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법제화 논의가 한창인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해 ‘한국에서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며 분명한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 총재는 1일(현지시각)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포럼 정책토론에 참석해 “규제되지 않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허용하게 되면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으로의 환전이 가속화하고 이는 자본 유출입 관리 규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존 은행 시스템처럼 외환거래 규제나 해외송금 심사가 없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만들어질 경우,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코인의 특성상 이용자가 이를 쉽게 달러 스테이블 코인으로 바꿀 수 있는데, 이 경우 국내에서 달러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 원화 가치 급락을 일으키는 등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날 토론에서 사회자는 ‘한은이 CBDC(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통화) 개발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당면 과제에 대한 규제 마련이 더 우선순위에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총재는 “최근 비은행 금융기관이 공공영역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해달라는 수요가 크게 늘면서 이는 한은은 책무를 넘어서는 사안이 됐다. 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총재는 “블록체인 기술이 고객확인의무(KYC·금융기관의 거래자 신원정보 확인 절차) 규제를 잘 수행할 수 있고 이상거래 탐지에도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한은은 그런 주장이 맞는지 확신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 총재는 이번 포럼 참석 계기로 미국 시엔비시(CNBC)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한 도입 요구를 언급하며 “새로운 수요가 등장한 상황에서 우리 계획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이 총재가 “재조정”하겠다는 계획은 올 하반기 2차 테스트를 앞두고 있었던 한은의 CBDC 사업 ‘한강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이 사업에 참여하는 은행들과의 비대면 회의에서 사업을 잠정 중단·보류하겠다고 통보했다. 새 정부 출범 뒤 원화 스테이블 코인 법제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일단 사업을 중단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취지였다. 은행권에서는 CBDC의 구체적 상용화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테스트를 하는 것은 비용 부담만 키운다는 취지로 불만을 나타냈다고 알려졌다.

이 총재가 CBDC 사업 추진 계획 재조정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한은은 여전히 중앙은행이 가치를 100% 보장하는 CBDC가 아닌 규제 밖에 있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에 반대한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지 않으면 달러 스테이블 코인의 영향력 아래 놓여 통화 주권을 잃을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솔직히 말해 그 반대다. 원화 코인의 존재 자체가 달러 코인으로의 전환을 더 쉽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달러 코인 사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3271 美, 북한 IT노동자 위장취업 도운 北·러의 개인·기업들 제재 랭크뉴스 2025.07.09
53270 이건희 회장의 이태원 집, 228억에 팔렸다 랭크뉴스 2025.07.09
53269 트럼프 "반도체 관세 곧 발표할 것…50% 구리 관세 오늘 발표" 랭크뉴스 2025.07.09
53268 "기억상실에 '여친' 존재 잊었는데 어떻게?"…'전 여친'과 또 사랑에 빠진 남성 랭크뉴스 2025.07.09
53267 삼성전자 영업이익 56% 뚝…“대중제재 영향” 이례적 설명 랭크뉴스 2025.07.09
53266 "美재무장관, 내주 日 방문 계획…관세 협상 중 첫 방일" 랭크뉴스 2025.07.09
53265 美 교실 AI 챗봇 도입 가속화…MS·오픈AI 등 자금 지원 랭크뉴스 2025.07.09
53264 [속보] 트럼프 "한국, 우리에게 군사 비용 너무 적게 지불" 랭크뉴스 2025.07.09
53263 '괴물홍수'에 떨던 어린이 165명 구했다…'텍사스 20대 영웅' 정체 랭크뉴스 2025.07.09
53262 폭염에 시달린 프랑스·스페인, 이젠 산불 경보 랭크뉴스 2025.07.09
53261 200여 명 납중독된 中 유치원 발칵…급식에 상상 못할 짓 랭크뉴스 2025.07.09
53260 ICC, 탈레반 지도자 여성박해 혐의 체포영장 발부(종합) 랭크뉴스 2025.07.09
53259 [속보] 트럼프 "한국, 자국 방위비 부담해야…너무 적게 지불" 랭크뉴스 2025.07.09
53258 최저임금 인상 폭 ‘1.8~4.1%’ 사이서 오는 10일 결정 랭크뉴스 2025.07.09
53257 [속보] 트럼프 “한국, 자국 방위비 부담해야” 랭크뉴스 2025.07.09
53256 “어려운 학생 꿈 포기 않게”…노부부의 아름다운 기부 [아살세] 랭크뉴스 2025.07.09
53255 사망 속출 텍사스 홍수 현장서 어린이 165명 구조한 26세 대원 랭크뉴스 2025.07.09
53254 트럼프 "한국, 자국 방위비 부담해야…美에 너무 적게 지불" 랭크뉴스 2025.07.09
53253 서울 퇴근길 ‘기습 폭우’···침수에 서부간선도로 등 한때 일부 통제 랭크뉴스 2025.07.09
53252 영덕서 잡힌 대형 참치 1300마리 ‘가축 사료용’이 된 까닭은 랭크뉴스 202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