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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서울 광진구에 개원
영리법인 투자받은 형식 두고 논란
대한수의사회 등 수의사 집단반발



한 반려견이 동물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있는 모습. 뉴스1


서울대 수의대 이름을 내건 'SNU반려동물검진센터'
가 지난달 16일 서울 광진구에 문을 열었다. 진료 빅데이터 확보라는 공공성과 학술적 목적을 내세우며
비영리법인 형태로 운영되지만 영리법인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구조
다. 이를 두고 영리법인의 동물병원 개설 자격을 제한한
수의사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동네병원 상권 침해 우려
가 제기되며 수의사 단체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SNU반려동물검진센터는
성제경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비영리 동물의료법인 SNU반려동물헬스케어가 만든 병원
이다. 비영리법인 설립 자금은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SNU홀딩스
로부터,
센터 장비와 공간
은 병원경영지원회사(MSO) 역할을 하는
스누펫(SNU Pet
)
으로부터 지원받았다. 스누펫은 SNU홀딩스가 출자한 영리법인으로 검진센터가 확보한 동물 건강 정보에 대한 우선권을 갖는다.

① 법적 문제 없어 vs 수의사법 취지 위반

그래픽= 신동준 기자


첫 번째 쟁점은 SNU반려동물검진센터가
수의사법 취지를 위반했는지 여부
다.

2013년 개정된
수의사법 제17조
는 동물병원 개설을 수의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동물진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수의대,
비영리법인으로 제한
하고 있다. 영리법인의 진입으로 인한 진료의 상업화를 막기 위한 취지다.

동물병원 설립을 비영리법인으로 제한하게 된 계기는 2011년
대한제분이 이리온 동물병원
을 운영하면서부터다. '프리미엄'을 표방했던 이리온 동물병원은 한때 5개 지점까지 늘었다. 하지만 수의사들은 대기업 진출로 소규모 동물병원이 경쟁에서 밀리고, 수의사들이 기업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고 이는 결국 수의사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이리온 동물병원은 기존 법인에 주어진 유예기간(10년)을 채우고 2022년 10월 폐업했다.

대한수의사회 회원들이 지난달 16일 서울 광진구 SNU반려동물검진센터 앞에서 가진 SNU반려동물검진센터 운영 반대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후 3년 만에 센터가 문을 열며 영리법인의 동물병원 진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센터 측은 "법에 위반된 건 없다"고 밝혔다. 성 이사장은 "센터가 스누펫에 지불하는 돈은 장비나 공간에 대한 임대(렌털)나 장기 대여(리스) 비용"이라며 "발생한 이익은 스누펫에 가지 않고, 연구 등에 재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한수의사회, 서울수의사회
등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해도
국 영리법인이 우회해 동물병원을 설립한 것
이라고 말한다. 실제 수의사들 사이에서는 센터가 낸 수익이 스누펫에 돌아가지 않는다 해도 결국 법 취지를 위반했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수의사는 "이 모델이 자리를 잡게 되면 너도 나도 뛰어들어
제2의, 제3의 SNU반려동물검진센터가 생길 것
"이라고 우려했다.

② 중복 분야 없어 vs 동네병원 침해

지난달 16일 서울 광진구에 문을 연 SNU반려동물검진센터의 모습. SNU반려동물검진센터 홈페이지 캡처


두 번째 쟁점은 이른바
'골목상권' 침해 논란
이다.

센터 측은 사람 검진센터처럼 치료는 하지 않고,
개·고양이 검진과 분석에 집중
한다고 밝혔다. 또 아픈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검진이 아니라
예방적 목적의 검진 시장 개척이 목표
라는 것.
90만 원부터 270만 원까지 고가 프로그램
으로 가격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게 센터 측의 입장이다. 성 이사장은 "치료는 하지 않고 패키지가 아니면 검진도 하지 않기 때문에 동네 병원과 상권이 부딪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SNU반려동물검진센터 가격. SNU반려동물검진센터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일선 수의사들은 "1·2차 병원 모두 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결국 시장을 뺏긴다"고 주장한다. 특히
센터가 개원하자마자 시행한 할인 행사
는 수의사들의 반발을 키웠다. 성 이사장은 "가오픈 기간이라 초기 보호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함이었는데 프로모션으로 오해할 수 있어 바로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실제 1차 병원이
단순 검진을 위해 2차 병원에 의뢰하는 수요는 센터가 흡수할 가능성
이 있는 게 사실이다. 나아가
예방적 검진 시장 규모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점
도 앞으로의 센터 운영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③ AI와 접목, 새로운 시장 개척 vs 공공성 훼손

SNU반려동물검진센터 수의사들이 자료를 보고 있는 모습. SNU반려동물검진센터 홈페이지 캡처


그렇다면 센터 측이 '돈도 안 되는' 사업을 수의계의 거센 반발에도 추진하는 배경은 뭘까. 센터 측은
인공지능(AI)과 동물 건강정보를 활용해 동물 헬스케어 산업 기반
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대 수의대 내에서 검진 기능을 강화할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성 이사장은 "서울대 동물병원은 중증치료 중심이라 검진 수요가 많지 않고, 모든 교수의 동의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 목적의 데이터 확보와 기준 정립이 목표이며 매매가 아닌 연구용 등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수의사회 측은 결국
영리법인인 스누펫이 데이터 활용권을 약속받은 것 자체가 비영리법인 취지에 맞지 않다고 비판
했다. "학문, 교육 목적이라면 반대할 명분이 없지만 영리법인이 연관돼 있으면 결국 수익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
은 "수익이나 진료 데이터가 어디로 넘어가는지 끝까지 감시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이미 센터가 문을 연 이상 소모적 논쟁보다는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
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수의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법인 철회는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1인 시위 등으로 갈등만 키울 게 아니라 영리법인의 우회 개설을 막을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의사는
"센터의 존속 여부는 결국 반려인의 선택
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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