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평소 와인 한 병을 마셔도 거뜬하던 50대 남성이 어느 날 단 한 잔 만으로도 취하는 듯한 이상 증상을 겪은 끝에 진행성 피부암인 흑색종 진단을 받았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 하트퍼트셔에서 테니스를 지도해 온 50대 강사 사이먼 보울러는 2023년 10월 평소처럼 와인을 들이켜다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한 병쯤은 가볍게 넘기던 그가 단 한 잔 만에 몸을 가누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보통은 와인 한 병을 마셔도 괜찮았는데 갑자기 한 잔에 취한 것처럼 어지러웠다”며 “저녁이 되면 시야가 흐려지고 머릿속이 멍한 느낌이 지속됐다”고 첫 증상을 떠올렸다. 증상을 겪고 일주일 만에 목에 혹이 생긴 그는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처음 이 혹을 단순한 낭종으로 진단했지만 결국 정밀검사 결과 낭종은 흑종으로 판명됐다.
지난해 2월 그는 목 부위의 두 종양을 절제하는 수술대에 올랐다. 그러나 채 9개월이 지나기 전에 암세포는 뇌까지 전이돼 이후 약물 부작용이 겹치며 장 기능장애와 신경 손상을 겪으며 결국 테니스 라켓을 내려놓았다.
생계가 막막해진 그는 최근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도움을 요청하며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만큼은 잃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에게 다시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흑색종은 강한 자외선 노출이나 유전적 요인이 겹치면 발병 위험이 급등한다. 영국에서는 해마다 2000명 이상이 이 암으로 숨지며 최근에는 65세 미만 특히 40세 이하에서 발병 그래프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어 우려가 큰 상황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역시 “지난 30년간 20~39세 여성의 멜라노마 발병률이 6~7배 상승했다”고 경고했다. 팔, 다리에 생긴 흑색종은 비교적 예후가 낫지만 몸통이나 얼굴에 자리 잡히면 상황은 달라진다. 60세 이상 남성의 경우 흑색종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여성보다 높으며 폐·간·뇌 등으로 전이되면 5년 생존율이 50% 아래로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한편, 피부암은 크게 피부의 멜라닌 세포에서 기원한 '악성흑색종'과 흑색종 이외의 피부암인 '비흑색종 피부암'으로 나뉜다. 한국인의 경우 비흑색종 피부암에 속하는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이 흔하고 악성흑색종은 비교적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