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검찰총장이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취임 9개월 만에 사의를 밝힌 심우정 검찰총장이 2일 퇴임사에서 “검찰의 공과나 역할에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것을 넘어서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필수적이고 정상적인 역할까지 폐지하는 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옳은 길이 아니다”며 수사·기소 분리를 포함한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안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심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해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검찰이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며 범죄로부터 공동체를 지켜내고 우리 사회의 정의와 질서를 세우기 위해 기울여온 노력과 역할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며 “민생사건에서 검찰의 보완수사로 한 해 만 명이 넘는 피의자들이 억울한 혐의를 벗고 있다”고 밝혔다. 심 총장은 이어 “아무리 큰 어려움이 닥친다 해도 국민의 인권, 기본권을 지키는 적법절차, 법치를 수호하는 검찰 본연의 역할만큼은 결코 변함이 없고 변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국가의 형사사법시스템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내다보며 신중히 또 신중히 결정해야 할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강조했다. 전날 사의를 표명하며 낸 입장문에서 검찰개혁안에 반발한 데 이어, 검찰의 보완수사권 필요성을 강조하며 수사·기소 분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다.
심 총장은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형사사건 처리 기간은 두 배로 늘어났고, 국민의 삶에 직결된 범죄에 대한 대응력은 약화됐다”며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지혜와 국민의 목소리를 꼼꼼히 경청해 진정으로 우리 사회에, 나라에, 국민 한명 한명에게 가장 바람직한 형사사법제도가 마련되길 간곡히 바란다”고 밝혔다.
심 총장은 “제 마지막 소임은 자리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검찰을 떠나지만 검찰 구성원 모두가 새로운 마음으로 흔들림 없이 역할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16일 취임한 심 총장은 임기를 1년3개월 남기고 총장직에서 물러난다.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낙점된 그는 법무·행정 업무 경험을 주로 쌓은 정통 ‘기획통’으로 분류됐다. 심 총장을 비롯한 검찰 고위간부들은 전날 법무부가 이재명 정부의 첫 검찰 인사를 단행하자 잇달아 사의를 표명했다. 심 총장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의 비화폰 통화 논란 등으로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