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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협상 압박 수위를 연일 높이면서 일본이 사면초가 상황에 놓이게 됐다. 최근 일본과의 자동차 무역에 대해선 “불공평”하다고 지적하고, 미국산 쌀 수입 문제를 거론했던 그가 이번엔 일본과의 협상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며 일본에 대해 30~35%에 달하는 관세 부과마저 시사하면서 일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사히신문과 NHK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내에서 취재에 응하며 일본과의 관세 협상에 대해 “의심스럽다”며 일본과의 협상에 불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일본산 수입품에 대해 “30%나 35%, 혹은 우리가 정하는 수치에 따라 내게 하겠다”고 발언했다. 지난 4월 미국이 일본에 부과한 상호관세는 24%로, 이 가운데 14%는 오는 8일(현지시간)까지 유예된 상태다.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철폐를 주장하며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 측근인 아카자와 료세이(赤沢亮正) 경제재생담당상을 앞세워 7차례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일본으로선 놀랄만한 수치다.

이날 일본 정부는 공식 반응을 피했다. 일본 정부 부대변인인 아오키 가즈히코(青木一彦) 관방 부장관은 2일 정례 회견을 통해 “미국 당국자 발언에 대해 하나하나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일·미 간에는 진지하고 성실한 협상이 계속되는 중”이라며 “양국에 이익이 되는 합의 실현을 위해 협상을 정력적으로 계속해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부연 설명만을 보탰다. 유예 기간 연장마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할 정도로 이날 전해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높았던 탓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강경(tough)하다”며 “매우 잘못 길들여졌다(spoiled)”라고도 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귀국일을 하루 연기하면서까지 협상 총책임자 격인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의 면담을 조정했지만 실패했던 것도 이 같은 미국의 불만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단 의미다. 아오키 관방 부장관은 이시바 총리가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재차 “언급을 자제하겠다”며 앞선 대답을 반복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미국 백악관 당국자 발언을 빌어 트럼프 정권이 일본과의 협상을 뒤로 미루겠다고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 5월 말 한 식료품점에 일본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시장에 내놓은 비축미가 쌓여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압박 발언을 내놓으면서 이시바 총리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구매,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등을 내놨지만 대일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미국 측이 만족할만한 협상 카드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자주 거론하고 있는 자동차와 쌀은 일본 정부로서도 양보하기 어려운 문제다. 자동차 산업은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산업이기 때문이다. 쌀 역시 마찬가지다. 오는 20일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자민당의 오랜 지지층을 외면하긴 어려워서다. 참의원 선거의 전초전이었던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참패한 이시바 총리로선 ‘협상 카드’가 마땅치 않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강경 발언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농림수산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 섞인 발언에 “협상 상의 여러 가지 의도나 전략이 있을지도 모른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외무상은 이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회담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와야 외무상은 회담 후 회견을 통해 미국으로부터의 방위력 강화 중요성에 대한 제기가 있었다”고 밝힌 뒤 “일본의 자체 판단으로 방위력의 철저한 강화를 진행해 나가겠다는 생각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방위비 증액에 대한 구체적인 액수 등의 거론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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