분리 선출 감사위원 수 확대(1명→2명)를 막는 성과를 챙겼다.

집중투표제란 주총에서 이사 후보 모두를 상대로 투표하고, 주주들이 보유 주식 1주당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투표용지를 받아 이를 몰아줄 수 있는 방식이다. 기존 주총의 이사 선출 방식을 바꿔 소수주주가 지지하는 이사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높이는 조처다. 이 제도의 도입을 막아 총수 등 최대주주가 쥐락펴락하는 상장사 이사회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불편한 이사’가 들어올 여지를 없앴다.

실제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쪽은 회의 초반 3%룰 보완에 반대하다가, 이후 집중투표제 반대로 돌아섰다고 한다. 법사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집중투표제 등 이번에 합의하지 않은 2개 쟁점을 논의할 공청회 일정과 형식 등은 향후 원내지도부 간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변호사)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적용 등은 한국 자본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의미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할 일이 많은 만큼 계속 세부 제도를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재계 입장대로 집중투표제와 분리 선출 감사위원 수 확대 방안이 빠지며 이사회에 실질적으로 독립성 있는 이사가 진입할 통로가 막히게 됐다”며 “기업 지배구조 개혁에 가장 효과적인 과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도입으로 소수주주들의 소송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앞으로 공청회 등에서 집중투표제 의무화, 분리 선출 감사위원 확대 등에 계속 반대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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