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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12·3 불법계엄 이후 6개월이 흐른 지난달 4일, 이재명 정부가 닻을 올렸다. 대통령직인수 기간 없이 당선증을 받아든 즉시 직무를 시작한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3일 취임 30일을 맞는다.

이 대통령의 지난 한 달을 읽는 키워드는 국정철학으로 삼은 실용주의와 통합, 개혁으로 압축된다. 취임사에서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고 밝힌 후 인사와 정책 등 국정 전반에서 실용주의와 통합을 내세웠다. 전임 정부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막힌 3대 특검법을 공포하고, 남북관계 정책 기조를 바꾸는 등 이재명 정부가 설정한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향후 풀어가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실용주의 국정 기조는 대내외적인 경제 위기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는지에 따라 본격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 행정·입법 권력 독주 프레임을 극복하면서 공약 이행과 협치 기조를 이어가는 것도 난제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개혁 과제를 추진하는 일도 과제로 꼽힌다.

①실용주의···“유연한 실용정부” 공언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달 16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 전 인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대통령의 30일’을 읽는 첫 번째 키워드는 실용주의다.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에 기반한 속도전으로 30일 국정에 나섰다. 지난 4일 취임 후 1호 지시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하고 당일 곧바로 2시간20분 동안 회의를 한 게 대표적이다.

외교에서도 실용주의를 최우선 원칙으로 내세웠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 중심 기조는 이어가되 북·중·러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정책 기조를 세운 점 역시 기반에 실용을 깔고 있다. 취임 11일만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1박4일’ 일정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이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회담을 포함해 정상(급) 회담만 10차례 소화하며 한국 정상의 국제무대 복귀를 알렸다.

대통령의 핵심 국정 신호인 인사에서도 실용주의를 원칙으로 들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8명을 국무위원에 내정하고, 해당 분야 전문가 위주 인선에 나서면서 ‘실용’을 인선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각종 행보에서 불필요한 겉치레나 절차를 생략하도록 주문하는 것도 이런 기조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회의 석상에서 “구체적으로 뭐가 필요한가”“추상적 말씀은 안 했으면 좋겠다”며 논의 진척을 요구하거나, 김밥을 먹으며 4시간 동안 국무회의를 이어간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실용주의 국정 기조는 실제 성과에 따라 수시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대내외적인 위기 신호가 누적된 상황에서 민생·경제를 안정화하는 게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 정책 속에 안보와 통상 문제 등에서 국익을 확보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해나가는 것 역시 숙제다.

②협치와 통합···“통합은 유능의 지표·분열 정치 끝내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여야 지도부와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이 대통령,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대통령실 제공


12·3 불법계엄으로 분열과 갈등이 극대화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취임 한 달 간 통합 메시지에 집중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 삶을 바꿀 실력도 의지도 없는 정치 세력만이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을 편 가르고 혐오를 심는다”며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이후에도 협치 신호는 뚜렷하게 발신한 편이다. 취임선서 직후 국회 사랑재에서 국회의장을 포함한 여야 지도부와 오찬을 함께 했고, 지난달 22일에는 여야 지도부를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초청해 만났다. 22대 총선 참패 전까지 제1야당 지도부와 만나지 않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쏟아진 비판을 감안해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협치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6일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야당 의원석을 찾아 악수를 나눴다.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는 “임명된 권력은 선출된 권력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행정부 수반이 공개 회의에서 선출 권력 존중을 강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 전 정부에서 임명된 장·차관을 유임한 것도 실용기조와 함께 통합 메시지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가팔라지는 여야 대치전선은 통합과 협치에 난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립은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국면이 본격화할 수록 심화할 수 있다. 공약 이행을 위해 거대 여당의 입법 드라이브가 필요하지만, 이 경우 야당의 강경 반발로 협치 기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③개혁과 원상복구···“완전히 새로운 나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정부에선 박근혜 정부의 ‘비정상의 정상화’나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과 같은 캠페인성 구호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전임 대통령의 불법계엄으로 탄생한 정부인만큼 계엄 진상을 밝히고, 전임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를 바꿔나가는 작업은 속도감 있게 이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지난달 5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철회했고, 내란에 가담한 대통령 경호처 본부장 5명을 대기발령하는 등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거부권에 막혔던 ‘3대 특검법’을 공포했고, 곧바로 특검을 임명했다. 대북확성기 방송은 전격 중지했고, 북한의 호응도 이어졌다.

이재명 정부 첫 부동산 대책으로 고강도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시행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내정자와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 인선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향의 검찰 개혁은 곧 본격화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된 경찰 감독 기구인 경찰국은 폐지 수순을 앞두고 있다.

개혁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행하려면 결국 기득권의 반발을 넘어서야 하는데, 검찰과 야당 등 이 대통령과 정치적 대척점에 있는 세력의 설득을 얻어내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범여권 내부의 균열 조짐도 엿보인다. 송 장관 유임 결정 이후 나타난 진보당과 농민단체의 반발, 검찰 개혁을 지켜보는 조국혁신당의 의구심 등이 해소되지 못한다면, 이재명 정부와 대립하는 전선이 여러 곳에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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