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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2시 충남 보령해저터널. 터널 남쪽 입구인 신흑동에서 원산도 방향 상행선으로 들어서자 “우~~웅~~~” 하는 굉음이 들려왔다. 터널 상단에 설치한 대형 제트팬(jet-fan)이 작동하는 소리로 차 안의 라디오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러웠다. 내리막 경사를 타고 내려가자 도로에 물이 흘렀다. 벽면에서도 물기가 맺혀 있었다. 대형 제트팬을 가동한 이유가 바닥에 흥건한 물기 때문이었다. 터널 내 제한속도는 시속 70㎞이지만 대부분의 차량은 속도를 낮췄다. 물기 때문에 미끄러질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충남 보령시 신흑동과 원산도를 연결하는 보령해저터널,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터널 내부에 물이 흘러내리는 결로현상이 발생했다. 관계 당국은 제트펜과 가습기를 가동하며 대책을 마련했다. 신진호 기자
터널을 빠져나와 차를 돌려 대천해수욕장으로 가는 북쪽 입구로 들어갔다. 도로에는 역시 물이 흥건했다. 터널 양쪽 벽도 금세 알아볼 정도로 물기가 가득했다. 터널 반대편과 마찬가지로 대형 제트팬이 쉴 새 없이 가동했다. 특이하게도 상하행선 모두 터널 내리막 구간에서만 물기가 발견됐다. 오르막길은 제트팬 가동 영향인지 내리막길보다는 물기가 덜했다.



5~9월 사이 상·하행선 모두 물기로 가득
2021년 12월 개통한 보령해저터널(국도 77호선)에서 매년 물기가 반복해서 나타나 운전자의 불안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터널을 자주 오가는 지역 주민들조차 “괜찮다는 정부 발표를 믿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할 정도다.

이날 보령시 신흥동에서 만난 40대 여성 운전자는 “처음 보령해저터널을 통과했는데 바닥에 물이 흘러내려 깜짝 놀랐다”며 “동승한 친구들이 뉴스를 검색해보고 결로현상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그래도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운전자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현수막이나 안내판을 추가로 설치하면 운전자들의 불안감이 다소나마 줄어들 것 같다”며 “육상이 아닌 해저터널인 만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 감독을 더 강화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3년 7월 12일 충남 보령해저터널에서 결로현상이 발생, 물이 흘러내리는 모습. 신진호 기자
보령해저터널에서 맨 처음 물 자국이 발견된 건 터널 개통 6개월 만인 2022년 6월 초였다.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에는 시커먼 물이 편도 2차선 도로 양쪽의 수로로 흘러내리는 게 확인됐다. 당시 도로를 관리하는 대전지방국토관리청과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터널과 외부 온도 차로 발생하는 ‘결로현상’이라며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국토부 "안전 문제없어"…제트팬·제습기 가동
국토교통부도 충남경찰청, 보령시 등과 긴급 점검을 거쳐 누수가 아닌 높은 습도의 공기가 터널 벽면에 닿아 물로 변하는 현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현장 시료를 채취해 염도를 측정한 결과 바닷물(3.5%)보다 현저하게 낮은 0.15% 수준으로 나타나 누수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용역을 맡은 전문가들도 “5년 정도는 지켜보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결로현상으로 도로 표면에 물기가 생길 경우 차량이 미끄러질 위험성이 높아지는 만큼 안전 운전을 당부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현재 터널 양방향에 제트팬 82개를 설치하고 140개의 가습기를 가동 중이다. 충남도와 보령시 등 관계 당국은 터널 근무자를 추가 투입하고 터널 내 폐쇄회로TV(CCTV)를 활용, 24시간 실시간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터널 인근 도로전광표지(VMS)를 통해 터널 상황을 안내하고 결로 현상이 심화할 때는 경찰 협조를 받아 감속 운전을 유도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에도 나서기로 했다.
충남 보령 신흑동과 원산도를 연결하는 보령해저터널,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터널 내부에 물이 흘러내리는 결로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관계 당국은 제트펜과 가습기를 가동하며 대책을 마련했다. 신진호 기자
매년 보령해저터널을 비롯한 육상 터널에서도 결로 현상이 발생하자 국토부는 지난해 ‘도로 터널 결로 대책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결로가 나타나면 제트팬과 제습기를 가동하고 터널 벽면도 단열재를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터널 바닥의 경우 미끄럼 방지 포장을 적용하고 결로 발생 정보를 사전에 안내하는 시설도 운영한다는 게 국토부의 방침이다.



미끄럼 방지 포장·감속운전 안내 등 대책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여러 차례의 안전점검과 현장 조사를 거쳐 누수가 아닌 결로 현상이라는 게 확인됐다”며 “다만 터널 내에서는 규정 속도를 준수하고 물기가 발견되면 속도를 줄이는 등 안전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충남 보령시 원산도와 신흑동을 연결하는 보령해저터널은 국내 최장(6.927㎞) 해저터널로 2021년 12월 1일 개통했다. 북쪽으로는 국도 77호선을 따라 태안군 안면도와 연결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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