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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 K상표권]
◆ 해외 상표권 침해 작년만 9500건
K브랜드 인기에 해외서 무단선점
상표권 거래 사이트서 판매 활발
中서만 5년간 피해액 245억 달해
중소브랜드는 인지조차 못하기도

[서울경제]

CJ제일제당이 남미 파라과이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2023년 ‘bibigo(비비고)’ 상표권 출원을 진행하다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파라과이 특허청에서 이미 해당 상표권이 인용됐다는 이유로 출원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현지의 유통 거래상이 무단으로 상표권을 도용한 것이었다. CJ제일제당은 무효심판 등 법적 대응에 나섰고 다행히 현지 법원이 CJ제일제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듬해 기존 상표 등록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이 과정에서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저명한 상표에 대해서는 금전을 목적으로 악의적인 상표 출원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K푸드·K뷰티 등의 글로벌 열풍을 노린 브랜드 사냥꾼들이 해외에서 이들의 상표권을 무단 선점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상표권을 뺏긴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도 전에 법적 대응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을 치르는 것은 물론 해당 국가에서 제품을 판매하거나 수출하는 데 제약을 받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무단으로 선점된 상표가 조악한 품질의 제품에 사용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수도 있다.

2일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K상표권 무단 선점 의심 사례가 가장 극성을 부리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발생한 피해액만도 245억 원에 이른다. 브로커 등이 K상표권을 무단으로 선점한 뒤 중국 내 상표 거래 사이트에서 한국 기업 브랜드별로 가격을 매겨 판매한 상표 값이다. 지난해 피해액은 아직 집계 전이지만 이 기간 무단 선점 의심 사례가 1년 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피해 금액도 훌쩍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중국 및 동남아 국가에서 매월 출원되는 상표를 모니터링해 무단 선점 의심 상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5월까지 K브랜드 상표권을 가장 많이 무단 선점한 국가는 중국(1346건)에 이어 인도네시아(1293건)였다. 베트남(634건), 태국(509건), 싱가포르(397건)가 뒤를 이었다.

피해가 집중된 분야는 화장품·식품·의류 등 최근 K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삼양식품의 경우 중국 등 해외에서 팔리는 불닭볶음면 중 일부는 한글에서부터 불닭볶음면의 캐릭터인 ‘호치’ 등이 인쇄돼 진짜 불닭볶음면과 구분이 어렵다. 원산지가 중국으로 표기돼 있거나 정품과 포장지 색상이 다른 경우도 종종 발견되지만 맨눈으로 가품임을 알아볼 수 없는 경우도 상당수다. 패션·뷰티 업계에서도 유사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마뗑킴’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하고하우스는 “중국에서 상표권 도용 사례가 발생해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뷰티 업체 구다이글로벌 역시 상표권 침해에 대비해 최근 자체 IP팀을 신설했다. 구다이글로벌 관계자는 “해외에서 당사 홈페이지와 상세페이지를 본떠 가짜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례가 있어 한국 고객센터에 진위 여부를 묻는 연락까지 오고 있다”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짜 판매처 주의 공지를 게시한 상태”라고 전했다.

해외에서 국내 브랜드의 상표권을 먼저 선점한 경우 이를 되찾기는 쉽지 않다. 해외에서 제3자가 국내 상표권을 선점하게 되면 기업은 선사용권 주장 및 무효심판·소송 등 법률적 대응을 통해 상표권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긴 시간이 소요되고 비용도 적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금전적 협상을 택할 때가 많다.

상표권 무단 선점을 넘어 위조품을 만들어 유통해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무단으로 상표권을 도용한 제품이 수시로 발견돼 해당 공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조치를 취한다”면서도 “하지만 괜스레 현지 소비자들의 혐한 심리에 영향을 미쳐 제품 판매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이 같은 사실을 공론화하거나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는 못한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K브랜드 분쟁대응 지원사업’을 통해 지재권 전문가(특허법인 등)의 기업별 맞춤형 대응 전략을 지원하고 있지만 실제로 지원을 받은 기업은 턱없이 적다. 2023년 78건, 지난해 84건, 올해 5월까지 44건에 그쳤다. 정부의 지원이 있어도 기업 부담금이 있어 실제로 지원을 받는 기업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국지식재산보호원 관계자는 “동남아 국가 내에서 출원 공고된 정보를 조사해 유사 상표권이 발견되면 기업에 즉시 안내하고 있지만 사실상 피해가 집중된 중소기업들은 당장 해외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상표권을 되찾기로 결정한 경우에도 기업에서 일정 금액의 부담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인디브랜드일수록 (대응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기업이 한국 특허청을 통해 출원한 해외 상표 출원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K뷰티와 K패션·K굿즈 등 인기에 힘입어 해외 진출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 상표 출원 건수는 2022년 1747건에서 2023년 1783건, 지난해 2006건으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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