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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병원, 서울대병원] <상> 그들만의 병동, 특실

국가 공공의료 대표 기관인 서울대학교병원이 의료 필요도에 따라 입원 당일 배정해야 하는 특실을 재계 총수 등 유력 인사를 대상으로 사실상 예약제로 운영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연회비 2000만원 이상의 VIP 특별회원제도를 두고 가입자에게 특실 배정 우선권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부유층 중심의 특실 운영은 공적의료기관의 의무를 저버린 행태라는 지적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인 A회장은 지난달 서울대병원 특실에 하루 입원해 수술을 받았다. A회장의 입원 예약은 약 3개월 전부터 잡혀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의 특실 입실은 사전 예약이 불가능하다. 수술 일정이 잡히면 담당 간호사나 병동 코디네이터를 통해 특실 배정을 요청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확보된 예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약’보다는 ‘요청 및 배정 대기’에 가까운 개념이다. 병실 배정은 입원 당일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다른 상급종합병원도 마찬가지다. 특실을 포함한 상급 병실은 의료 필요도·공공성·형평성을 고려해 진료 목적 중심으로 배정돼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A회장 사례처럼 서울대병원 본원 12층에 있는 특실 병동은 암암리에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가족의 수술을 위해 최근 서울대병원을 찾았던 B씨는 입원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희망 병실을 묻는 입원 담당자의 질문에 B씨는 특실 선호 의사를 밝혔고, 담당자는 병실 배정은 당일에 확정된다고 답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병실 배정 원칙에 근거한 안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족 입원 당일 B씨가 특실 배정 가능 여부를 문의하자 입원 담당자는 “빈방이 있지만 내일부터 예약이 돼 있어 입실이 어렵다”고 말했다. 일반 환자는 특실 병실료를 부담할 의사가 있더라도 당일에서야 배정 여부를 알 수 있지만 일부 특권층은 사전에 예약 확정이 가능했던 것이다.

비공식적 특실 사전 예약이 이뤄지는 큰 축은 서울대병원이 운영 중인 고가의 특별회원제도다. 서울대병원은 2006년부터 ‘파트너스 프리미어 CEO’(프리미어 CEO)라는 연회비 수천만원의 회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회비는 개인회원 기준 2100만~2600만원으로 부부가 함께 가입 시 100만원씩 할인받을 수 있다. 이 서비스는 200~300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어 CEO 회원에겐 1년 동안 담당 헬스매니저인 간호사와 주치의, 영양사, 운동상담사가 지정된다. 연회비에는 건강검진 비용이 포함돼 있으며 기타 건강 문제와 대사증후군 등 관리까지 가능하다. 겉으로는 서울대병원 강남검진센터에서 진행되는 건강검진 프로그램이라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강남센터를 비롯해 서울대병원 본원,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료가 가능하다.

또 프리미어 CEO 회원은 사실상 원하는 날짜에 특실 예약이 가능하다. 병원은 공식적으로 병실 예약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입원이 취소된 자리에 예약을 끼워넣는 식으로 회원 일정에 맞춰 입실할 수 있게끔 운영 중이다.

정보 접근이 제한된 일반 환자와 비교했을 때 일종의 우선 예약권이 있는 셈이다. 한 회원은 “전담 간호사가 있어 모든 건강상담은 물론 필요시 진료 예약과 특실 예약을 대신해준다”고 말했다.

이런 특전이 입소문을 타며 현재 서울대병원 프리미어 CEO는 회원 한도가 차 대기자가 줄을 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내부 관계자는 “대기 순번에서 한 명이 빠지는 데 1년 넘게 걸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의료 필요도가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하는 병실 배정이 특정 환자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는 것은 부정청탁에 해당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행하는 법령 해설집에 따르면 입원 순서 변경 등은 ‘정상적인 거래 관행을 벗어난 부정청탁’에 해당할 수 있다. 입원 관련 직무는 공공기관인 국립대학교병원이 생산 및 관리하는 용역이므로 법령상 부정청탁 대상 직무에 해당한다. 입원 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접수 순서대로 하는 것이 정상적인 거래 관행이다.

공적 의료기관인 서울대병원이 특정 계층을 중심으로 특실을 운영하는 행태는 공공성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공공기관의 유료 프리미엄 건강검진 제도 운영 자체가 위법은 아니다. 다만 서울대병원은 공공의료의 핵심 인프라, 국가 의료정책의 실행 거점 육성 목표에 따라 다른 국립대병원과 달리 독자적인 법률(서울대병원설치법)에 따라 설치됐다. 국가 공공의료 대표 기관인 셈이다. 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특정 환자가 특실뿐 아니라 어느 병실이든 사전 예약을 해서 의료적 필요가 큰 환자가 들어갈 수 없게 돼선 안 된다”면서 “서울대병원이 공적 병원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특실을 줄이고 일반 병동 내 다인실을 늘리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병실 배정 특혜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홍보실 측은 “프리미어 CEO는 맞춤형 회원제 건강관리 프로그램으로, 진료 및 입원 절차는 일반 수진자와 동일하게 운영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특실 병동장인 C교수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병동장은 근무수당도 없는 직으로 병실 운영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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