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털어내는 시민. 연합뉴스
[서울경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서울·경기 등 수도권 일대에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전문가가 7월 중순쯤이면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연관 연구원은 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러브버그의 생활사를 고려하면 보통 6월 중순쯤부터 보고되기 시작한다”며 “성충의 수명이 약 일주일가량이고 현재 발생 현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7월 중순이면 대부분의 개체가 자연스럽게 소멸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브버그는 2015년 인천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2022년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등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서 대량 출현했다. 현재는 서울 25개 전 자치구와 인근 경기 지역까지 확산된 상태다.
박 연구원은 “2022년 수도권에서 대량 발생한 이래로 서울 전역과 경기 지역으로 확산되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추가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새로운 생물이 유입되면 초기에 천적이 없어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조절되는 경우가 많다”며 “저희가 실질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하다 보면 요즘에는 까치, 참새 등 조류나 거미류, 사마귀 등이 러브버그를 잡아먹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개체 수가 조절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퇴치법에 대해 박 연구원은 “러브버그는 빛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며 “대량 발생 시기에는 생활 조명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외출할 때는 밝은색보다는 어두운색 옷을 입는 것이 좋으며 실내에 유입됐을 경우에는 분무기로 물을 뿌린 뒤 휴지 등으로 제거하면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양산 정상 점령한 러브버그. 연합뉴스
특히 인천 계양산처럼 대량으로 발생한 지역에 대해 박 연구원은 “국내 유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응 연구를 계속 진행 중”이라며 “현재 친환경적으로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빛에 이끌리는 습성을 활용해 포집 장치나 유인제를 이용한 장비를 서울시 등과 협력해 시범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시범 결과가 나오면 현장에 직접 적용할 계획도 마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러브버그는 파리목 털파리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암수 개체가 짝짓기하듯 붙어다니며 비행해 ‘러브버그’라는 별칭이 붙었다. 중국 남부, 대만,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 서식하며 국내에서 발견된 러브버그는 유전자 분석 결과 중국 칭다오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수도권 일대에서 급격히 개체 수가 늘어나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지만 러브버그는 사실 익충으로도 분류된다. 박 연구원은 “애벌레는 낙엽이나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 건강을 돕는 지렁이 같은 역할을 하고 성충은 꽃가루를 매개하는 기능도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