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울타리 최근 설치됐지만 차 못 막아…'안전 사각지대' 여전
특유의 급가속도 문제…"초반 토크 제한·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논의해야"
특유의 급가속도 문제…"초반 토크 제한·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논의해야"
상암동 차량 돌진 사고 현장
[촬영 최원정]
[촬영 최원정]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청역 역주행 참사' 꼭 1년 만에 다시 벌어진 '상암동 전기차 돌진 사고' 현장은 당시의 참혹함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사고 약 4시간 만인 1일 오후 8시께 찾은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 공원 앞 도로에는 산산조각 난 자동차 파편들이 인도와 차도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었다. 피해자가 있던 인도에는 철제 방호울타리(가드레일)가 있었지만, 차를 막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뽑혔다. 차가 돌진한 구간 바로 옆의 울타리도 충격에 휘어버렸고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띠가 사라진 울타리를 대신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또다시 자동차 돌진 사고로 아까운 생명을 잃었다며 불안해했다. 이 공원을 자주 산책한다는 김유근(53)씨는 "시청역 참사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나름 대책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차량 돌진 사고로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것은 여전한 것 아니냐"며 "인도를 걸어 다닐 수도, 마음 편히 벤치에 앉아서 쉴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몸서리를 쳤다.
네이버 지도 거리뷰 등을 보면 사고 현장의 방호울타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청역 참사 때처럼 노후한 울타리가 아님에도 차의 힘을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서울시는 시청역 참사 이후 8톤 차가 시속 55km 속도로 충돌해도 막을 수 있는 강철 울타리를 시내 101곳에 설치하고 있지만, 이곳은 아니었다. 또다시 시민이 '안전 사각지대'에서 목숨을 잃은 셈이다.
서울 상암동 도로서 SUV가 인도 돌진…차량 깔린 남성 사망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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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전날 오후 4시 2분께 맞은편 건물 주차장에서 나온 전기차가 급작스럽게 인도로 달려들며 발생했다. 목격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 차는 우회전해 도로로 빠져나가야 했으나 정면으로 직진해 공원 앞 벤치에 앉아있던 40대 남성을 친 뒤 깔아뭉갰다. 남성은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운전자 50대 여성 A씨는 사고 직후 페달을 잘못 조작한 것 같다고 경찰에 진술했는데, 경찰은 전기차의 '원 페달(One-Pedal) 드라이빙'이 원인이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속 페달로 가속과 감속(회생제동)을 하다가 정작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 가속 페달을 밟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기차의 강력한 초반 토크를 고려하면 마치 급발진하듯 피해자를 향해 달려가며 피해를 키웠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가속 페달을 밟았는데 예상보다 좋은 발진력에 돌진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정부와 차량 제작사가 초반 토크 제어·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등의 도입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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