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판식 직후 임성근 사단장 불러 조사
'의혹의 발단' 채 상병 사망부터 시작
'VIP 격노설' '구명 로비설'까지 겨냥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마련된 이명현 채 상병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기 전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2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채 상병의 부대장이었던 임 전 사단장은 'VIP 격노설' '구명 로비설' 등 모든 의혹에 등장하는 핵심 인물로 꼽힌다. 특검은 채 상병 순직 경위부터 살펴본 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쪽으로 수사의 무게중심을 옮길 계획이다.
특검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에서 현판식을 열고 공식 출범을 알린 뒤 곧장 오후 2시부터 임 전 사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순직한 채 상병 사고 당시 수색 작전 지휘관이었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을 상대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을 집중 추궁했다. 집중호우 속에서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 지급 없이 무리한 실종자 수색 작전을 지시해 채 상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이 자신의 책임을 축소하기 위해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사고 경위를 허위 보고했다는 의혹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해 7월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채 상병 유족의 이의제기로 대구지검이 재수사를 해오다 특검으로 넘겨졌다.
채 상병 특검은 내란·김건희 특검과 달리 수사대상이 흩어져 있지 않고 명확한 편이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초동수사를 맡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임 전 사단장 등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넘기려 했지만,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결재를 번복하고 이첩 중단을 지시했다. 이후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대통령실·국방부가 외압을 가했다는 'VIP 격노설'이 제기됐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김 여사를 상대로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을 상대로 수사 외압 및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할 방침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채 해병 사망 과정부터 수사 외압 정황에 이르기까지 임 전 사단장은 모든 사건의 핵심 당사자"라며 "본인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첫 대상으로 소환했고, 조사를 하루에 마무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사 상황에 따라 임 전 사단장을 시작으로 김 전 사령관, 이 전 장관 등을 거쳐 김 여사까지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임 전 사단장은 이날 출석 전에 기자회견을 열고 "이종호씨와 일면식도 없다. 김 여사와도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반박했다.
특검은 이날까지 4개 수사팀 구성도 마쳤다. 수사1팀은 채 상병 사망과 동료 해병대원 상해 사건 등 업무상 과실치사상 사건을, 2팀은 '구명 로비' 의혹과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과정에서 제기된 대통령실의 직권남용 의혹 등을 맡는다. 3팀은 'VIP 격노설' 등 대통령실의 사건 은폐·무마 등 직무유기·직권남용 등 의혹을 수사한다. 4팀은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인 박 대령의 항명 혐의 항소 사건 공소유지를 전담한다.
한국일보
위용성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